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부터 9일까지 임계면 사통팔달시장 일대에서 열린 ‘2025 정선사과축제‘는 비와 햇살이 교차한 이틀 동안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정선사과축제위원회가 주관하고 정선임계사과협의회가 주최한 이번 축제는 지역 사과농업의 위상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첫날 차가운 비가 내렸음에도 농업인들의 표정은 밝았다. 함형길 정선사과축제위원장은 개막식에서 “정선사과가 전국 최고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2세대 농업인들의 탄소농법과 다축형 재배 등 혁신 기술이 정선사과의 미래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준 군수는 “현재 재배면적 280ha를 향후 500ha까지 확대하고, 기술교육과 명품화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영기 정선군의회 의장, 이철규 국회의원, 김기철 도의원, 손재우 임계농협조합장,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 등 주요 인사들도 함께해 재배면적 확대와 유통망 확충, 기술지원 강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축제에는 27개 참여농가와 18개 후원농가가 부스를 마련해 각자의 사과를 전시·판매하고 시식 행사를 진행했다. 일부 부스에는 “완판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축제의 활기를 보여주었다. 둘째 날에는 유명 가수 공연으로 관객이 몰리며 시장 일대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특히 ‘아리랑바리스타봉사단’이 눈길을 끌었다. 임계면주민자치회 주관 바리스타교육을 수료한 교육생과 강사들이 꾸린 봉사단은 행사 이틀 동안 약 2천 잔의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며 축제 분위기를 한층 따뜻하게 만들었다. 기자 역시 봉사활동 후 현장을 둘러보며 각 부스의 사과를 시식했는데, 같은 품종이라도 농가마다 맛과 향이 달랐다. 농업인들의 “우리 사과가 제일 맛있다”는 웃음에는 오랜 노력과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축제의 활기 속에서도 농업인들 사이에는 위기감이 존재했다. 미국산에 이어 중국산 사과 수입이 예고되면서 국내 가격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산 1kg당 11,000원, 수입산 700원 수준”이라는 체감 가격 격차가 회자된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생산비 차이가 아니라, 농업 구조 전체의 문제를 드러낸다.
정선 지역의 사과밭 대부분은 세장방추형(3D) 수형으로 관리되고 있다. 나무가 커질수록 노동력과 방제비용이 증가하고,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에 대한 의존도 또한 높아진다. 이 구조 속에서 생산비는 오르고, 농업인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값싼 수입 사과 역시 대량생산과 약제 의존의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경쟁력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생산하느냐’에 있다.
최근 충남 예산농협 주관 사과재배 워크숍에서 정혜웅 한국농수산대 명예교수는 “노동력 절감형 재배체계로의 전환은 고령화 농업의 생존 전략이자 지속가능성의 출발점이다. 특히, 2D 수형(평면형 수형)은 한정된 인력으로도 품질과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원도농업기술원 정햇님 박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육 불안정과 병해 증가에 대응하려면 품종 다양화와 수형관리 기술 고도화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정선 지역에서도 신규 농가를 중심으로 2D(평면형, 다축형) 수형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D 수형은 관리와 수확이 비교적 단순해 노동력 부담을 줄이고 수확량 증대의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재배체계와 안정적 품질 확보가 우리 사과산업이 직면한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완전한 해답이 되지 않는다. 현재의 집약적 재배 방식에서는 화학적 관리 비중이 높아, 토양과 농업인의 지속가능성을 온전히 담보하기 어렵다.
정선사과의 경쟁력은 단순한 생산량이 아니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재배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농업, 그것이 정선사과가 걸어가는 길이다.
지효숙 시니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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