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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셋 정선아리랑, 대한민국 무대를 울렸다

  • 김광희 기자
  • 입력 2026.09.17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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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자 씨, 서천 전국국악경연대회 명인부 종합대상·국회의장상

1박 2일 세 차례 경연… 연륜으로 정선의 삶과 애환 풀어내

여성단체협의회장 등 역임…20여 년 지역사회 봉사에도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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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의 맥을 이어온 칠순 소리꾼 손정자(73) 씨가 전국 국악무대의 정상에 올랐다.

손 씨는 지난 12~13일 충남 서천문예의전당에서 열린 ‘국창 이동백·김창룡 선생 선양 제14회 서천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명인부 종합대상을 차지해 국회의장상을 받았다.

예선과 준결승, 결승까지 세 차례 무대에 오른 그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온 정선아리랑을 풀어냈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국악인들이 판소리와 민요, 기악·병창, 전통무용 부문에 출전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겨뤘다.

손 씨에게 1박 2일의 경연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한 차례에 4분 넘게 소리를 이어가야 했고 같은 가사를 되풀이할 수 없어, 세 경연에 올릴 서로 다른 가락과 사설을 준

비해야 했다. 한 곡을 마치면 숨을 고르는 사이 다음에 부를 첫 음을 다시 짚었다.

 

목청만으로는 건널 수 없는 시간이었다.

긴장 속에서도 사설을 놓치지 않을 집중력과 결승까지 버텨낼 체력이 필요했다. 숨은 짧아져도 소리는 흐트러져서는 안 됐고, 몸은 지쳐도 마지막 가락까지 무너지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경연이 거듭될수록 손 씨의 소리는 오히려 깊어졌다.

 

높이 치솟은 소리는 정선의 산등성이를 타고 넘는 듯했고, 낮게 꺾인 가락은 오래된 골짜기의 물소리처럼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다.

기교만으로 빚어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정선아리랑을 부르며 그 결을 몸에 새긴 소리꾼만이 닿을 수 있는 깊이였다.

 

심사위원들은 “정선아리랑에 이토록 아름답고 애절한 정서가 담긴 줄 미처 몰랐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랫동안 정선 사람들의 삶 곁을 지켜온 가락이 손 씨의 목소리를 만나 지역의 경계를 넘어선 순간이었다.

손 씨가 정선과 맺어온 인연은 공연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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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을 사랑하며 지역의 전통문화를 알려온 손정자 씨가 지난 12, 13일 충남 서천문예의전당에서 열린 ‘국창 이동백·김창룡 선생 선양 제14회 서천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명인부 종합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20년 넘게 여성·사회단체 활동과 봉사를 이어왔다. 

정선군새마을회장과 정선군여성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하며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지역 공동체를 가꾸는 데 앞장섰다.

박수가 쏟아지는 자리만이 그의 자리는 아니었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 누군가 곁을 내줘야 하는 곳에도 그가 있었다.

이 같은 공로로 여러 차례 표창을 받았으며, 2021년에는 정선군 향토민상 사회봉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연장에서는 정선의 소리를 전했고, 삶의 자리에서는 이웃의 손을 잡았다.

소리꾼으로 걸어온 발자취도 깊다.

 

손 씨는 2016년 정선문화원이 주최한 제7회 ‘주모 전산옥 선발대회’에서 가창력과 역할 연기를 인정받아 제7대 주모 전산옥으로 선발됐다. 

이후 각종 공연과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며 정선아리랑에 깃든 멋과 한을 지역 안팎에 전해왔다.

이번 수상으로 관련 국악경연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도 갖췄다.

 

자신의 소리를 평가받던 소리꾼이 이제는 후배들의 가락에 밴 땀과 세월을 헤아리는 명인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손 씨는 “정선아리랑을 부르면 산골에서 살아온 정선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떠오른다”며 “정선아리랑이 품은 아름다움과 깊은 정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칠순은 손 씨의 소리에 찍힌 마침표가 아니었다. 국회의장상을 품고 돌아온 그의 정선아리랑은 이제 더 먼 세상을 향해 새로운 첫 소절을 꺼내고 있다. 김연옥 정선와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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