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깊은 언어가 정선에 살아있어요. 어떤 한이라고나 할까, 그런 제가 추구하던 한국성이 살아 있어서 저와 정선이 맞아요. 정선군민들이 도와줘서 이렇게 전시회를 하게 되니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한국의 민족성, 아리랑의 정서를 닮은 소낭구(소나무)의 강한 이미지와 형상들을 그려온 원로화가 김경인(75)의 초대전이 아리랑센터 1층 로비 특설 전시장에서 9월 5일까지 열린다.
정선아리랑문화재단과 아리랑박물관이 2018 동계올림픽 기념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1990년대 이후 김경인 화백이 천착하고 있는 소나무 작품 11점과 1970년 및 1980년대 ‘문맹자 시리즈’로 당시 사회와 평단에 큰 반향을 주었던 증언 24점 등 모두 37점의 대작을 선보이고 있다.
김 화백은 지난 1991년 여름 정선에서 소나무를 접한 후 그 안에 숨겨진 에너지에 주목하게 되며, 이후 소나무를 찾아서 강원도 산골에서 전남 해남의 땅끝 마을까지 전국을 세 차례나 순회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김경인 화백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정치·사회적으로 암울했던 시기 ‘문맹의 세월’을 비판하며 현실 참여적 작품을 발표해왔으나 1990년대 들어 ‘소나무’ 연작으로 이어가고 있다.
정선과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돼 당시 50대의 김 화백은 “한국의 미”가 담긴 소나무를 찾아 카메라와 스케치북을 들고 30대의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과 함께 정선 몰운대, 구절리 자개골 등 정선에서 내로라하는 소나무가 있는 골짜기를 찾아 다녔다. 이렇게 시작한 일련의 소나무 연작은 ‘정선 몰운대 노송’(1991년 작)으로 시작됐고, 그는 한국적 미, 멋의 원천을 형상화 했다는 평과 함께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1994년 제6회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정선과의 인연이 지속되면서 2002년 명예 정선군민이 됐고, ‘정선 몰운대 노송’을 정선군에 기증하겠다고 한 오래전 약속을 지난해 실천했다. 현재 ‘정선 몰운대 노송’은 아리랑센터 1층 로비에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고 있는 김 화백의 문맹자 시리즈와 소나무는 민주화 이전의 암울한 시대와 신명과 기(氣)를 강한 필력에서 나오는 리드미컬한 선과 색으로 구사한 작품들이다. 문맹자 시리즈가 과거 여러 가지 모순적 현실을 용기 있게 들추어내며 공론화 한 작품이라면, 소나무 시리즈는 겨레의 얼과도 같은 소나무를 통해 냉정하게 역사와 현실을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것’의 의미를 찾고자 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김 화백은 외솔보다는 더불어 있는 소나무를 즐겨 그린다. 역경을 극복한 한국적 정서를 뒤틀리고 몸부림치는 소나무 군상에서 찾았다. 평소 소나무를 ‘소낭구’라고 부르는 그는 “소낭구는 더불어 있어야 멋이 나고 외롭지 않으며, 함께 어우러지는 우리 겨레의 철학이 제대로 살아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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