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 골프장·태백 삼척 등서 인맥 쌓아…대회 우승·상금 기부로 신뢰
지난2일 ‘사건반장’ 보도…피해자들 “피해액 100억원대로 추정”, 일부 경찰 고소
‘박씨’로 활동했지만 실제 성은 ‘양씨’로 밝혀져…여성들과 관계 뒤 금전 요구 의혹도
골프장에서는 실력파 우승자였고, 주변에는 ‘여수 멸치 재벌집 막내아들’로 통했다.
상금을 기부하고 선물을 건네던 그를 믿고 돈을 맡겼다는 사람들은 이제 투자금과 함께 그의 행방을 찾고 있다.
폐광지역에 거처를 두고 강원랜드 골프장을 비롯해 정선과 태백, 영월, 삼척 등지의 골프장을 오가며 활동하던 A씨에게 거액의 투자 사기 의혹이 제기됐다.
JTBC ‘사건반장’은 지난 2일 피해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피해자들은 여러 지역의 피해액을 합하면 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 측 추산으로, 수사기관이 확인한 전체 피해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 우승하고 상금 기부…신문에도 등장한 ‘골프 실력파’
A씨는 2025년 11월 2일 강원일보가 보도한 ‘단풍골프 남자부 우승 박성진씨’ 기사에 등장한 인물과 동일인이다. 당시 기사에는 ‘박성진(50·전남 여수시)’으로 소개됐다.
그는 일주일에 서너 번 라운딩할 만큼 골프를 좋아하며, 우연한 기회에 단풍골프축제에 출전해 우승하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사는 여수와 처가가 있는 영월군 상동을 오가며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는 실력파라고 소개했다. 구력 25년, 핸디캡 4에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피해자들은 A씨의 골프 실력과 기부 활동, 지역 인맥이 그를 믿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주변에서는 “진국 동생”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피해자는 “처음 2년 정도는 동네 어르신들이나 지역 유지들과 골프를 치면서 관계를 좋게 만들어 놨다”며 “그분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A씨를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재력을 과시하며 주변의 호감을 얻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피해자들은 A씨가 롤렉스 시계와 30돈짜리 금팔찌를 착용하고, 대통령 기념시계와 명품 가방, 전복 등을 선물했다고 전했다. 현금다발이 수북이 쌓인 영상을 보여주며 큰돈을 움직이는 사업가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 “멸치잡이 배 두 척과 공장”…돈 맡기자 처음엔 수익금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을 여수에서 대규모 멸치 사업을 4대째 하는 집안의 막내아들이라고 소개했다. 멸치잡이 배 두 척과 공장을 운영한다며 골프장에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사업 투자를 권유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초기에는 약속한 수익금이 지급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급이 끊기거나 늦어졌고, A씨는 금액이 커서 돈이 나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고 한다.
한 피해자는 약 2억8000만원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투자한 사람도 있었다.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뒤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외부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전해졌다.
■ 밤샘 잠복 끝 신분 확인…‘박씨’ 아닌 ‘양씨’
수익금 지급이 중단되자 피해자들은 직접 A씨를 찾아 나섰다. 밤샘 잠복 끝에 그를 만나 신분증을 확인한 결과, 소개받았던 이름과 실제 이름이 달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박씨로 활동했지만 실제 성은 양씨였고, 고향도 여수가 아닌 충남 천안이었다.
피해자들이 신분을 확인하던 중 A씨는 황당하게도 경찰에 직접 전화해 자신이 기소중지자라며 자수 의사를 밝혔다. 이후 경찰에 연행됐다가 석방된 뒤 짐을 챙겨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석방 경위와 현재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 여성들에게 골프 레슨…관계 맺은 뒤 돈 요구했다는 주장
여성들과의 관계를 이용한 금전 요구 의혹도 나왔다.
피해자들은 A씨가 약 4년 전 여수에서도 골프 레슨을 통해 기혼 여성들과 가까워졌으며, 일부와 성관계를 맺은 뒤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여성들 가운데는 가족에게 알려지거나 사생활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신고와 인터뷰를 꺼리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과 연락이 닿은 한 여성은 돈을 잃은 것보다 A씨의 휴대전화에 자신의 영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더 두렵다는 취지로 호소했다.
다만 실제 촬영 여부와 영상의 존재, 이를 이용한 협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 기자와 만난 태백 식탁에서도 멸치 사업 이야기
기자 역시 지인과 함께 태백에서 ‘박씨’로 소개받은 A씨와 식사한 적이 있다.
당시 A씨는 20대 후반에 가업인 멸치잡이 배를 물려받은 뒤 지난 수십년간 가공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부를 쌓았다고 말했다.
언변이 좋았다.
멸치잡이와 가공 과정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영월 상동에 계시는 처가댁 어른이 아파 자주 폐광지역을 방문하다고 밝혔다.
정선에서도 골프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과 여러 차례 라운딩을 했다고 말하며, 지역 유지들의 이름을 거론해 친분을 과시했다.
기자의 눈에는 골프를 잘치는 건실한 사업가처럼 보였다.
다만 기자가 그의 사업체나 재산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현재 일부 피해자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생업에 차질을 빚으면서도 A씨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호소가 나온다. 집을 담보로 투자금을 마련한 피해자들은 원금 회수의 막막함에 대출 상환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김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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