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경제 온기 확산…“멈춰섰던 동네마다,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정선군에 아주 작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변화가 스며들고 있다.
한때는 떠나는 발걸음이 더 많았던 이곳에, 이제는 다시 머무르고 돌아오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농어촌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기 위해 시작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시행 한 달 만에 단순한 지원 정책의 경계를 넘어섰다.
돈의 흐름을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과 선택까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소비가 빠르게 살아나고 정책 보완이 이어지면서 지역경제에는 온기가 돌고 있다.
더 주목할 변화는 ‘사람’이다. 시범사업 발표이후 정선은 약 2,200여명의 이주민이 늘어났다. 기본소득이 단순한 지원이 아닌 ‘다시 살아볼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안에서 다시 흐르는 돈” …3월엔 1월분 포함 30만원
가장 먼저 감지된 변화는 ‘속도’였다.
2월 27일 정선군민 2만 9, 677명에게 지급된 44억 5,000만 원 가운데 59.2%인 26억 3, 619만 원이 불과 일주일 만에 지역 안에서 사용됐다.
이 수치는 단순한 소비율이 아니다. 그동안 외부로 빠져나가던 돈이 다시 지역 안에서 순환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골목 식당의 불빛은 조금 더 오래 이어지고, 작은 가게의 하루 매출은 조금 더 단단해졌다.
기본소득은 그렇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그러나 분명하게 지역 상권을 지탱하고 있다. 특히 3월분에는 1월분 15만원도 소급지급된다. 이에 주민 1인당 3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게 돼 동네상권 활성화에 불을 댕길 전망이다.
■ “사람이 늘었다”…이주민 2,200명 증가
이번 정책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사람’이다.
시범사업 시행 발표 이후 정선군에는 2,200여 명의 이주민이 증가했다.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떠나던 지역에 다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보겠다는 선택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소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여기서 살아도 괜찮다’는 신호를 만들어냈고, 그 신호는 실제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을 떠나야 했던 이유가 줄어들고, 다시 돌아올 이유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행 한 달을 넘기며, 정선지역 경제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말 열린 2026정선메밀전병축제 행사장 풍경. >
■ 생활 속 변화…“조금 덜 걱정해도 되는 하루”
주민들의 일상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식비와 병원비, 아이들 교육비까지, 그동안 부담으로만 느껴졌던 지출에 기본소득이 스며들고 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마음의 무게’다.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소득은 불안을 덜어주고, 사람들에게 작은 여유를 준다.
그 여유는 다시 소비로 이어지고, 소비는 다시 지역경제를 움직인다.
작은 변화가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면 지역 사용처 부족과 같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그 한계 속에서도 정책이 삶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정책은 살아 있다…현장에서 답을 찾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현장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있다.
제도는 빠르게 보완되고 있다.
같은 군 내에서 이사를 해도 지급이 유지되도록 했고, 의료기관 사용 범위도 확대했다. 카드 잔액 알림과 미사용 금액 이월 기능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 정책은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현장에서 끊임없이 다듬어지는 ‘진행형 정책’이다.
그리고 그 유연함이야말로 정책을 더 오래, 더 넓게 살아남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 작은 변화가 만든 웃음꽃…“공동체 경제가 다시 살아났다”
누군가는 여전히 한계를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들린다.
돈이 지역에 머물고,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삶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이 단순한 변화들이 쌓이면, 지역은 더 이상 ‘소멸의 공간’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동식 장터와 돌봄서비스 같은 정책이 더해진다면, 기본소득은 경제를 넘어 공동체를 회복하는 기반이 될 가능성도 크다.
■ “가능성은 증명됐다”…이제는 확장의 시간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지원 정책이 아니다.
사라져가던 지역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하나의 실험이다.
그리고 한 달. 그 실험은 숫자와 사람의 변화로 답을 보여주고 있다.
돈이 돌기 시작했고, 삶이 조금씩 나아졌으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충분히 중요한 질문 하나에는 답했다.
지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정선군의 대답은 분명하다.
“가능하다.”
<정선군은 지난 25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농어촌기본소득특별위원회 주관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순회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군 관계자와 전문가를 비롯해 이장, 주민자치회, 상인회, 지역 주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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