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소득 390억원 중 330억원 지역서 사용…인구는 11개월 새 1,871명 증가
시범지역 10개 군 모두 인구 반등…일자리·주거 갖춰 정착으로 이어가야
정선아리랑시장(사진)의 추석 장바구니에 메밀전 한 장, 고기 한 근, 손주에게 줄 과자 한 봉지가 담긴다. 주민이 받은 농어촌기본소득은 장터에서 쓰이고, 그 돈은 다시 상인의 하루 매출이 된다. 올해 정선의 한가위가 반가운 이유는 명절 장바구니 너머에도 있다. 오랫동안 줄기만 하던 인구가 다시 늘고 있다.
올해 8월 말까지 지급된 농어촌기본소득은 390억원. 이 가운데 84.6%인 330억원이 정선에서 사용됐다.
강원연구원은 기본소득이 정선에서 연간 875억원의 생산·부가가치를 유발하고 약 7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는 실제 발생한 성과가 아닌 전망치다.
인구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9월 3만3,266명이던 정선군 주민등록인구는 올해 8월 말 3만5,137명이 됐다. 11개월 사이 1,871명이 늘었다. 사람을 떠나보내던 고장이 이번 한가위에는 새로 이웃이 된 사람들과 명절을 맞는다.
증가세는 시범사업 선정 직후 가팔랐다.
지난해 10월 3만3,609명, 11월 3만4,457명, 12월 3만4,879명으로 석 달 새 1,613명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3월 3만5,053명, 6월 3만5,128명을 기록했다. 7월 3만5,144명에서 8월에는 7명 줄었지만, 인구는 3만5,1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정선만의 변화도 아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지역 10개 군의 인구는 4.93% 증가했다. 같은 사업에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않은 33개 군은 0.33% 감소했다.
연구원은 지원금 액수보다 계속 지급하고, 새로 전입한 주민에게도 자격을 열어두는 방식에 주목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전입자도 실거주 확인을 거치면 매달 받을 수 있다. 반면 신규 전입자에게도 50만원을 한 차례 지급한 충북 괴산군은 지급을 앞두고 인구가 급증했다가, 지난해 12월 정점에서 올해 6월까지 878명이 줄었다. 기존 주민에게만 일회성 지원금을 지급한 15개 군의 인구도 조사 기간 0.54% 감소했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최근 1년간 보인 인구 증가에는 정선에서 계속 살아가려는 주민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며 “매달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지역 상권의 소비와 창업을 북돋우는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정선의 과제는 찾아온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농촌경제연구원도 이번 인구 증가를 기본소득만의 효과로 확정할 수 없으며, 시범사업이 끝난 뒤 정착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군은 전입자의 연령과 전출 추이를 확인하면서 일자리와 주거, 보육 여건을 촘촘히 갖춰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읍·면에는 각 지역의 사정에 맞는 대책도 필요하다.
추석 장바구니를 채운 월 15만원이 정선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늘렸다. 다음 한가위에는 그 발걸음이 이웃의 이름으로 남아 있을지, 정선의 진짜 변화는 거기서 확인될 것이다. 최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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