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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가 만나사람 - 잊힌 역사를 다시 깨우다 윤기묵

  • 이광호 기자
  • 입력 2026.10.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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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② 정선군에 처음 전기가 들어왔던 곳 ‘싸내’를 기억하다

화암면에는 ‘싸내’라는 마을이 있다.

한자로는 미천(米川)이라 적으며, 화암교 부근에서 화암동굴 아래 까지 이어지는 마을이다.

외지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천포광산에서 금을 캐던 사람들과 화암 주민들에게 싸내는 익숙한 생활공간이었다.

현재 정선군 행정자료에는 화암리 자연마을 가운데 하나로 싸내가 기록돼 있다.

 

금광이 개발 되면서 정선군에서 처음 전기가 들어왔던 곳이라고 한다.

윤기묵 작가는 싸내라는 이름과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관광 소재로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화암동굴과 천포금광촌이라는 관광자원을 시설을 둘러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금을 캐던 사람들의 삶까지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포광산은 일제강점기부터 금을 생산했던 광산이다. 금광 갱도를 파는 과정에서 천연 석회동굴이 발견됐고, 폐광 후에는 금광 갱도와 천연동굴을 연결한 화암동굴로 개발됐다. 동굴 주변의 천포금광촌에는 당시 광부들의 생활과 채광 과정이 재현돼 있다.

 

그러나 광산의 역사는 생산량이나 채굴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두운 갱도에서 일했던 광부, 가족을 기다리던 사람들, 광산촌의 장터와 주막, 아이들의 학교생활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기억이 더해져야 비로소 온전한 역사가 된다.

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싸내를 단순한 옛 지명으로 남겨두지 말고, 천포광산 사람들의 생활사를 담은 이야기마을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암동굴과 천포금광촌, 싸내마을과 그림바위마을을 잇는 길을 만들고 ‘싸내 금광마을 이야기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퇴직 광부와 주민들의 증언을 영상과 음성으로 기록하고, 빈집이나 옛 건물을 활용해 광산촌의 가정생활과 장터 풍경을 보여주는 작은 전시공간을 조성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관광객이 금을 찾는 체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광부가 어떤 도구를 사용했고, 위험한 갱도에서 어떻게 하루를 견뎠는지를 들을 수 있다면 화암동굴의 의미도 한층 깊어진다.

 

싸내라는 이름 자체도 관광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만 명칭의 정확한 유래에 대해서는 주민 구술과 향토자료를 더 조사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전설을 만들기보다는 오래 살아온 주민들의 기억을 모으고 기록하는 일이 먼저다.

도로명과 행정구역이 바뀌면서 자연부락 이름이 점차 잊히고 있지만, 그 이름 속에는 당시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이 담겨 있다.

 

윤 작가의 제안은 새로운 관광시설을 짓자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화암동굴과 천포금광촌에 싸내 사람들의 삶을 더해, ‘보는 관광’에서 ‘이야기 관광’으로 넓히자는 것이다.

금을 캐던 광산은 없어졌지만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직 남아 있다. 이제 정선이 캐내야 할 것은 땅속의 금이 아니라 싸내마을 곳곳에 묻혀 있는 사람들의 기억인지도 모른다.

이광호 egh71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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