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연재소설|녹도아리랑 ㊺] 그 이름은 쓰지 마라

  • 김광희 기자
  • 입력 2026.10.13 01:08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정선 동학항쟁사, 기록에 남지 않은 사람들

46-1 65%.png


죽은 사람의 이름이 산 사람의 집을 흔들었다

 

장례가 끝난 집에서 어머니는 밥그릇 하나를 버리지 못했다.

수연이 빈 상자를 내밀자 어머니는 그릇을 가슴 쪽으로 당겼다. 밑바닥에 붙은 검은 때를 엄지로 문지르다가, 닦이지 않자 그대로 부엌 창턱에 놓았다.

“이건 가져가야겠다.”

1994년 가을이었다.

마당의 감나무에는 비에 젖은 잎 몇 장이 남아 있었다. 문을 열어 놓자 찬바람이 방 안까지 들어와 벽의 달력을 들었다 놓았다. 외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넘긴 달이었다. 날짜 하나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으나 무엇을 기다린 날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약봉지를 모아 버리고 이불을 개었다.

베개를 들었을 때에는 손이 잠시 멎었다. 수연이 이불장을 열어 주자 베개를 이불 사이에 넣고 문을 닫았다.

일흔을 넘긴 뒤부터 외할머니는 이름을 자주 놓쳤다. 아들을 부르다가 먼저 죽은 남편의 이름을 대기도 했고, 수연이 누구인지 몰라보는 날에는 밥은 먹었느냐는 말만 거듭 물었다.

수연은 마지막 몇 해 동안 제 이름보다 아침에 먹은 것을 더 자주 알려 드렸다.

그런데 첫눈이 오면 외할머니는 어김없이 밥 한 그릇을 더 놓으라고 했다.

 

“누구 밥인데?”

어머니가 물으면 숟가락 자루를 밥상 안쪽으로 돌려놓았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

그 이름은 끝내 듣지 못했다.

누구도 앉지 않은 자리에서 밥이 식었고, 가족들은 오래된 제삿날을 잘못 기억하시는 줄 알았다. 어머니는 밥을 덜어 내면서도 그릇은 곧바로 치우지 않았다.

 

수연은 창턱의 그릇을 보았다.

어머니가 돌아서서 장롱 문짝을 잡아당겼다. 뒤틀린 문이 기울어지며 좀 먹은 나뭇가루가 발등에 떨어졌다.

“이건 버려야겠다. 문도 안 닫히네.”

수연이 아래 서랍을 빼내자 뒤쪽 틈에서 납작한 꾸러미가 따라 나왔다. 천이 나무에 걸려 조심스럽게 빼냈으나 매듭을 풀기도 전에 묵은 먼지가 무릎 위로 쏟아졌다.

 

꾸러미에는 누렇게 바랜 배냇저고리와 접힌 종이 몇 장, 표지가 떨어진 공책이 들어 있었다. 저고리의 소매는 손가락 몇 개를 넣으면 다 찰 만큼 작았다.

한쪽에는 오래된 바느질 자국이 남아 있었고 앞섶 끝에는 빛깔이 조금 다른 천이 덧대어져 있었다. 그 둘레로 검게 눋은 가장자리가 가늘게 드러났다.

 

“여기는 탔나 봐.”

어머니가 옷을 창 쪽으로 들었다. 덧댄 천은 몸판보다 조금 두꺼웠고 오래 접힌 자리를 펴자 앞섶이 손바닥 위에서 비스듬히 들렸다.

저고리 밑에는 작은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수연은 귀퉁이를 펴고 글을 읽었다.

변무진의 겨울옷을 그의 어머니 순덕이 잘라 한결의 배냇저고리로 지었다. 동백 할머니에게서 시어머니를 거쳐 내게 전해졌다. 지어 준 이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고 적어 둔다.

어머니는 저고리를 무릎에 내려놓고 종이를 받아 들었다. 글씨를 살피던 손이 멎었다.

“엄마 글씨야. 젊을 때 쓰시던 글씨.”

 

수연은 종이와 공책을 나란히 놓았다. 가늘고 고르게 놓인 글씨와 늙어서 힘이 빠진 글씨 사이에 같은 모양의 받침이 있었다.

“외할머니가 적으신 거네.”

다른 종이에는 사람의 이름이 세로로 적혀 있었다.

 

변무진. 이원복. 이한결. 이정명.

 

정명 곁에는 아내 이정숙의 이름이, 그 아래에는 외삼촌과 어머니의 이름이 나란히 있었다. 먼저 쓰인 붓글씨 곁으로 연필 자국이 이어졌고, 닳은 가장자리에는 얇은 종이를 덧대어 놓았다.

“우리 집안에 변씨가 있었어?”

어머니가 종이를 창 쪽으로 기울였다. 정숙의 이름 곁에 남편 정명이 있었고 그 위에 한결이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이한결이셨어. 아버지도 이정명이셨고.”

어머니는 이한결 위에 적힌 두 이름을 짚었다.

“변무진은 누구고, 이원복은 누구라는 거니?”

수연은 공책을 펼쳤다.

앞부분에는 병원에 간 날짜와 약 이름이 적혀 있었고 몇 장 뒤부터 집안 이야기가 나왔다. 줄을 맞추려다 비뚤어진 문장 사이로 지운 자국이 많았다.

 

시아버지 한결은 원복 어른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 출생을 알았다고 하셨다.

 

낳은 아버지는 변무진이었다. 시할머니 동백은 오래도록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셨다.

 

다음 장에는 원복이 장에서 가져왔다는 물건들과 한결이 어릴 때 신었던 짚신의 크기가 적혀 있었다. 그 사이에 무진은 아이가 생긴 줄 모르고 떠났으며 동백과 원복이 함께 한결을 길렀다는 이야기가 끼어 있었다.

원복과 동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이름도 나왔다. 한결은 동생들을 업어 주었고 원복이 장에 나간 날에는 어린것들이 잠든 뒤에야 제 자리에 누웠다고 했다.

 

몇 장을 넘기자 옷에 관한 기록이 나타났다.

 

1939년 겨울, 혼인한 지 두 해가 되었을 때였다. 가게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부엌과 맞닿은 방문 곁에 궤가 있었는데, 꺼낸 물건들이 문턱 너머로 밀려 떨어졌다. 저고리 앞섶에 불씨가 붙었다. 동백 할머니는 손으로 불씨를 떼어 내다가 데셨다. 정명이 옷을 받아 들었고 나는 젖은 천을 가져와 덮었다.

 

어머니가 덧댄 천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받쳐 주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네.”

어머니는 손끝으로 덧댄 천의 결을 따라갔다.

“엄마가 스무 살 때야.”

아래에는 기운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날 저녁 옷의 내력을 들었다. 순덕 어머니가 무진의 옷으로 지어 주셨다고 했다. 동백 할머니의 낡은 적삼에서 천을 골라 앞섶을 기웠다. 정명이 옆에서 옷을 받쳐 주었다.

수연은 저고리를 가까이 보았다. 작은 구멍을 메운 천 둘레로 실이 고르게 지나갔다. 몇 땀은 간격이 좁고 그다음은 조금 넓었다.

어머니는 손가락을 그 위에 대려다가 거두었다.

“이걸 기우실 때 아버지가 옆에 계셨네.”

 

외할아버지는 수연이 어릴 때 세상을 떠났다.

수연에게 남은 것은 가게 의자에 앉아 신발의 흙을 터시던 모습이었다.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대부분 가게와 장길에 관한 것이었다. 비가 오면 물건부터 안으로 들였다는 것, 손님이 돌아간 뒤에도 문 앞을 한 번 더 살폈다는 것.

“아버지는 엄마보다 두 살 위였으니까…….”

어머니가 수색 날짜를 다시 보았다.

“스물두 살이셨네.”

 

수연은 덧댄 천을 보았다. 외할머니가 바늘을 당기는 동안 젊은 외할아버지는 어디를 잡고 있었을까. 실이 걸리지 않도록 소매를 들어 주었을까. 수연이 기억하는 늙은 손으로는 그 작은 옷을 받치는 모습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공책에는 그날 들은 대화를 뒤에 잊기 전에 옮겨 놓았다는 말도 있었다.

 

시아버지는 이원복의 아들로 살겠다고 하셨다. 장길과 장사를 가르쳐 준 분이 원복 아버지였고, 동생들에게도 끝까지 형과 오라버니로 남고 싶다고 하셨다. 정명도 이씨로 살겠다고 했다. 작은아버지와 고모들에게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고 시아버지는 그러겠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이한결과 이정명의 이름을 번갈아 보았다.

수연은 접힌 모서리를 폈다. 그 아래에는 동백이 성이 다른 자식들을 보며 다시 슬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한결의 마음이 적혀 있었다.

 

공책에는 무진의 생가에 관한 기록도 있었다.

시아버지는 그 집을 순임 이모에게 넘기셨다. 순임 어른은 무진의 누이였다. 뒤에는 그 자손들이 집을 돌보았다.

수연은 그 대목을 두 번 읽었다.

“집이 남아 있나 봐.”

어머니가 얼굴을 들었다.

“무진 어른이 태어난 집?”

“응. 한결 어른이 순임 이모에게 넘겼대. 그 뒤로는 이모네 자손들이 돌봤고.”

 

한 장 위쪽에는 변귀수라는 이름이 있었다.

거칠현에 들어간 선비의 후손이라는 말 아래로 변한필과 석주, 무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먼 선조에게서 그들까지 이르는 이름들이 모두 적혀 있지는 않았다.

수연은 공책을 무릎에 내려놓았다.

“정선에 가봐야겠어.”

“그 분을을 찾으러?”

“무진이라는 이름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 그 집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보고 싶어.”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낱장을 들었다. 어머니가 손바닥으로 눌러 주었다.

“나도 가자.”

그날 두 사람은 장롱을 버리지 못했다. 빠진 서랍만 다시 밀어 넣었으나 끝까지 들어가지 않아 손가락 두 마디만큼 벌어진 채 남았다.

 

정선으로 가는 버스는 비에 젖은 고개를 넘었다.

굽이를 돌 때마다 창유리의 물방울이 옆으로 길게 흘렀다.

골짜기의 강은 산에 가렸다가 낮은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수확을 마친 밭에는 잘린 줄기들이 검게 젖어 있었고 무밭에서는 우의를 입은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어머니는 꾸러미를 무릎에 놓고 졸았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손이 먼저 움직여 매듭을 붙잡았다. 휴게소에서 산 따뜻한 음료는 반도 마시지 못한 채 식어 있었다.

 

수연은 공책에서 옮겨 적은 지명들을 살폈다. 아우라지, 남면, 무은담, 싸내, 녹도. 집에서는 한 페이지에 모여 있던 이름들이었으나 버스는 그 사이를 오래 달렸다. 고개 하나를 넘는 동안 어머니가 깨어 물을 마셨고 다시 잠들었다.

정선읍에 도착했을 때에는 비가 가늘어졌다.

가게 앞의 상자들이 처마 안으로 들어갔고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산을 폈다. 어머니는 구두 끝에 붙은 낙엽을 털고 꾸러미를 외투 안으로 당겼다. 수연이 가방을 고쳐 메는 동안 정류장에 붙은 안내도를 살폈다.

 

“문화원이 이쪽인가 보다.”

정선문화원 자료실에는 난방이 들어오기 전의 냉기가 남아 있었다. 직원이 내준 책을 펼치자 묵은 종이 냄새가 났다. 어머니는 외투를 벗지 않은 채 수연 곁에 앉아 공책의 모서리를 펴 놓았다.

군사를 보내라는 명령과 누구를 붙잡으라는 전령, 농민군이 어느 길로 이동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수연은 같은 고을의 이름이 달리 적힌 곳을 옮기고 뜻이 분명하지 않은 대목에는 표시를 했다.

 

지왈길과 유시헌의 이름은 관련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었으나 무진은 보이지 않았다.

성을 달리 읽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앞뒤의 이름까지 살폈지만 공책 속 사람과 이어 붙일 근거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는 없니?”

어머니가 한참 뒤에 물었다.

“오늘 본 자료에서는 못 찾았어.”

 

어머니는 더 묻지 않았다. 수연이 읽어 준 토벌 명령을 손끝으로 따라가다가 집으로 돌아간 사람까지 붙잡으라는 대목에서 멈췄다.

“돌아가서 밭을 갈고 있어도 잡았다는 거구나.”

수연은 문서의 제목과 날짜를 수첩에 적고 공책과 대조했다. 자료에서도 확인되는 이야기는 따로 표시했으나 무진의 이름이 적힌 곳에서는 펜을 멈췄다.

오후의 햇빛이 책상 끝으로 들어왔다. 어머니가 꾸러미를 조금 열자 저고리의 접힌 소매가 드러났다. 덧댄 천과 몸판의 빛깔이 볕 아래에서 더 뚜렷하게 갈렸다.

“이 옷을 입었던 사람은 살아서 자식도 낳았는데, 그 사람 아버지는 이름 하나 찾기가 이렇게 어렵네.”

 

수연은 한결이 장에 다니던 대목을 펼쳤다.

원복에게 길을 배우고 아버지가 늙자 등짐을 대신 졌다는 기록이었다. 무진의 이름을 찾느라 서둘러 넘겼던 페이지들이었다.

수연은 넘기려던 페이지를 그대로 두고 수첩을 당겼다. 무진의 이름 아래 비워 둔 줄을 지나 다음 장을 폈다.

“이것도 옮겨 적어야겠어.”

수연이 말했다. 어머니는 저고리를 천 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산그늘이 거리까지 내려와 있었다. 두 사람은 김이 서린 식당 유리문을 밀었다. 안에서는 젖은 외투 냄새와 된장 끓는 냄새가 함께 났다.

어머니는 국그릇이 놓이자 가방을 의자 안쪽으로 옮겼다.

“내일은 그 집부터 가자.”

 

46-2 65%.png

 

두 사람은 남면사무소에 닿기 두 정거장 앞에서 버스를 내려 골짜기로 들어갔다.

무진이 살았다는 집으로 가는 길에는 밤새 내린 비가 고여 있었다. 낙엽 밑의 흙이 물러 발을 디딜 때마다 신발 가장자리로 흙탕물이 배어 나왔다. 어머니는 밭 가장자리의 단단한 땅을 골라 걸었다. 수연이 고인 물을 건너뛰다가 발을 헛디디자 돌아보았다.

“천천히 와. 집이 어디 가겠니.”

길을 알려 준 노인이 갈림길에서 집 쪽을 가리켰다.

“순임 어른 자손들이 돌보는 집 말이지요? 저 위에 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자 낮은 담 너머로 지붕이 보였다. 집은 골짜기 물길보다 조금 높은 산비탈 아래에 붙어 있었다. 뒤로는 소나무가 비탈을 덮었고 앞으로는 작은 밭들이 냇가까지 내려갔다. 고랑은 땅속에 박힌 바위를 피해 휘어졌으며 밭 가장자리에는 골라낸 돌들이 쌓여 있었다.

 

대문을 열어 준 사람은 순임의 후손이었다.

가까운 곳에 살며 집을 돌본다고 했다.

정명의 이름을 듣자 그는 기억을 더듬듯 두 사람을 보았다. 어머니가 정명의 딸이고, 얼마 전 어머니 정숙의 장례를 치렀다고 설명하자 대문을 더 크게 밀었다.

“미리 알았으면 방을 좀 덥혀 놓았을 텐데요.”

마당에는 젖은 솔잎과 낙엽이 깔려 있었다.

 

어머니는 사랑방 앞뜰에서 멈췄다.

늙은 도수매가 서 있었다.

공책에는 변귀수가 심은 나무에서 이어졌다고 전하지만 한필도 그 내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혀 있었다. 수연은 밑동의 검게 팬 구멍과 처마 쪽으로 굽은 가지를 번갈아 보았다. 구멍 안에는 젖은 잎이 붙어 있었고 오래전에 잘린 자리 곁에서 새 가지가 돋아 있었다.

 

“이 나무구나.”

어머니가 들뜬 껍질 가까이 손을 가져갔다가 거두었다. 처마 쪽으로 굽은 가지 아래를 먼저 숙여 지나갔고 수연도 뒤따라 몸을 낮추었다. 공책 속에서 석주가 지게를 멘 몸을 틀어 지나가던 자리였다.

 

너와지붕에는 새로 갈아 끼운 널쪽이 옅은 빛을 드러냈다. 낮은 마루 너머로 방과 부엌이 바투 붙어 있었다. 수연이 올라서자 닳은 판자 하나가 발밑에서 낮게 울었다. 부엌으로 돌아드는 모서리는 오래 쓸려 둥글어져 있었다.

어머니는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앉았다. 순임의 후손이 마루 끝의 낙엽을 쓸어 내자 부엌 문턱 아래로 잎 몇 장이 떨어졌다.

 

“한결 어른이 순임 할머니에게 집을 넘겼다고 적혀 있어요.”

수연이 공책을 보여 주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넘기고도 오셔서 손볼 데를 살폈다고요. 순임 할머니 뒤에는 자식들이 맡았고 지금은 저희가 번갈아 봅니다.”

 

“계속 사람이 살았나요?”

“살던 때도 있고 비워 둔 때도 있었지요. 그래도 지붕은 그냥 두면 안 됩니다. 물이 새면 방까지 금방 상하니까.”

그는 지난여름 손본 처마를 가리켰다. 수연은 받아 적다가 펜을 멈췄다. 집을 넘겼다는 공책의 한 줄 뒤에 비가 샌 곳을 살피고 썩은 나무를 갈아 끼운 날들이 이어져 있었다.

 

수연은 공책에 남은 다른 이름들을 보여 주었다. 그가 선뜻 알아보는 이름도 있었고 처음 듣는다는 이름도 있었다. 순임의 이름에서는 오래 눈길을 두었다.

“집안에서 들으신 말씀을 좀 더 알 수 있을까요?”

그는 공책을 돌려주며 방 안을 살폈다.

“내가 본 건 집을 고치는 어른들이었지요. 그 위의 일은 나도 들은 겁니다. 누구한테 들었는지까지는 이제 분명하지 않고요.”

 

수연은 수첩에 적으려던 말을 멈췄다.

확인할 수 없는 대목에는 빈 줄을 남겼다. 그는 공책을 덮지 않고 수연 앞에 내려놓았다.

어머니는 부엌 앞에 섰다. 아궁이 위의 벽과 낮은 들보에는 그을음이 배어 있었고 처마의 물이 돌 위에 부딪혔다.

“순덕 어른도 여기서 밥을 지었겠지.”

수연이 다가가자 어머니는 그을음 밴 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뭔 일 있었냐고 물어도 괜찮다고만 했겠지. 그래도 밥은 먹여야 하니까.”

수연은 부엌에서 마루까지 걸어 보았다. 좁은 모서리에서 몸을 틀고 문턱을 넘으며 고개를 숙였다. 뒤따라오는 어머니에게 길을 내주려 옆으로 물러섰다.

마루에 앉자 건너편 산에서 안개가 벗겨지고 있었다. 바람이 처마의 물방울을 떨어뜨렸고 젖은 잎들이 마당에서 뒤집혔다.

 

어머니가 꾸러미의 매듭을 풀었다.

“여기서 한번 펴 보고 싶었어.”

저고리를 꺼내자 소매에 걸렸던 내력 종이가 마루로 떨어졌다.

수연이 집어 펴 놓았다. 순덕의 이름이 첫 줄에 있었다.

이 집에서 아들의 겨울옷을 잘랐을 것이었다. 겨드랑이와 팔꿈치의 닳은 곳을 피해 성한 천을 골랐을 것이었다. 가위를 놓았다가 다시 들고, 작은 몸이 들어갈 만큼 소매를 줄였을 것이었다.

수연은 문밖의 부엌을 보았다. 공책에는 순덕이 아이를 안고도 끝내 아버지가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순임의 후손이 문설주 곁에 섰다.

 

“한결 어른 옷입니까?”

“순덕 어른이 지어 주셨대요.”

어머니가 종이를 돌려 주었다. 그는 허리를 숙여 읽고, 앞섶의 검게 눋은 자리를 보았다. 수연이 불씨가 붙었던 일과 외할머니가 동백의 적삼 천으로 기운 일을 설명했다.

어머니는 한쪽 소매를 올려놓았고 수연은 반대쪽을 받쳤다. 접힌 옷이 벌어지자 몸판 가운데가 둥글게 떴다. 아이 하나 누울 자리가 두 사람의 손 사이에 놓였다.

“엄마가 기우실 때 아버지가 받쳐 주셨대요.”

어머니가 말했다. 수연은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옷을 조금만 당겨도 오래된 바늘땀이 벌어질 것 같았다.

 

마당에서 잎 하나가 마루 끝까지 밀려왔다.

순임의 후손은 그것을 집어 들고 한동안 손가락 사이에서 돌렸다.

“지붕 손보느라 들락거렸어도 이런 옷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수연은 저고리를 다시 접었다. 소매를 차례로 포개고 기운 앞섶은 꺾이지 않게 위에 놓았다. 어머니는 옷 밑을 받친 채 수연이 내력 종이를 넣을 때까지 기다렸다.

대문을 나서며 수연은 돌아보았다.

순임의 후손이 들뜬 창호 귀퉁이에 풀을 먹이고 있었다. 붓을 내려놓고 문을 여닫아 보자 문짝이 한 번 낮게 울었다.

 

집을 나온 두 사람은 칠현을 모신 사당에 들렀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젖은 흙 냄새 대신 오래된 나무와 향의 냄새가 났다.

어머니는 위패 앞에 멈춰 변귀수(邊貴壽)의 이름을 입술로 읽었다.

수연은 공책을 펼쳤다.

일곱 사람이 산으로 들어갔고, 그 뒤의 사람들은 산에서 내려왔다.

그 아래에 변한필과 석주, 무진의 이름이 이어졌다.

 

먼 선조에게서 그들까지 내려오는 계보에는 빈 곳이 많았다. 그러나 그 집에서 살던 사람들의 사정은 남아 있었다. 절개를 지키려 했던 한필, 홍수 뒤에도 줄지 않은 도지를 두고 관아에 불려간 석주,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려고 소장을 냈던 무진.

어머니는 위패를 보다가 물었다.

“이름을 다 찾으면 글이 되는 거니?”

“아니. 무진 어른이 왜 집을 나갔는지도 알아야지.”

어머니는 꾸러미를 고쳐 안았다.

“순덕 어른은 남아 계셨잖아. 그분 얘기도 써.”

 

수연은 공책에서 순덕과 순임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계보를 따라갈 때에는 지나쳤던 이름들이었다. 그 집의 부엌과 낮은 문턱을 보고 나자 공책을 넘기는 손이 전보다 느려졌다.

문밖에는 볕이 들어 있었다. 어머니가 돌계단의 젖은 잎을 구두로 밀어 치웠고 수연은 공책을 가방에 넣었다.

 

정선읍에서 철물점을 하는 이재성은 한결의 동생의 손자였다. 재성의 아버지와 정명이 사촌이어서 수연의 어머니와는 육촌 사이였고, 나이는 재성이 몇 살 아래였다. 얼마 전 당숙모 정숙의 장례에서도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했다.

가게 앞에는 삽과 낫이 걸려 있었고, 문턱에는 손님들이 묻혀 온 흙이 말라붙어 있었다. 석유난로 위에서는 주전자의 김이 느리게 올라왔다.

 

재성은 두 사람을 알아보고 계산대 밖으로 나왔다.

어머니에게 난로 가까운 의자를 권하고 수연이 앉을 자리까지 마련했다.

“누님, 집은 좀 정리했어요? 장례 때는 경황이 없어서 얘기도 못 했네요.”

“아직 다 못 했어. 손대면 뭐가 자꾸 나와서.”

어머니가 꾸러미를 무릎에 올려놓자 재성은 잔 두 개를 가져왔다. 따뜻한 물을 따르는 동안 수연은 탁자 위의 전표를 한쪽으로 모았고, 어머니는 가방에서 공책을 꺼냈다.

“엄마가 남긴 걸 찾았어. 집안 얘기가 적혀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게 많아서.”

재성은 정숙의 글씨를 알아보고 공책을 가까이 당겼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짚어 주는 대목을 따라 읽었으나 한결의 출생을 적은 줄에 이르자 페이지를 넘기던 손이 멎었다.

 

“한결 큰할아버지 아버지가 따로 있었다고요?”

수연은 정숙이 한결과 동백에게 들은 이야기를 옮겨 놓았다고 설명했다. 옷의 내력 글과 집안 기록도 곁에 펼쳐 놓자 재성은 두 종이를 번갈아 읽다가 어머니를 보았다.

“누님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장롱 서랍 뒤에 있었어. 엄마한테 이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고.”

재성은 잔을 어머니 앞으로 밀어 주었다.

수연에게 정선에서는 누구를 만났느냐고 묻더니, 문화원에 다녀왔다는 말을 듣고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뒤 남자와 여자가 들어왔다. 한결의 동생들 쪽 후손으로, 어머니보다 나이가 많아 집안에서 오라버니와 언니로 부르던 사람들이었다.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자는 장례 뒤에 몸은 괜찮으냐고 물었고, 남자는 재성에게 공책을 받아 들었다.

남자가 읽는 동안 여자는 어머니 곁에 앉아 꾸러미를 살폈다. 천 밖으로 나온 소매가 보이자 어머니가 저고리와 내력 종이를 함께 펼쳐 주었다.

 

“이게 한결 어른이 입으셨다는 옷이야?”

“그렇게 적혀 있어요.”

여자는 작은 소매를 보다가 남자에게 눈길을 돌렸다. 남자는 공책을 내려놓고 한동안 손바닥으로 표지를 누르고 있었다.

“이 원 자, 복 자 쓰시는 증조할아버지 제사는 여전히 네 오빠가 모시지?”

“네. 올해도 집에서 모셨어요.”

“우리도 갔잖아. 재성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절을 했고.”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 탁자 다리에 의자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는 아무도 모르던 얘기를 이제 밖에서 듣게 생겼구나.”

“우리도 그때는 몰랐어요. 이번에 찾았다니까요.”

“네가 알고도 숨겼다는 말이 아니야. 우리한테는 그 집이 큰집인데, 남한테서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어떻겠니?”

재성은 난로 곁에 서 있다가 탁자 쪽으로 돌아왔다.

“지난 제사에도 형님이 잔 올리고 저희가 뒤에서 절했어요. 누님은 부엌에서 음식 내오셨고요.”

 

어머니는 무릎 위의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수연도 그날을 기억했다. 외삼촌이 술잔을 받는 동안 어머니가 접시를 건넸고, 재성은 상에 자리가 나도록 그릇을 조금씩 옮겼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남은 음식을 나누어 담으며 다음에 만날 날을 이야기했다.

여자가 저고리 위에 내력 종이를 내려놓았다.

“작은어머니는 이걸 가지고 계시면서도 우리한테 말씀하지 않으셨네.”

어머니가 대답하지 못하자 여자는 종이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런 걸 찾았으면 우리끼리 먼저 앉아서 봤어야지.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기 전에.”

“그래서 여기 온 거예요.”

“정선문화원부터 갔다며.”

어머니는 탁자에 놓인 잔을 들었다가 마시지 않고 내려놓았다. 수연이 대신 입을 열었다.

“제가 가자고 했어요. 엄마는 같이 와 주신 거고요.”

“네 엄마 탓만 하는 게 아니다.”

남자가 수연을 보았다.

“너도 제사 때 와서 절했잖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생각을 먼저 했어야 한다는 거야.”

가게 문 앞에서 낫을 살피던 손님이 안쪽을 돌아보았다. 재성이 손님에게 다가가는 동안 여자는 공책을 덮어 어머니 앞으로 밀었다.

 

“오늘은 그만 넣어 둬. 우리도 갑자기 들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공책을 가방에 넣자 남자가 옷의 내력 종이까지 집어 건넸다. 수연은 종이를 접으려 했으나 저고리 소매가 아래에 걸려 함께 들렸다. 어머니가 옷을 받쳐 주는 동안 남자는 외투 단추를 채웠다.

“다른 집에는 더 찾아가지 말고. 이 얘기를 처음 듣는 사람마다 오늘처럼 놀랄 테니까.”

여자는 문 앞에서 어머니의 팔을 잠깐 잡았다. 장례 뒤에 무리하지 말라던 인사는 되풀이하지 않았고, 어머니도 다음에 보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나간 뒤 재성은 문 앞에 서 있다가 돌아와 빈 의자를 탁자 아래로 밀었다. 어머니 앞의 잔에서는 더 이상 김이 나지 않았다.

“누님, 제가 사람을 불러서 일이 커졌네요.”

“너라도 같이 봐 줄 줄 알았어.”

어머니가 말하자 재성은 의자를 밀던 손을 놓았다. 잠시 꾸러미를 바라보다가 가게 뒤편으로 들어갔고, 작은 상자를 가져와 탁자에 내려놓았다.

“원복 증조할아버지 것이라고 전하는 장부예요. 찾으시는 얘기는 없겠지만 이것도 한번 보세요.”

족보를 옮긴 종이 밑에 낡은 장부가 있었다. 물건을 들인 값과 받은 돈, 아직 받지 못한 몫이 짧은 글씨로 적혀 있었고, 소금과 포목, 장을 다닌 고을의 이름 사이에는 집안에서 쓴 돈이 끼어 있었다.

 

한결 신. 약값. 쌀.

서로 다른 날짜에 떨어져 있는 항목들이었다. 어머니는 약값 대목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가 아팠던 모양이네.”

“그럴 수도 있겠지요. 저도 정확히는 몰라요.”

수연이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묻자 재성은 작은 쇳덩이를 천에 싸 장부 모서리에 놓았다. 어머니는 종이를 눌러 펴려던 손을 비켰고, 수연은 글씨에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자리를 옮겼다.

촬영이 끝나자 재성은 장부를 덮으면서도 곧바로 상자에 넣지는 않았다.

“누님, 이건 계속 우리 집에 둘게요.”

“그래. 잘 간수해.”

재성은 벌어진 귀퉁이를 쓸어 누른 뒤 장부를 넣었다. 수연이 카메라를 가방에 넣는 동안 어머니는 저고리를 접고 내력 종이를 그 밑에 받쳤다.

 

가게 밖에는 저녁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우산을 펴는 동안 안에서 상자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재성은 문 앞까지 따라 나왔으나 들어올 때처럼 차를 더 마시고 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수연은 가방을 외투 안쪽으로 당기고 어머니 곁에 섰다.

“엄마, 미안해. 같이 오자고 해서.”

어머니는 우산을 수연 쪽으로 기울이며 정류장이 어느 쪽인지 물었다.

 

수연이 길을 가리키자 먼저 걸음을 옮겼고, 두 사람은 처마 밑에서 쏟아지는 물을 피해 보도 안쪽으로 붙어 걸었다.

정류장에 닿을 때까지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수연이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돌아왔을 때에도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을 보고 있었다.

“약값 적힌 데도 찍었지?”

“응. 신발값하고 쌀 적힌 데도.”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버스가 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우산을 든 손을 바꾸면서도 꾸러미를 안은 팔은 풀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수연은 카메라를 책상에 놓았다. 현상하기 전에는 사진을 펼쳐 볼 수 없었다. 수첩에 적은 장부 항목을 공책 곁에 놓고 두 기록을 번갈아 읽었다.

 

외할머니는 한결이 누구에게서 태어났는지를 적었다. 원복의 장부에는 아이에게 들어간 돈이 남아 있었다. 같은 아이였으나 한쪽에는 아버지의 이름이, 다른 쪽에는 신발과 약이 있었다.

수연은 새 수첩을 펴고 첫 줄에 변무진을 썼다. 다음 줄에는 이원복을 썼다. 두 이름 사이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몰라 펜을 눕혔다.

어머니가 젖은 우산을 문 옆에 세웠다.

“내일 녹도는 가는 거지?”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꾸러미를 가방 깊이 넣지 않고 머리맡에 놓았다.

 

녹도로 가는 날에는 서리가 내렸다.

수연과 어머니는 정선아리랑시장 부근에서 버스를 내렸다.

역까지 가는 대신 다리를 걸어서 건너기로 했다.

예전에는 섬이었다는 녹도 일대를 강 건너에서 먼저 바라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꾸러미를 고쳐 안는 동안 버스가 떠났고 찬 공기가 옷깃 안으로 스며들었다. 길 건너에서는 가게 셔터가 덜컹거리며 올라갔다. 채소 상자를 나르던 사람이 지나자 배추 겉잎의 물이 보도에 떨어졌다.

“역으로 가면 되는 거니?”

“응. 다리 건너서 걸어가면 돼.”

 

두 사람은 강 쪽으로 걸었다.

햇빛이 내려온 보도와 산그늘에 잠긴 보도 사이로 발이 오갔다. 길가의 풀은 서리를 뒤집어쓴 채 고개를 숙였고 빛이 닿은 잎 끝에서는 물방울이 떨렸다.

다리에 올라서자 강바람이 꾸러미의 귀퉁이를 들췄다. 강 건너에는 건물들이 이어졌고 정선역과 철로는 그 뒤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맞은편 사람이 꾸러미를 피해 몸을 틀자 수연은 어머니 쪽으로 붙어 걸으며 공책을 꺼냈다.

 

 

7c699a04-41f0-4452-9a80-b2bb915bed63 60%.png


녹도(綠島).

그 아래에는 큰녹도와 작은녹도의 위치가 적혀 있었다. 종이 위에서는 나뉘어 있던 두 곳이 눈앞에서는 길과 건물로 이어져 있었다.

다리 중간에 이르러 어머니가 걸음을 늦췄다.

“저 건물들 있는 데가 섬이었다는 거지?”

“응. 정선역 쪽은 큰녹도였고 신촌 쪽으로는 작은녹도가 있었대.”

 

어머니는 난간 곁에 멈춰 건너편을 살폈다.

“세상에. 저 넓은 데가 다 섬이었다니.”

건물 사이로 차 한 대가 들어갔다. 어머니는 차가 사라진 곳을 보다가 강으로 눈을 내렸다. 얕은 자리에서는 돌들이 드러났고 깊어진 곳에서는 물빛이 짙어졌다.

“물이 어디로 둘렀다는 건지 봐도 모르겠네.”

수연은 끼워 온 지명 자료를 펼쳤다.

바람에 종이가 접히려 해서 두 손으로 잡아야 했다.

 

예전에는 봉양리 적거리 아래에서 조양강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물줄기가 구미동 앞과 신촌 일대를 감싸 흘렀고 그 안의 땅이 녹도였다. 아래쪽에서는 오반리에서 내려오는 냇물과 강물이 만나 작은녹도의 경계를 이루었다. 물이 불어나면 우묵골 앞과 둔덕 뒤로도 흘러 병목 쪽으로 빠졌다고 했다.

수연은 지명을 읽으며 고개를 들었다.

옛 물길을 풍경에 놓아 보려 했으나 건물 뒤에서 자꾸 끊겼다.

“구미동 앞쪽으로도 물이 흘렀대. 철길을 놓으면서 제방으로 막고 다른 쪽으로 돌렸다고 해.”

“땅은 그대로 있는데 물이 안 도니까 섬이 아니게 된 거네.”

 

자료에는 증산에서 정선까지 철도가 개통된 날이 1967년 1월 20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녹도의 물길은 그 구간을 공사하면서 바뀌었다. 철도가 들어오기 전에는 밤나무 밭과 채소밭이 있었고 지금의 봉양초등학교 부근에는 소나무 숲이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철도 개통 연도를 다시 물었다.

“육십칠 년이면 내가 스물셋이었네.”

강 건너를 보던 눈길이 건물 사이의 낮은 땅에 머물렀다.

“여기 살던 사람들은 봤겠구나. 물을 막는 것도, 처음 기차가 들어오는 것도.”

차가 지나가자 발밑에서 낮은 떨림이 올라왔다. 수연은 난간을 짚었다가 찬 기운에 손을 거두었다. 아래에서는 교각에 갈라진 물살이 다시 합쳐졌다.

공책에는 읍내에서 녹도로 건너가는 나루가 뱃나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 제2교 위쪽에 있었다고 했다.

 

“장에 다녀오던 사람들도 저기서 배를 탔겠지.”

어머니가 몸을 돌렸으나 기슭 어디에도 나루였음을 알려 주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수연은 곡식 자루를 내려놓은 사람과 빈 광주리를 든 여자를 떠올렸다. 아이의 손을 잡고 배를 기다리다가 바람이 불면 치마 가까이 당겼을 것이다. 배가 닿으면 짐을 건넨 뒤 젖은 뱃전에 발을 디뎠을 것이다.

 

공책을 넘기던 손이 동백의 이름 앞에서 멈췄다.

동백과 원복도 어느 기슭으로 배를 붙였을 것이었다. 다리도 철길도 없던 겨울밤, 뱃전을 붙잡고 눈 덮인 돌 위로 내려섰을 것이었다.

“그 사람들 데리고 나온 데도 여기쯤이니?”

“녹도에서 거뒀다고만 적혀 있어. 어느 쪽으로 들어갔는지는 몰라.”

어머니는 더 묻지 않았다. 꾸러미를 품 쪽으로 당겨 안고 강을 바라보았다.

다리를 벗어나 건물 사이로 접어들자 바람이 약해졌다.

 

역전으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누군가 낙엽을 쓸고 있었다.

빗자루가 보도에 닿을 때마다 잎들이 긁히는 소리를 냈다. 골목에서 바람이 나오자 모아 놓은 잎 몇 장이 다시 흩어졌다.

어머니는 꾸러미를 반대쪽 팔로 옮겼다. 수연이 들겠다고 하자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건넸다.

“너는 이거 들어. 옷은 내가 들게.”

공책에는 동백과 원복이 무진의 몸을 거두어 산으로 옮겼다고 적혀 있었다. 함께 묻은 이들 가운데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덤으로 가는 길과 훗날 그곳을 다시 찾아간 사람에 관한 기록은 없었다.

 

수연은 건물 너머의 산을 보았다.

볕을 받은 능선에는 가을빛이 남아 있었으나 골짜기는 어두웠다. 무진을 업은 원복이 어디로 올라갔는지, 동백이 어느 나무 아래에서 몸을 받쳐 주었는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을 아는 이에게 옛길을 물었으나 바뀐 지형과 시설들 사이에서 그 밤의 길을 되찾기는 어려웠다.

산자락을 조금 오르자 철망이 길을 막았다. 어머니는 철망 너머 비탈을 살폈다. 마른 풀이 눕고 일어날 때마다 돌 몇 개가 드러났다. 어느 돌도 무덤의 자리라고 말해 주지는 않았다.

“집은 남아 있는데 묻힌 자리는 못 찾는구나.”

 

어머니는 되돌아와 낮은 바위에 앉았다.

수연도 곁에 앉아 물병을 열었다. 아래로 강과 다리가 보였고 멀리 역의 지붕과 철길이 햇빛을 받았다.

“우리 할아버지도 아버지 무덤을 찾으러 왔을까.”

“그건 적혀 있지 않아.”

어머니가 물을 마시는 동안 바람이 공책을 넘겼다.

두 사람은 되짚어 내려와 강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섰다. 수연이 이름을 적은 페이지를 펼치자 어머니가 한쪽 모서리를 잡았다.

 

“변무진.”

목소리가 작아 어머니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불렀다.

“변무진 어른, 저희가 왔습니다.”

수연은 곁에 섰다. 무진은 스물여섯에 죽었다. 자신도 올해 스물여섯이었다. 수연은 외투 주머니에서 손을 꺼냈다. 손가락이 굽은 채 쉽게 펴지지 않았다.

그 사람도 이렇게 손을 비비며 강을 보았을까. 돌아가면 부엌에 불이 켜져 있고, 어머니가 밥을 퍼 놓았을까.

강 건너에서 누군가 이름을 불렀다.

역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돌아보고 손을 들었다. 수연은 그가 건물 사이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동백과 원복을 불렀다. 한결의 이름을 읽으려다가 입술을 다물었다.

“할아버지.”

공책을 잡은 손이 종이 가장자리를 구겼다.

“아버지가 여기 계셨네요.”

수연은 어머니가 손을 펴기를 기다렸다가 정명과 정숙의 이름을 조용히 이었다.

공책 아래쪽에는 순덕의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는 것, 한결을 품에 안고도 끝내 아이의 아버지를 묻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순덕의 이름에 손가락을 얹었다.

수연은 반대쪽을 잡았다. 두 사람의 손 사이에서 종이가 떨렸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무덤의 자리도 모르는 곳에 표식을 남길 수는 없었다. 수연은 공책이 젖지 않았는지 살피고 가방에 넣었다.

돌아가는 길에도 걸어서 다리를 건넜다.

중간쯤에서 어머니가 강을 돌아보았다. 수연도 멈추었다. 차 한 대가 지나간 뒤 두 사람은 다시 걸었다. 어머니의 손등이 수연의 손에 닿았다가 떨어졌고, 다음 걸음에서 수연이 그 손을 잡았다.

 

집으로 돌아온 뒤 수연은 책상 위에 자료를 나누어 놓았다.

토벌 기록을 옮긴 수첩과 외할머니의 공책, 집안 기록과 옷의 내력 글, 현상해 온 장부 사진을 따로 두었다.

누구에게 들었는지 분명하지 않은 말에는 물음표를 붙였다. 변귀수에서 무진까지 이어지는 계보는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빈칸을 메우려고 이름을 끌어다 놓지는 않았다.

새 원고지 첫 장에 무진의 이름을 썼다. 젖은 옷을 입고 문턱을 넘자 부엌에서 순덕이 고개를 드는 장면이었다.

수연은 거기까지 쓰고 한 줄을 비워 두었다.

다음 말을 고르는 동안 창밖이 어두워졌으나 방의 불을 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며칠 뒤 저녁,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가 받았다가 수연을 돌아보았고, 수화기를 든 손이 가슴 앞에서 멈췄다.

“외삼촌이다.”

수연이 받아 들자 채 귀에 대기도 전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정선까지 가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닌 거냐!”

외할머니 장례 때 조문객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밤늦도록 빈소를 지켰던 사람이었다. 그때 낮게 가라앉아 있던 목소리가 수화기 안에서는 거칠게 갈라졌다.

 

“집안 어른들한테 전화가 왔다. 우리 한결 할아버님을 낳은 아버지가 변씨였다고 하고 다닌다며? 문화원에도 가고, 이제는 소설로 쓰겠다고?”

“외할머니 공책에 있어서요. 족보를 바꾸려는 건 아니고…….”

“그러면 왜 족보까지 파헤치고 다니느냐? 어른들 찾아가 누구 자손인지 묻고 집안 기록을 보여 주면,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니?”

수연은 전화기 곁에 놓인 수첩을 보았다. 정선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과 찾아갈 곳이 적혀 있었고, 답을 얻지 못한 물음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공책에 있는 이야기를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어요.”

“그런 일이면 먼저 나한테 가져왔어야지. 어머니 물건을 정리하다 나왔다면서, 나는 남한테 전화를 받고 알았다.”

수연은 수화기를 고쳐 쥐었다. 어머니가 식탁 의자 뒤에 서 있었으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외삼촌께 먼저 말씀드리지 않은 건 잘못했어요.”

“나는 원복 증조할아버님 제사를 모시는 사람이야. 제삿날마다 오는 사람들이 나한테 묻는데, 정작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어.”

 

수화기 너머에서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수연은 재성이 장부를 꺼내기 전 빈 의자를 탁자 아래로 밀던 모습을 떠올렸다.

“재성 아저씨한테는 저희도 처음 알았다고 말씀드렸어요. 집안에서 전해지는 게 더 있는지 여쭤보려고 간 거고요.”

“재성이는 너희가 찾아오기 전까지 몰랐다잖아. 그 자리에서 처음 듣고 다른 어른들을 부른 거고. 너희는 알아보러 갔지만 그 사람들은 갑자기 자기 집안 얘기를 들은 셈이야.”

수연은 공책 위에 놓인 옷의 내력 종이를 보았다. 접힌 선을 펴 놓았으나 가운데가 조금 들려 있었고, 종이 아래로 배냇저고리의 소매 끝이 나와 있었다.

 

“공책대로라면 할아버님은 당신 출생을 알고도 평생 이씨로 사셨다는 것 아니냐. 먹이고 입히고 장사를 가르쳐 주신 분이 원복 증조할아버님이었으니까. 마지막까지 그 집 맏아들로 사신 분이야.”

“저도 원복 어른 이야기를 쓰려고 했어요. 어떻게 키우셨는지…….”

“그 이야기를 쓰는데 꼭 낳은 아버지가 변씨였다고 밝혀야 하느냐?”

어머니는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었다. 수연이 수화기를 다른 손으로 옮기는 동안 외삼촌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이자 정자 명자셨어. 고집스럽게 이씨 성을 쓴 네 외할아버지 말이다. 아버지는 당신 아버지를 이한결이라고 부르며 사셨고, 나하고 네 어머니도 이 씨 성을 쓰며 그분 자식으로 자랐어.”

공책의 정명 아래에는 외삼촌과 어머니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수연은 그 이름들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네가 성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아. 하지만 그 이야기가 퍼지면 사람들이 우리 아버지를 두고도 원래는 변씨였다고 할 것 아니냐. 아버지는 평생 이정명으로 사셨는데.”

“그분들 이름을 지우려는 게 아니에요. 무진 어른 이야기도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뒤쪽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났다.

외삼촌은 잠깐 숨을 골랐으나 다음 말은 더 높아졌다.

“우리가 변씨 집안에 찾아가 무진의 후손이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반겨 줄 것 같으냐? 어디 있다 이제 왔느냐며 받아 주겠어? 그 집안 핏줄이라는 걸 무슨 수로 증명할 건데?”

“공책에 이름이 남아 있고, 순임 어른 후손들도…….”

 

“그분들이 들었다는 말과 네 외할머니가 들었다는 말이잖아. 낳은 아버지가 누구라고 적힌 당시 문서가 있느냐? 그 아이가 한결 할아버님이라는 걸 확인할 기록은 있고? 변귀수 어른부터 우리까지 빠진 이름 없이 이어지는 족보라도 찾았느냐?”

수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책상 위 사진에는 한결의 신발값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 작은 글씨를 읽으려고 사진을 가까이 당겼다가 놓았다. 무진의 이름은 그 장부 어디에도 없었다.

“없습니다.”

 

외삼촌은 바로 말을 잇지 않았다. 수연은 수화기를 귀에 더 붙였고, 어머니는 식탁 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다시 멈췄다.

“그러니까 사실상 전해 오는 말뿐이라는 거다. 네 할머니가 거짓말을 하셨다는 게 아니야. 직접 들으신 대로 적으셨겠지. 하지만 빠진 대목을 네가 소설로 채우면, 남들은 그것까지 우리 집안에서 있었던 일로 알 것 아니냐.”

 

“확인된 기록하고 제가 만들어 쓴 부분은 구분할게요.”

“읽는 사람들이 그걸 하나하나 가려서 기억하겠니? 네가 쓴 장면을 보고 나한테 아버지가 정말 그러셨느냐고 물으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느냐?”

수연은 전화기 옆에 짚고 있던 손을 거두었다.

외할머니의 공책에는 그날 직접 들은 말과 나중에 전해 들은 일이 함께 들어 있었다. 수연이 쓰기 시작한 원고에는 공책에 없는 순덕의 말이 벌써 한 줄 놓여 있었다.

어머니가 다가와 수화기에 손을 댔다. 수연이 건네려 하자 외삼촌이 다시 불렀다.

 

“수연아, 더는 사람 찾아다니며 묻지 마라. 집안 내력을 기록해서 퍼뜨리는 일도, 소설 쓰는 일도 그만둬. 네가 꺼낸 말 뒤에는 우리 식구들이 다 딸려 있다.”

수연은 대답하지 못한 채 수화기를 어머니에게 건넸다.

“오빠, 나도 같이 갔어. 애 혼자 알아보고 다닌 건 아니야.”

“너는 왜 나한테 말도 안 했니? 엄마가 남긴 거면 우리 둘이 먼저 봤어야지.”

어머니는 식탁 모서리에 손을 짚었다.

“처음엔 이렇게 될 줄 몰랐어. 공책에 적힌 집이 남아 있다니까 가보고 싶었고, 재성이도 아는 게 있을까 싶어서 들른 거야.”

“집이 남아 있으면 보고 오는 걸로 끝낼 수도 있었잖아. 왜 사람들한테 그 얘기를 꺼내고 다녔니?”

어머니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수연이 곁에서 기다리는 동안 수화기 안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어도 그렇게 하고 다녔겠냐?”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듣다가 알겠다는 말을 두 번 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뒤에도 손은 전화기 위에 남아 있었고, 수연이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돌아보았다.

 

“오늘은 그만하자.”

수연은 방으로 돌아갔다. 쓰다 만 원고에는 무진이 문턱을 넘는 대목이 있었다. 순덕이 돌아보고 젖은 옷을 벗으라는 말을 건네는 장면이었다. 수연은 다음 문장을 잇지 못하고 펜을 내려놓았다.

공책에는 한결 아래로 정명의 이름이 이어졌고, 정명 곁에는 정숙이 있었다. 그 아래에 외삼촌과 어머니가 자식으로 적혀 있었다.

 

수연이 정명이라는 이름을 읽을 때 외삼촌은 아버지라고 불렀다.

어머니도 그랬다. 자신이 글 속에서 한결이라고 쓰는 사람을 외삼촌은 할아버지라고 했다.

한결과 정명은 몰라서 이씨로 산 것이 아니었다. 알고도 그 이름으로 살겠다고 했다.

수연은 그 대목에 손을 얹었다가 옷의 내력 글을 곁에 놓았다.

지어 준 이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고 적어 둔다.

정숙은 그 말을 젊은 손으로 썼다. 그날 남편은 이씨로 살겠다고 했고, 그녀는 남편과 함께 그을린 저고리를 기웠다. 옷의 내력을 적은 작은 종이는 버리지 않았으나 자식들에게 펼쳐 보이지도 않았다.

수연은 앞섶의 바느질 자국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밥그릇을 씻는 소리가 났다. 외할머니에게서 가져온 그릇이었다.

 

변무진의 이름을 지운다고 남은 이야기가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대로 내놓기에는 걸리는 대목이 많았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평생 불러 온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이름도 그 곁에 있었다.

그날 밤 수연은 집안 내력을 정리하는 일과 소설을 쓰는 일을 멈췄다. 찾아가 물을 사람들의 주소가 적힌 수첩을 덮었다.

어머니가 책상 끝의 배냇저고리를 집어 들었다. 접힌 옷 밖으로 나온 소매를 몸판 위에 얹고 그을린 앞섶이 꺾이지 않게 받쳤다. 수연은 옷의 내력 글과 집안 기록을 따로 접어 그 밑에 넣었다.

 

무진의 이름도 원복이 한결을 길렀다는 글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머니는 그 위에 정숙의 공책을 놓았다. 수연이 종이 모서리가 눌리지 않도록 매듭을 느슨하게 묶자 꾸러미를 장롱 안쪽에 넣었다. 문을 닫기 전에 옷이 놓인 자리를 한 번 만졌다.

수연은 쓰다 만 원고 위로 빈 종이를 덮었다. 그 아래에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무진이 있었다.

ⓒ 정선신문 & jsweek.net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강원랜드 한가위 전통시장 찾아 지역상권 활성화 나서
  • 추석 연휴에도 정선 관광시설 문 활짝
  • 정선군 목재문화체험장 인기
  • “농어촌 기본소득 바람·사전투표 압승…최승준 징검다리 4선 견인”
  • 최승준 민주당 후보 정선군수 당선 확정
  • 공연 보면 케이블카 반값… 정선형 ‘문화관광 패키지’ 뜬다
  • 최승준 정선군수 후보, 막판 표심 공략 총력…“129 민간구급차 지원 추진”
  • 차 한 잔의 행복 - 달팽이 뿔 위 에서 의 싸움
  • 정선군 예미농공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 2단계 증설
  • 강원랜드, 태백진로박람회서 청소년 도박예방 캠페인 전개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연재소설|녹도아리랑 ㊺] 그 이름은 쓰지 마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