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5일 정암사·만항재서 창건 1381주년 기념

가을이 깊어가는 함백산 자락에서 천년 산사의 전통 의례와 음악, 문학이 만난다.
‘2026 정선 정암사 개산문화제’가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정암사 일원과 만항재 산상화원에서 열린다.
창건 1381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문화제는 자장율사의 뜻을 기리는 개산재를 시작으로 천도제와 현대무용, 산사음악회, 문학 콘서트, 다문화 노래자랑으로 이어진다.
태백산적멸보궁 정암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함백산야단법석이 주관하며 강원특별자치도와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등이 후원한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정암사는 국보 수마노탑과 적멸보궁, 열목어 서식지 등을 간직한 고찰이다. 2020년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을 계기로 시작된 개산문화제는 불자와 주민, 관광객이 산사의 문화와 자연을 함께 즐기는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 23일|산문을 연 뜻 기리고, 희생자의 넋 위로
첫날 오전 9시 정암사 무대에서는 ‘자장율사 정암사 창건 1381주년 개산재’가 봉행된다. 개산재는 사찰을 창건한 스님의 뜻과 공덕을 기리는 의식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스님을 법주로 영산재·범패작법 전통 이수자들이 참여한다. 자장율사의 진영을 옮기는 진영이운과 신중작법, 개산조영반 등 전통 의례를 통해 정암사 산문을 연 의미를 되새긴다.
오후 1시에는 호국영령과 지역 산업 발전을 이끈 광산노동자, 시대와 지역의 아픔 속에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제가 열린다. 인묵 스님과 영산재 이수자들의 범패작법에 김연정 이애주승무보존회 회장의 승무가 더해져 추모의 뜻을 전한다.

■ 24일|적멸보궁의 춤, 산사의 음악, 만항재의 시
둘째 날 오전 11시 적멸보궁에서는 현대무용 ‘심우도, 마음을 찾아서’가 펼쳐진다. 안무가 김동규가 이끄는 현대무용단 ‘R.se dC(르씨 디씨)’가 소를 찾는 여정에 수행의 과정을 빗댄 심우도를 재해석한다. 인간 내면의 긴장과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몸짓으로 풀어낸다.
오후 1시 정암사 무대에서는 산사음악회 ‘클래식’이 관객을 맞는다. 1부에는 테너 김정훈과 소프라노 최예슬, 피아니스트 윤모영이 출연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비롯해 한국 가곡 ‘동심초’와 ‘청산에 살리라’, 드뷔시의 ‘달빛’, 오페라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와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등을 들려준다.
오후 1시 40분부터 이어지는 2부는 호르니스트 김홍박과 서울호른앙상블이 꾸민다. 별도의 음향 확성 없이 60분간 연주하며 산사의 자연스러운 울림 속에 호른의 깊고 웅장한 음색을 전한다. 김홍박은 스웨덴 왕립오페라와 오슬로 필하모닉 수석 등을 역임한 연주자다.
오후 4시에는 무대를 만항재 산상화원으로 옮겨 문학 콘서트 ‘함백산 풍류, 말과 멋’을 연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시·문인화를 넘나드는 김주대 시인이 자작시와 문학 이야기를 나눈다. 주민들의 애송시 낭송에 클래식과 재즈를 아우르는 기타리스트 박윤우의 연주가 어우러져 가을 산중에 풍류를 더한다.
■ 25일|그림으로 만나는 자장율사, 노래로 잇는 이웃
마지막 날 오전 11시 정암사 문수전에서는 정암사 탐구 프로젝트 ‘옛사람을 보다’가 진행된다. 자장율사의 일대기를 다룬 『삼국유사』의 ‘자장정률’을 바탕으로 역사와 시각예술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팝아티스트 홍원표가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드로잉을 선보인다. 독창적인 선과 캐릭터 ‘바라바빠’로 알려진 작가의 즉흥적인 표현을 통해 옛사람의 자취를 현대적 감각으로 만나는 시간이다.
오후 1시 정암사 무대에서는 ‘함백산 다양성의 날, 다문화 노래자랑’이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아리아시아와 강릉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등이 참여해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화합의 자리를 마련한다. 다문화 음식 축제와 노래자랑, 김연정의 축하 무대가 이어진다.
정암사 관계자는 “전통 의례와 다양한 예술 공연이 가을 산사에서 어우러지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정암사를 찾아 마음의 위안과 예술의 감동을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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