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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가 만나사람 - 잊힌 역사를 다시 깨우다 윤기묵

  • 이광호 기자
  • 입력 2026.09.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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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 신동에서 시작된 문학과 역사 탐구

낮에는 식품산업 현장, 밤에는 집필…시집 4권·역사에세이 3권 펴내

탄광의 흔적과 지명·지역문화에서 정선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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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신문은 이번호부터 신동읍 예미농공단지 내 ㈜자미원 대표이자 시인·역사에세이 작가인 윤기묵 씨의 삶과 저술 활동을 4~5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에서는 윤 작가가 문학과 역사 탐구에 뛰어든 배경을 소개하고, 이후 정선의 역사가 배어 있는 지명과 지역문화를 차례로 조명할 예정이다.

 

낮에는 식품과 기계를 만들고, 밤에는 시를 쓰고 역사의 파편을 맞췄다.

신동읍 예미농공단지에서 식품산업 현장을 일구며 시와 역사에세이를 써온 윤기묵 작가.

그에게 어떻게 문학과 역사 탐구를 시작했느냐고 묻자 대답은 간결했다.

신동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동안 지역의 자연과 사람, 탄광이 남긴 흔적과 근현대의 역사·문화가 눈에 들어왔고, 그때부터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윤 작가는 현재 식품 제조와 식품가공기계, 수제맥주, 식품 개발 및 공장 설계·자문 등 서로 연관된 분야의 기업과 연구소 네 곳을 운영하고 있다. 치열한 산업 현장을 지키면서도 문학과 역사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동안 펴낸 책은 모두 일곱 권이다.

 

시집으로는 『역사를 외다』, 『외로운 사람은 착하다』, 『촛불 하나가 등대처럼』, 『곰팡이도 꽃이다』가 있다. 역사에세이로는 『만주 벌판을 잊은 그대에게』, 『역사의 파편』, 『교하와 염하 사이』를 출간했다.

 

기업을 운영하며 일곱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품이 들었다. 일을 하면서 언제 글을 썼느냐는 질문에 그는 “밤을 이용해 책을 썼다”고 답했다.

 

낮에는 제품과 기계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온전히 글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의 소음이 가라앉은 밤뿐이었다. 하나의 의문이 생기면 관련 자료를 찾아 읽었고, 생각이 꼬리를 무는 날에는 직접 현장을 찾았다. 그렇게 모은 기록과 사유가 한 편의 시가 되고 한 권의 역사에세이가 됐다.

 

윤 작가에게 식품을 만드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서로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다.

식품을 만들려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의 성질부터 살펴야 한다. 역사와 문화를 글로 옮기려면 한 지역에 켜켜이 쌓인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들여다봐야 한다. 눈앞에 드러난 결과보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고,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살핀다는 점에서 두 작업은 닮아 있다.

 

그의 역사에세이는 이름난 인물이나 거대한 사건만을 좇지 않는다. 한강 하구의 조강과 한반도 밖으로 밀려난 만주의 역사, 전쟁과 강대국 사이에서 고향을 잃은 몽족처럼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한 공간과 사람들을 다시 역사의 무대로 불러낸다.

 

기록의 중심에서 밀려났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시선이다.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잊힌 이름을 되짚어, 오늘의 독자 앞에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윤 작가가 신동에서 생활한 지도 14년이 됐다.

그는 덕산기 계곡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고 강기희 작가를 떠올리며 “정선의 문화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야 했는데, 고인이 돼 아쉽다”고 말했다.

 

정선의 역사 가운데서는 남면 수령과 무은담, 적조암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일대가 동학의 근거지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지역에 남은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를 더 깊이 알고 싶다고 했다.

 

그의 관심은 과거를 밝히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폐광지역이 새로운 관광·문화 공간으로 전환되는 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아리랑브루어리의 수제맥주와 두위봉철쭉축제를 연계한 ‘산맥축제’라는 이름을 제안하고, 고한 구공탄시장과 탄광의 기억을 잇는 표현으로 ‘탄맥을 캐다’라는 이름도 붙였다. 지역의 역사와 산업, 축제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려는 구상이다.

 

윤 작가는 역사를 박물관의 전시물이나 책 속에 갇힌 과거로 보지 않는다. 지역 사람들이 자신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할 때, 역사는 관광이 되고 문화가 되며 미래 산업을 만드는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밤마다 오래된 기록을 뒤지고 정선의 지명과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잊힌 역사를 불러내는 일은 지나간 시간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과거의 기억 속에서 찾는 작업이다.

 

이광호 egh71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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