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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50만 원보다 매달 15만 원이 사람을 붙잡았다…정선 인구 5.6% 증가

  • 김광희 기자
  • 입력 2026.08.1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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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일회성 지원지역 전입 뒤 대거 이탈…정선은 ‘유입 넘어 정착 가능성’

기본소득 지급 10개월간 1,878명 늘며 35천 명 선 회복

매달 풀린 지역화폐, 골목 매출 올리고 새 가게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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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을 걱정하던 정선에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

한꺼번에 지급하는 50만 원은 사람을 잠시 불러모았지만, 매달 건네는 15만 원은 지역에 머물 가능성을 키웠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단순한 생활비 지원을 넘어 인구를 불러들이고 정착을 유도하는 새로운 정주정책으로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표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의 인구 추세 변화와 의의보고서에 따르면 정선군을 포함한 시범지역 10개 군의 주민등록인구는 지난해 9318,841명에서 올해 6334,547명으로 늘었다. 9개월 동안 15,706, 4.93% 증가했으며 시범지역 10곳 모두 인구가 늘었다.

반면 기본소득 공모에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않은 33개 군은 같은 기간 인구가 0.33% 줄었고, 신청하지 않은 19개 군은 0.78% 감소했다. 인구 감소의 내리막이 이어진 농촌에서 기본소득 시범지역만 뚜렷하게 걸음을 돌린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정선군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정선군 인구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직전인 지난해 9월 말 33,266명에서 올해 7월 말 35,144명으로 증가했다. 10개월 만에 1,878, 5.6% 늘어나며 한때 무너졌던 35천 명 선을 다시 넘어섰다.

사람이 돌아온 곳은 어느 한 마을만이 아니었다. 고한읍이 522명 늘어 12.4%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정선읍은 485명이 증가하며 인구 1만 명을 회복했다. 사북읍 255, 남면 151, 북평면 121, 임계면 102명 등 증가의 물결은 군 전역으로 번졌다.

정선 안에서 주소만 옮긴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입자는 2,266, 전출자는 597명으로 순전입 인구가 1,669명에 달했다. 순전입자의 91.6%는 다른 시·군에서 정선으로 들어온 외부 인구였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돈의 크기가 아니었다. 사람을 움직인 힘은 얼마를 주느냐보다 어떻게, 얼마나 꾸준히 주느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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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은 지난해 12월 주민에게 50만 원을 한 차례 지급하면서 신규 전입자도 대상에 포함했다. 지급 기준일을 앞둔 12월 전입자는 2,878명으로 평소 월평균 225명의 12.8배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목돈의 온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괴산군 인구는 지난해 1238,29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6월까지 878명 감소했다. 처음 급증한 인구 가운데 67%만 남았다. 같은 방식으로 50만 원을 지급한 영동군도 초기 유입 인구의 68%만 유지됐다.

목돈은 전입을 만들었지만 정착까지 만들지는 못했다.

정선군의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급 구조부터 다르다. 주민에게 월 15만 원을 지역화폐인 와와페이로 2년간 지급한다. 사업 선정 이후 전입한 주민도 30일이 지나면 신청할 수 있고, 90일 동안 실제 거주한 사실이 확인되면 3개월분을 소급해 받는다. 이후에도 실거주 여부를 확인해 매달 지급한다.

한 번 받고 떠날 수 있는 돈이 아니라 정선에 살아야 계속 받을 수 있는 소득이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문은 열어두되, 실제로 삶을 꾸리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차이는 얼마나 들어왔느냐보다 얼마나 남았느냐에서 더욱 선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기본소득 시범지역 10개 군의 전출 규모는 직전 3년 같은 기간 평균의 85%로 줄었다. 계절적 요인을 보정하면 83% 수준이며, 10곳 가운데 9곳에서 전출이 감소했다.

초기 유입 인구를 100으로 놓고 올해 6월까지 유지된 순증 인구를 계산한 유입 지속 지수도 최초 선정 7개 군은 117, 추가 선정 3개 군은 169를 기록했다. 초기 인구 증가분이 유지되는 가운데 추가 유입까지 이어졌다는 의미다. 일회성 50만 원을 지급한 괴산군은 67에 그쳤다.

정선에서는 늘어난 인구가 골목의 소비로 흐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정선군이 지난 3월 지급한 기본소득 44억 원의 사용실적을 일정 기간 집계한 결과, 26억 원인 60%가 지역에서 소비됐다. 누적 전체 기간의 사용액은 아니지만, 지역화폐가 짧은 시간 안에 지역 상권으로 흘러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와와페이 가맹점은 전체 대상 업소 2,876곳 가운데 2,656곳으로 92.4%에 이른다. 기본소득을 받은 주민이 생활권 안에서 돈을 쓰고, 그 소비가 다시 지역 상인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셈이다.

북평·화암·남면·여량에서는 기본소득과 지역 소비를 연결한 창업도 잇따랐다. 사람이 들어오고 지역화폐가 골목을 돌며, 그 돈이 새로운 가게와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싹이 돋고 있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한 번의 지원으로 인구를 잠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정선에 머물며 안정적으로 삶을 이어가고, 지역에서 이뤄진 소비가 상권과 일자리를 살리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농어촌 기본소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소득에 주거와 일자리, 보육, 교육 정책을 촘촘히 연결해 전입한 주민이 정선에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정주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직 최종 성적표를 쓰기에는 이르다. 이번 분석은 통제변수와 고정효과를 적용하지 않은 기술통계로, 기본소득이 인구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사업이 끝나는 2027년 이후에도 유입 인구가 정선에 남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청년 정착도 남은 과제다. 시범지역에서는 65세 이상 전입 증가율이 가장 높았지만, 전체 전입자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다. 청년층을 붙잡을 정주 여건을 보완해야 전입이 비로소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정선에서 나타난 변화의 무게는 작지 않다. 한 번의 큰돈이 사람을 잠시 세웠다면, 매달 이어지는 기본소득은 사람이 머물고 소비하며 삶을 이어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15만 원은 주민의 지갑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 돌아오는 마을과 손님이 늘어나는 골목, 다시 문을 여는 가게로 흘러간다. 소멸의 그늘이 길게 드리웠던 정선에서 기본소득은 지역의 내일을 밝히는 작지만 오래가는 등불이 되고 있다. 김광희 기자 kwh6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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