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왜 정선으로 내려왔나 … 삶의 터전을 옮긴 사람들 이야기
서울에서 30년을 살았다는 박모(62) 씨는 이삿짐을 트럭에 실어 올리던 날을 잊지 못한다.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웠어요. 돈은 줄어드는데… 숨은 더 쉬어지더라고요.”
그가 향한 곳은 정선군 남면.
처음 도착한 날,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멍때림.
마당에 앉아 바람을 맞고, 해가 지는 걸 보고, 밤이 깊어지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며칠 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여기선… 살 수 있겠다.”
그 말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었다.
한때 탄광의 기억과 함께 쇠락의 이미지로 남아 있던 정선이, 지금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지 되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주민 대상 복지정책이 다양한 정선군에 귀농귀촌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진은 아우라지 전경>
정선에서는 매달 15만 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급된다.
큰돈은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버틸 수 있는 금액’이다.
도시에서는 월세와 식비, 교통비가 숨을 조여오듯 삶을 압박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압박이 한 겹 벗겨진다.
‘살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순간 사람은 이동을 결심한다.
장년·노령층의 파라다이스
정선의 변화는 단순한 인구 증가로 설명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이동하고 있는가?”
최근 정선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중심은 청년층~노령층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2025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최근 수치는 그 흐름을 보여준다.
청년층(19~29세) +253명 (+10.78%)
중년층(30~49세) +278명 (+4.68%)
장년층(50~64세) +355명 (+3.48%)
노령층(65세 이상) +916명 (+7.73%)
모든 연령대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 흐름을 이끄는 것은 노령층이다.
노령층 인구는 2년 전에 비해 1,379명이나 폭발적으로 증가(12.11%)했다.
즉 모든 연령대가 늘고 있지만, 이 흐름을 이끄는 것은 노령층이었다.
그리고 장년층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변화는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선택의 결과다.
마음의 평안을 찾아 들어오는 사람들
정선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적 경쟁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난 세대”다.
그들은 더 좋은 직장을 찾지 않는다.
더 높은 연봉을 좇지도 않는다. 대신, 훨씬 단순한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남은 여생을 잘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정선은 과장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답한다.
“가능하다”
그 한 문장이 이주를 결심하게 만든다.
삶의 무게가 달라지는 곳
정선에서의 하루는 도시와 전혀 다른 결을 가진다.
아침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른다.
텃밭을 가꾸고, 이웃과 인사를 나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하루 속에 스며든다.
박 씨는 웃으며 말한다.
“서울에선 하루가 다 ‘버티는 시간’이었는데, 여기선 하루가 그냥 ‘사는 시간’이에요.”
왜 하필 정선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다.
정선은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하고, 자연이 깊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구조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청정 자연은 삶의 질을 높이고, 낮은 생활비는 부담을 줄인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최소한을 삶을 지탱해 준다.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되는 순간, 이주는 결심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거리다. 정선은 고립된 곳이 아니다.
원주, 강릉, 제천까지 차로 1시간 남짓이면 닿는다.
완전히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는 거리. 그 절묘한 위치가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삶을 다시 설계하는 공간 정선
정선을 선택한 사람들은 말한다.
“여기서는 인생 3막을 쓸 수 있다.”
<청정자연이 살아 숨쉬는 정선군.>
도시에서는 경쟁이 삶을 규정하지만, 정선에서는 시간이 삶을 만든다.
경쟁은 줄어들고, 비용은 낮아지며, 선택지는 오히려 넓어진다.
이 변화는 단순한 이주가 아니다.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이동이다.
사람을 머물게 하는 정책
정선군의 정책은 명확하다.
사람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것.
최승준 군수는 말한다.
“사람이 떠나던 곳에서 사람이 돌아오는 고장이 되고 있습니다. 정선군의 정책은 사람을 머물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해가 지고, 산 아랫마을에 불이 켜진다.
많지 않은 불빛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삶이 있다.
도시를 떠나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기 시작한 사람들.
그들은 오늘도 같은 말을 한다.
“여기서는… 살 수 있다.”
그리고 그 한 문장이, 지금의 정선을 만들고 있다.
정선의 변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정선 타임캡슐 광장>
과거 사람들은 ‘일자리’를 따라 움직였다.
지금 사람들은 ‘삶의 질’을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정선은 단순한 지방 도시를 넘어 “존엄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공간”
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
지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선택받고 있다.
<정선군 귀농귀촌 지원 정책>
<정선군 3월 읍면별 평균연령 및 인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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