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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왕’ 모인 아리랑제 주민식당…“너무 힘들어요”

  • 유상환 기자
  • 입력 2026.10.0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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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에도 새벽 4시부터 조리·배식 부담…봉사자도 축제 즐길 시간 필요

임계면 출장뷔페 전환…인력 분산·교대 운영으로 공평한 참여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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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평면 주민들이 정선아리랑제 주민식당에서 음식과 식재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제51회 정선아리랑제가 성대한 막을 올렸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주민들이 공연장으로 모여들기 전, 북평면 새마을가족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됐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새마을부녀회와 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원들은 복지관에서 식재료와 물품을 챙겼다. 축제를 찾는 주민들의 첫 끼를 준비하러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윤미 북평면 새마을부녀회장과 김봉호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중심으로 두 단체는 주민식당 운영에 힘을 모았다. 부녀회원들은 음식 준비와 조리·배식을, 지도자협의회 회원들은 식재료 운반과 식당 설치·정리를 맡았다. 손님이 몰리면 서로의 자리를 넘나들며 음식을 나르고 빈 그릇을 치웠다. 밥상을 사이에 두고 두 단체의 손길이 맞물렸다.

 

나흘 동안 준비하는 메뉴는 곤드레해장국과 육개장, 소고기뭇국, 황태해장국이다. 매일 바뀌는 국그릇에는 주민들이 든든하게 먹고 축제를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그러나 그 따뜻한 한 끼를 내놓기까지, 회원들은 오랜 시간 서서 일해야 한다.

축제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 다만 누군가에게 축제의 하루가 박수와 노랫가락으로 채워질 때,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리와 배식, 설거지로 지나간다. 그 시간이 해마다 같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면, 이제는 봉사의 몫이 공평하게 나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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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제 주민식당 운영에 함께한 북평면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늘 봉사하는 사람에게 쏠리는 일

 

주민식당은 수십 년 동안 음식을 나누고 안부를 묻는 공동체의 자리였다. 국 한 그릇을 건네며 이웃을 맞이하고, 바쁜 손길 사이로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듣던 곳이다. 부녀회와 지도자협의회가 함께 지켜 온 봉사의 전통도 그 밥상에 쌓여 있다.

하지만 밥상을 차리던 손들도 나이를 먹었다. 젊은 세대의 참여가 줄면서 행사 때마다 일손을 모으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빈자리를 기존 회원들의 노동으로 채우는 동안, 익숙한 얼굴들은 더 일찍 나오고 더 늦게 돌아가야 한다.

많은 양의 재료를 손질하고 뜨거운 조리기구 앞을 지키는 일은 몸에 고스란히 남는다. 무거운 물품을 들 때는 허리에, 배식과 설거지를 이어갈 때는 다리와 손목에 부담이 쌓인다. 새벽부터 시작해 나흘간 이어지는 노동을 봉사의 열의만으로 견디기에는 회원들의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서로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두 단체의 협력은 소중하다. 그 협력이 오래 이어지도록 축제 운영 주체도 부담을 나눠야 한다. 기꺼이 앞치마를 둘렀다는 이유로 하루의 대부분을 식당에 내주고, 다음 행사에서도 같은 자리를 지키는 일이 당연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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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평면 주민들이 원활한 식사 제공을 위해 주민식당 운영방법과 역할 분담을 협의하고 있다.>

 

출장뷔페 전환이 보여준 봉사자의 여유

 

65세 이상 주민 비율이 51%를 넘어선 임계면은 이번 주민식당 운영을 출장뷔페로 전환했다. 

주민 절반 이상이 고령층인 지역에서,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밥상을 차리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인 변화다.

전문업체가 음식을 마련하면 주민단체의 조리 부담을 덜 수 있다. 안내와 식사 지원을 나눠 맡고, 교대로 자리를 비울 여유도 생긴다. 식당 일을 마친 뒤에야 멀리서 듣던 노래를, 공연장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시간도 마련할 수 있다.

읍·면마다 사정은 다르다. 참여 인원과 연령, 식사 규모와 예산에 따라 직접 조리하거나 외부 음식을 공급받고, 출장뷔페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래 지켜 온 방식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지금 그 일을 맡은 주민들의 몸과 형편을 함께 헤아려야 한다.

 

봉사 시간을 나누고, 축제 참여 보장해야

 

공평한 봉사는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과 시간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된다. 명부에 적힌 회원 수가 곧 현장의 일손은 아니다. 해마다 같은 단체에 같은 인원을 요청하기에 앞서, 누가 얼마 동안 어떤 일을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건강과 생업을 고려해 업무를 나누고, 조리·운반처럼 부담이 큰 작업에는 전문 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일부 메뉴를 외부에서 공급받거나 설거지와 물품 운반에 별도 인력을 배치할 수도 있다. 주민들이 몸으로 메워 온 일손의 빈자리를 축제 운영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교대시간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하루 종일, 나흘 내내 자리를 지키게 하기보다 두세 시간씩 일을 나누면 부담을 줄이고 참여의 문도 넓힐 수 있다. 직장과 생업 때문에 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주민도 가능한 만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휴식과 공연 관람은 운영계획에 미리 담아야 한다. 

손님이 뜸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잠깐 앉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때 식사하고 다리를 쉬게 할 시간, 보고 싶은 공연에 맞춰 앞치마를 벗을 시간이 교대표에 함께 적혀야 한다.

 

봉사자를 축제의 주인공으로

 

북평면 새마을가족이 새벽부터 차린 밥상은 정선아리랑제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 정성을 오래 이어가려면 책임감 강한 몇몇 주민에게 기대 온 운영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축제의 규모를 계획할 때, 그 뒤에서 일할 사람들의 하루도 함께 헤아릴 때다.

봉사하는 주민도 축제를 즐길 권리가 있다. 누구보다 먼저 행사장에 와서 가장 늦게 돌아가면서도 공연 한 편 온전히 보지 못한다면, 그 하루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음식을 대접한 보람과 무대 앞에서 박수를 치는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에 맞춰 인력을 분산하고, 전문 인력과 주민단체가 일을 나누며, 봉사시간을 공평하게 배정해야 한다.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를 받는 사람에게도 따뜻한 밥 한 끼를 천천히 먹을 시간이 필요하다. 식당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손이 무대 앞에서는 편안하게 박수를 칠 수 있어야 한다. 유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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