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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동학항쟁사, 녹도아리랑으로 되살아나다
녹도의 비극과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그리다 1894년 가을, 정선에 동학농민군(東學農民軍) 3천여 명이 모였다. 당시 강릉부사 이회원(李會源)이 강원감영과 주변 관아 등과 주고받은 공문서를 모은 『동비토론(東匪討論)』에 실린 정탐 보고에서 확인되는 규모다. 정선·영월·평창의 농민군은 제천·청주 등지의 농민군과 연합해 정선 관아를 점령했다. 정선신문은 김광희 기자의 역사소... -
산모퉁이마다 동심을 태우고, 반세기를 달렸다
산과 버스가 숨바꼭질 한다 굽이굽이 숨었다 나타나고 나타났다 숨고 또 찾았다 또 숨었다 종일 산과 버스가 숨바꼭질 한다 정선읍 출신 아동문학가 남진원(73)의 동시 「산골 버스」다. 「가을 한낮」, 「어머니」, 「그때 그 고향집」 등 5편과 함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어린이들을 만난 작품이다. 그의 시는 책가방에 담겨 등교했고, 교실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로 살아났다. 산모퉁이를 돌아 버스가 쏙 사라진다.... -
정선아리랑제 개막 D-1…안전·운영 준비 최종 점검
정선군은 제51회 정선아리랑제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정선종합경기장과 아라리교, 정선공설운동장 등 주요 행사장 일원(사진)에서 최종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최승준 정선군수가 직접 주재한 이날 현장점검에는 행정·시설국장, 총무행정관, 문화체육과장과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이사장, 본부장, 문화사업팀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행사장별 시설과 운영 준비상황을 확인하고 개막식과 주요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
녹도아리랑 ― 10 정선총쇄록(旌善叢瑣錄)
제10부 ―봄을 넘지 못한 사람
녹도에 시신이 누워 있던 그 겨울보다 일곱 해 전이었다.
정해년(丁亥年) 삼월 초닷새 새벽, 오횡묵(吳宖默)의 대문이 세 번 울렸다.
밤새 내린 서리가 한성의 기왓골을 희게 메우고 있었다.
처마 끝에는 떨어지지 못한 물방울이 얼어붙었다. 문밖에서 발을 옮기는 소리가 났다.
짚신 밑의 언 흙이 바스러지고, 잠시 뒤 처음과 같은 간격으로 문이 다시 울렸다.
오횡묵은 누구냐고 묻기 전에 옷깃부터 여몄다.
하인이 등불을 들고 나갔다.
빗장 미는 소리가 찬 마당을 가로질렀다. 돌아오는 불빛 뒤로 이조의 서리가 따라 들어왔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었다. 사내는 곱은 손을 소매 안에서 꺼내 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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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도아리랑 ― 9 이름을 묻고, 노래를 데려오다
제9부 ― 동백은 강 건너의 울음을 받아 불렀다 원복은 삿대를 짚을 때마다 맞은편 자갈밭을 살폈다. 무진의 당숙과 친척들이 기다리기로 한 곳이었다. 순덕에게도 녹도로 가겠다고 알렸으나,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어미가 집에 남아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동쪽 산마루가 희어졌다. 골짜기는 아직 어두웠고, 밤새 강을 덮은 안개가 갈대 밑에 낮게 엉겨 있었다. 삿대를 거둘 때마다 손바닥에서 물이 흘렀다. 바람을 ... -
녹도아리랑 ― 8 얼어붙은 이름을 데리러
제8부 ― 찾지 못한 얼굴 무진이 붙잡힌 지 사흘째 되던 날, 원복은 나룻배에서 그 말을 들었다. “포로들을 녹도로 끌고 갔다더군.” 해가 산마루에 걸려 있었으나 강에는 벌써 그늘이 내렸다. 배에 탄 사람들은 바구니와 곡식 자루를 발 가까이 당겨놓고 손을 소매 속에 감췄다. 맞은편 사내는 원복의 뒤쪽을 살핀 다음, 노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소리에 맞춰 목소리를 낮췄다. “장대가 섰대. 사람 머... -
녹도아리랑 ― 7 두 물이 만나는 곳
제7부 ―물살이 맺어준 세 사람 아버지를 잃고 다섯 해가 지난 병술년(丙戌年), 열일곱의 무진은 아우라지에서 배를 저었다. 정선의 봄은 산 아래와 산 위에 따로 왔다. 나루의 흙이 풀려 발자국마다 물이 괴어도 산그늘에는 눈이 남았고, 새벽이면 밧줄에 서리가 붙었다. 무진은 굳은 줄을 비벼 풀고 삿대 끝으로 살얼음을 깨뜨렸다. 배 안의 물을 퍼내다 손등에 튀면 손가락 마디부터 아려, ...
녹도아리랑 ― 6 지워진 이름을 읽는 소년
제6부 ― 뒤늦게 읽은 유언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잇달아 묻은 뒤, 무진은 한동안 사랑방 앞을 지나지 않았다.
부엌에 가려면 마당을 돌아갔다.
물을 길어오다가도 도수매의 그림자가 발치에 닿으면 걸음을 빨리했다. 바람이 처마 쪽으로 불어 가지 끝이 나무를 긁는 밤에는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렸다.
밤새 내린 서리가 아침에도 마당에 남았다.
낮에 풀린 흙은 해가 지면 다시 얼었다. 물동이를 내려놓은 자리에는 둥근 얼음 자국이 생겼고, 순덕은 그 위에 재를 뿌렸다.
불을 지피다가 삼베 타는 냄새가 섞이면 무진은 품속에 넣어둔 아버지의 소매부터 만졌다.
손끝에 해진 천이 닿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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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도아리랑 ― 5 아들은 죽고, 족보는 남았다
제5부 ― “죽은 날만 쓰지 마세요” 그날 밤 석주의 몸에 열이 올랐다. 큰물이 빠진 마당에는 진흙이 마르지 않았다. 낮 동안 젖은 흙에서 올라오던 냄새가 해가 지자 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순덕은 문을 조금 열었다가 석주가 몸을 떨자 다시 닫았다. 물에 적신 헝겊을 이마에 얹어도 금세 미지근해졌다. 석주는 이불을 걷어찼다가 곧 추운 사람처럼 무릎을 오므렸다. 순덕이 발치... -
녹도아리랑 ― 4 큰물이 지나간 자리
제4부 ― 장부에 남지 못한 사정 무진이 열두 살 되던 해,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던 초여름에 큰물이 났다. 비가 오기 전 며칠은 볕이 따가웠다. 석주는 밭 가장자리에서 보리 이삭을 비벼 낟알이 여문 정도를 살폈고, 순덕은 감자 포기 밑으로 흙을 끌어올렸다. 마른 흙이 호미 끝에서 부스러졌다. 조와 콩의 어린잎은 한낮이면 축 늘어졌다가 해가 기울어야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산마루에 구름이 걸리... -
녹도아리랑 ― 3 도수매는 피고, 곡식은 빚이 되었다
제3부 ― 딸깍발이 선비 몇 해가 흐르자 일곱 사람도 골짜기의 흙과 바람에 익숙해졌다. 붓을 잡던 손에는 굳은살이 박혔고, 관복을 받치던 어깨에는 지게 끈이 파고든 자국이 남았다. 봄에는 언 땅이 풀리는 소리를 알아들었고, 가을에는 산마루에 걸린 구름을 보고 서리가 내릴 밤을 짐작했다. 책장을 넘기던 손으로 씨앗을 골랐으며, 비가 오래 오는 날에는 처마 밑에 앉아 젖은 짚신을 기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