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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도아리랑 ― 9 이름을 묻고, 노래를 데려오다

녹도아리랑 ― 9 이름을 묻고, 노래를 데려오다

제9부 ― 동백은 강 건너의 울음을 받아 불렀다 원복은 삿대를 짚을 때마다 맞은편 자갈밭을 살폈다. 무진의 당숙과 친척들이 기다리기로 한 곳이었다. 순덕에게도 녹도로 가겠다고 알렸으나,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어미가 집에 남아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동쪽 산마루가 희어졌다. 골짜기는 아직 어두웠고, 밤새 강을 덮은 안개가 갈대 밑에 낮게 엉겨 있었다. 삿대를 거둘 때마다 손바닥에서 물이 흘렀다. 바람을 맞은 손가락은 자루를 놓고도 굽은 채 펴지지 않았다. 배 밑이 자갈을 긁었다. 솔숲에서 장정들이 나왔다. 삽과 곡괭이를 멘 친척들 뒤로 순덕과 순임이 보였다. 순덕은 아들을 덮을 천을 안고 있었다. 머리카락과...
녹도아리랑 ― 5 아들은 죽고, 족보는 남았다

녹도아리랑 ― 5 아들은 죽고, 족보는 남았다

제5부 ― “죽은 날만 쓰지 마세요” 그날 밤 석주의 몸에 열이 올랐다. 큰물이 빠진 마당에는 진흙이 마르지 않았다. 낮 동안 젖은 흙에서 올라오던 냄새가 해가 지자 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순덕은 문을 조금 열었다가 석주가 몸을 떨자 다시 닫았다. 물에 적신 헝겊을 이마에 얹어도 금세 미지근해졌다. 석주는 이불을 걷어찼다가 곧 추운 사람처럼 무릎을 오므렸다. 순덕이 발치의 이불을 끌어 올리는 동안 이를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이튿날에는 곤장에 터진 살에서 냄새가 났다. 상처에 붙은 옷감을 떼자 말라붙은 피와 함께 살이 당겨졌다. 순덕은 손을 멈추고 물부터 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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