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소득 시행 발표이후 증가세서 감소로… 8월 인구 3만5,137명…전월보다 7명 감소
농어촌 기본소득 타고 10개월 이어진 인구 증가세 마감
빈집 많아도 살 집은 부족…주거·일자리 확충이 인구 정착 관건
가파르게 오르던 정선군의 인구 곡선이 10개월 만에 아래로 방향을 틀었다.
감소한 인구는 7명이다. 월별 변동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치지만, 지난해 10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선정 이후 한 차례도 멈추지 않았던 증가세가 처음 꺾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6년 8월 말 기준 정선군 인구는 3만5,137명으로, 7월 말 3만5,144명보다 7명 감소했다. 남성은 3명, 여성은 4명 줄었다.
반면 세대수는 2만471세대에서 2만489세대로 18세대 늘었다. 이에 따라 세대당 인구는 1.72명에서 1.71명으로 낮아졌다. 사람은 줄었는데 가구는 늘어난 것으로, 가족 단위 전입보다 1인 가구 이동이나 기존 가구의 세대 분리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파르게 오르던 정선군의 인구 곡선이 10개월 만에 아래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10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선정 이후 한 차례도 멈추지 않았던 증가세가 처음 꺾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사북읍 별별야시장 풍경.>
인구증가 91%가 초기 4개월에 집중
정선군 인구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말 3만3,266명에서 올해 7월 말 3만5,144명으로 1,878명 늘었다.
증가세는 사업 초기에 집중됐다. 지난해 10월 343명, 11월 848명, 12월 422명, 올해 1월 103명 등 4개월 동안 1,716명이 늘었다. 전체 증가분의 91.4%다.
올해 2월부터는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2월 19명, 3월 52명, 4월 20명, 5월 40명, 6월 15명, 7월 16명에 그쳤고 8월에는 7명 감소했다. 한 달의 감소만으로 장기 하락세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사업 초기와 같은 대규모 주소 이전은 사실상 멈춘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인접한 석탄산업전환지역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작았다. 8월 말 태백시 인구는 3만6,680명으로 전월보다 75명, 삼척시는 6만41명으로 98명, 영월군은 3만5,651명으로 34명 각각 감소했다. 정선군은 3만5,137명으로 7명 줄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정선군과 영월군의 인구 격차도 514명까지 좁혀졌다.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두 지역의 인구 규모는 더욱 가까워질 전망이다.
정선읍·고한읍 증가…6개 지역은 감소
읍·면별로는 정선읍과 고한읍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정선읍은 1만293명에서 1만308명으로 15명, 고한읍은 4,718명에서 4,730명으로 12명 늘었다. 화암면과 여량면도 각각 1명 증가했다.
반면 남면은 12명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신동읍은 7명, 임계면은 6명, 북평면은 5명, 사북읍은 4명, 함백출장소는 2명 감소했다.
인구가 증가한 4개 지역에서 29명이 늘었지만, 감소한 6개 지역에서 36명이 줄면서 정선군 전체 인구는 7명 감소했다.
사북읍은 인구가 4명 줄었는데도 세대수는 4세대 늘었고, 임계면도 인구가 6명 감소한 가운데 세대수는 1세대 증가했다. 주소는 새로 생겼지만 한 세대에 사는 사람은 더 적어진 셈이다.
생활편의시설과 공동주택,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집중된 정선읍과 고한읍에서는 인구가 늘었지만 농촌지역과 일부 폐광지역에서는 감소했다. 같은 기본소득이 지급되더라도 지역별 주거와 일자리, 의료·교육 여건에 따라 인구 유입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4월 벚꽃이 만개한 북평면 풍경.>
옮길 수 있는 주소는 상당 부분 옮겨졌다
정선군의 가파른 인구 증가에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계기로 한 주소 이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선에서 근무하면서도 태백과 영월, 삼척 등 인근 지역이나 수도권에 주소를 두고 있던 강원랜드와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기본소득 지급을 계기로 주소를 정선으로 옮겼다. 직장은 정선에 있었지만 주민등록은 밖에 있던 사람들이 정선군민으로 편입된 것이다.
이 같은 주소 이전은 사업 초기 인구를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그러나 정선에 근무하면서 주소를 옮길 수 있는 강원랜드와 협력업체 종사자 상당수가 이미 전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기본소득은 이미 정선에서 생활하던 사람의 주소를 옮기는 데는 효과를 냈지만, 새로운 일자리와 가구 단위의 이주를 끌어내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빈집은 많지만 정작 살 집은 부족
주거 문제도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
정선에는 농촌과 폐광지역을 중심으로 빈집이 적지 않다. 그러나 상당수는 지어진 지 오래돼 지붕과 단열, 난방, 상하수도 시설을 대대적으로 고쳐야 한다. 교통이 불편하거나 병원과 학교, 상점 등 생활 기반시설에서 멀리 떨어진 집도 많다.
반면 청년과 신혼부부, 자녀를 둔 가정이 원하는 공동주택과 공공임대주택, 직장과 가까운 소형 주택은 부족하다. 통계상 빈집은 많지만 이주자가 당장 들어가 살 집은 부족한 ‘주거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전입의 이유를 만들어도 살 집을 구하지 못하면 이주는 시작되기 어렵다. 노후 빈집을 매입·정비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고한·사북 등 직장 밀집지역에는 청년과 근로자를 위한 주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만으로 가족 전체를 불러올 수는 없다
더 근본적인 한계는 일자리다.
정선군의 고용 기반은 강원랜드와 협력업체, 공공기관, 관광·숙박업, 건설업, 농업 등에 집중돼 있다. 강원랜드를 제외하면 청년과 여성, 전문인력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
월 15만 원의 기본소득은 생활비 부담을 낮추고 지역 소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새로운 직업을 만들거나 가족 전체의 이주를 결정하게 하는 조건이 되기는 어렵다.
가족이 함께 정착하려면 배우자가 일할 곳이 있어야 하고,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교육·돌봄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가까운 병원과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도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기본소득은 전입의 계기는 될 수 있어도 정착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
<정선 아우라지 풍경.>
늘어난 주소를 삶으로 바꿔야
8월의 7명 감소는 기본소득 정책의 실패를 뜻하지 않는다. 기본소득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지점과 그다음에 필요한 정책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앞으로는 강원랜드와 연계한 청년 일자리 확대, 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 안정, 기업 유치와 창업 지원이 필요하다. 빈집 정비와 공공임대주택 공급, 배우자 취업, 보육·교육과 의료서비스 확충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전입신고서 한 장으로 늘어난 인구는 지원 조건이 달라지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직장을 얻고 집을 마련해 가족과 일상을 꾸린 사람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
지난 10개월 동안 기본소득은 1,878명의 주소를 정선으로 불러들였다. 이제 정선이 해야 할 일은 그 주소에 일자리와 집, 가족의 삶과 미래를 채우는 것이다.
사람을 불러오는 정책을 넘어 불러온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 정선의 인구 반등이 일시적인 숫자에 그칠지, 소멸위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농촌 모델이 될지는 이제부터 결정된다. 김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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