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민원성 글들로 채워지던 정선군청 자유게시판에 “임계면민들에게 부부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심었습니다”란 따뜻한 제목의 글이 올라 왔다.
“저희는 타도에서 강원도 임계면으로 이주한 부부입니다. 아는 사람 전혀 없는 낯선 곳으로의 이주여서 두려운 마음이 컸었는데 너무나 환대해 주셔서 감사의 마음으로 저희 부부가 올 봄내내 땀 흘려 가꾼 정원입니다. 지금 백일홍 꽃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고 있어요. 전문가가 아니어서 어설프지만 오시는 길이 있으면 저희 부부의 진심을 구경해 주세요.”
글을 올린이는 전경희(52세)씨였다. 남편 조무기씨(57세)와 함께 임계면에 5월에 이주했다.
임계면사무소 뒤편 부부가 만들었다는 꽃밭을 찾았다. 부부는 대림농약이라는 간판을 걸고 농약상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구에서 태어난 경희 씨와 남편은 영천에서 태어나 대학 때 함께 공부를 하던 과 커플이었다. 화훼를 전공한 아내 경희 씨와 과수재배를 전공한 남편 무기 씨가 연구실에서 만나 결혼을 했다. 남편 무기 씨가 전국능금 협동 노동조합 원예기사 발령을 받아 의령으로 살러 간 것이 계기가 되어 부부는 의성에서 농약상과 육묘장을 차리고 사과 재배 기술을 사과 재배 농가에 전수 하며 지냈다.
기후 변화에 사과 농사가 점점 추운지방으로 올라오기 시작하자 5년 전 남편 무기 씨는 경북에서의 사과 농사가 한계에 다다른 것을 느끼고 새로이 살 터전을 찾으러 5년 전 강원도 곳곳을 돌아 다녔다.
그러다 정선 시장 구경을 왔다가 강릉 넘어 가는 길에 임계를 지나가다 첫눈에 반해 버린 무기씨가 임계로 새로이 정착할 곳을 정해 버렸다.
그 뒤 부부는 새로이 정착할 터를 찾기 위해 임계에 매주 올라와 땅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렇게 3년 만에 땅이 구입하고 집을 짓는 과정까지는 일사천리, 그러나 막상 임계로 옮기려니 하던 의성에서 하던 사업을 접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 무기씨만 작년 12월에 이주하고 아내인 경희씨는 의성에서 하던 육묘 사업과 농약상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었다.
”사업이 너무 잘 되는 시기라 딱 놓고 올라오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년만 더 하고 저는 올라 오겠다고 생각 중이었죠“
경희씨가 남편 무기 씨를 임계로 보내고 의성의 육묘장에서 나온 모종 판매를 하던 지난 5월, 남편 무기씨가 임계에서 내려와 판매하던 모종을 강제로 정리 해 버리고 경희 씨 손목을 잡고 그길로 임계로 와 버렸다. 그렇게 단호하게 행동한 남편 무기씨 덕분에 비로소 부부의 임계로의 이전이 마무리 되었다.
울면서 의성 생활이 정리되고 임계로 온 아내 경희 씨는 26년 동안 바쁘게 살다가 일손을 놓고 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정말 갑갑했다고 했다.
그러다 화훼를 전공한 아내 경희 씨가 무료한 시간을 견디려고 농약상 마당에 꽃을 심기 시작했다, 운영하던 육묘장에 꽃 모종이 많으니 꽃만 심으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심고 가꾸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꽃이 예쁘게 피어 있던 어느 날 남편이 꽃 안에서 제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확대해 보니 제 얼굴이 너무 편안한 얼굴이더라구요, 깜짝 놀랬어요.” 임계면에서의 느린 삶에 적응한 그녀의 일상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날 부부는 정선군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이다.
’저희가 물이 스며들 듯이 어려움 없이 임계에 정착해서 지내는데 정말 좋은 분들이 사시는 동네라 가능한 듯 싶어요“
부부가 운영하는 농약 매장에는 정선 관내 사과 재배 농가 뿐 아니라 삼척과 태백에서 까지 사과 농사 기술을 전수 받기 위한 농부들이 줄을 이어 방문해서 무기씨에게 사과 재배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정선의 천혜의 자연이 주는 사과의 경도에 저희의 재배 기술로 당도만 더 입혀진다면 정선에서 생산되는 사과가 최고의 맛으로 손꼽힐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이렇게 이야기 하는 남편 무기씨의 희망은 정선군의 사과 재배 농가들과 함께 발전해서 농가들 중심에서 사과 재배 기술 지도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 개인정보 보호시스템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과 재배에 관한 정보들을 보내지 못하지만 농약상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는 사과 농사 정보를 문자로 보내고 체크 하는 게 남편 무기씨의 요즘의 보람이다.
”대구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산나물들이 어찌나 맛있는지 절로 건강해 지고 있어요~! 저희 부부 임계를 제 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이곳에서 우리들 인생 제 2막을 행복하게 지낼 겁니다.“
꽃을 키우는 잉꼬 부부는 사이에 1남 1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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