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한 선거를 통해 배운 인생의 교훈
지난해 4월 시작한 ‘선거 이야기’ 연재를 이번 회로 마무리한다. 1991년 서른다섯 나이에 최연소 강원도의원으로 당선되어 세 차례 내 선거를 치렀다. 또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등 여러 선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선거가 박빙일 때 후보자는 피가 마르곤 한다. 때문에, 낙선하고서 선거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거나 사망했단 이야기도 이따금 듣곤 한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배신감이 가장 큰 이유다. 선거는 승리의 영광도 패배의 아픔도 결국은 후보자의 몫이다. 남을 탓하고 원망할 이유가 없다. 승리한 선거를 많이 해온 나도 뼈아픈 패배의 경험이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2014년 정선군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떨어졌다. 지역 현안과 진폐 문제, 강원랜드 관련 현안에도 돌파구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어 출마한 것이다. 4만 군민의 대표라면 당당하게 못 할 일도 없지 않은가. 나의 계산은 이랬다. ‘우리 진폐협회 회원만 해도 800여 명이다. 가족을 합쳐 50%만 찍어도 당선은 충분할 것이다. 예전 도의원 시절 지역구여서 인지도가 높고, 선거구별로 세 명을 뽑으니까 못해도 3등 안에야 들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선거가 만만했다. 그런 자신감에 선거운동 기간 주민들에게 민폐가 될 일은 않기로 했다. 문자메시지 발송은 일절 않았고, 운동원들이 어깨띠 매고 거리에서 춤추는 선거운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선거 때가 농번기여서 나는 이따금 우리 농장에서 급한 일을 하기도 했다. ‘어차피 당선될 거니까’하는 생각에 자만하여 여유를 부린 것이다.
마침내 투표 날이 밝았다.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시작되었다.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개표상황 보고를 기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낙선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9명이 출마한 선거에 끝에서 2등으로 낙선한 것이다. 이런 결과가 꿈인 것만 같아 믿기지 않았다. 세상에 속은 것만 같고 모든 게 싫어지는 기분이었다. 예상 못 한 낙선에 자존심도 상했고 창피하단 생각이 앞섰다. 이내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 몸도 마음도 엉망이었다. 패배는 그렇게 힘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나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자신감이 넘쳐 준비 없이 나선 선거가 아니었던가. 선거판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울 변변한 참모도 없었다. 유. 불리 상황에 따라 조직적인 여론 조성은 선거운동의 기본. 그런데 주먹구구식 선거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준비가 안 된 선거. 전략이 부재한 선거. 발로 뛰는 조직이 없었던 선거. 자만심에 빠진 선거였다. 20년 전 도의원을 지낸 것도 도리어 악재였다. ‘이제는 흘러간 물인데도 물레방아를 돌리려 한다’ ‘후배들에게 양보하지 뭘 또 하겠다고...’ 그렇게 뒷말이 많았단다. 필패(必敗)가 분명한데도 나만 몰랐던 셈이다. 선거 과정을 돌아보니 ‘모두가 내 탓’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바꿔먹었더니 미처 잊고지낸 일들도 보였다. 예전에 내 선거를 도운 참모들, 지지자들의 수고와 고마움도 뒤늦게 깨달았다. 그때는 내가 잘나 승리했단 착각에 빠져 수고와 도움에 감사 인사도 못 한 게 생각났다. 나를 돕고자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참담하게 패배하고서 삶의 지혜를 배웠다. 성공이 아닌 실패를 통해 인생의 큰 교훈을 얻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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