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눈물이 함께 했던 ‘강제징용희생자위령비’ 참배
구마모토성에 이어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자랑하는 현수막을 내건 ‘만다갱박물관’을 견학하였다. 시설규모는 십수년 전에 폐광한 ‘삼척탄좌’나 ‘동원탄좌’에 비해 작았지만 안내인은 일본산업화시대의 상징적인 곳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이곳에서 동행한 우판근 어르신(78세)과 함께 조선인 ‘강제징용희생자위령비’를 찾아갔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어르신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였다. “나는 4살 때 일본으로 건너와서 우리말과 글을 독학으로 배웠다. 젊은 시절엔 조선인 차별철폐문제로 뛰어다니다 나중엔 강제징용희생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징용에 끌려와 희생된 억울한 영혼들을 위해 ‘위령비’라도 세워야겠다는 마음에서 그 일에 매달렸다. 오무타시 시장실과 탄광회사를 200번 이상 쫒아 다닌 결과 1995년에 시청과 일본회사에서 건립비와 부지를 제공하여 위령비를 세웠다. 그들로부터 강제징용의 역사를 인정받은 셈”이라고 하였다. 이어 “우리는 일제36년 동안 온갖 고통을 받았는데 스스로 자기나라를 지킬 힘은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치인의 명연설보다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잠시 후 우리일행은 언덕위에 자리한 ‘강제징용희생자위령비’에 도착하였다. 저 위령비 하나를 세우기 위해 어르신이 흘렸을 땀과 눈물, 영혼이 담긴 집념의 세월을 생각하며 가슴이 뭉클했다. 어르신의 이야기와 위령비 현장에서 감동 받은 우리 일행은 진심어린 인사말을 건넸다. 이에 우판근 어르신도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고 우리일행도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일본여행 마지막 날엔 ‘노가타석탄기념관’을 견학하였다. 일본 석탄산업의 역사와 사진자료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2층 자료전시관에 들어선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일본탄광에서 희생된 대형탄광사고 기록을 정리한 현황판이었다. 1914년 12월25일 687명 사망, 1963년 11월9일 458명 사망...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탄광사고는 1979년 4월14일 정선군 함백광업소 ‘화약폭발사고(28명 사망)’와 같은 해 10월27일 문경시 은성광업소 ‘갱내화제사고(44명 사망)’다. 그해 비해 일본에선 한꺼번에 수백 명씩 ‘떼죽음’한 대형탄광사고가 많았던 것이다. 어느 나라든 ‘광부일은 가장 위험하고 힘든 일’이란 게 이러한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었다.
기념관 견학을 끝으로 4박5일간의 여행일정은 모두 마무리 되었다. 27명이 떠난 5차여행단 일행 중엔 80%정도가 외국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다. 임진왜란과 일제식민지36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국민감정 때문에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란 선입감을 갖게 되는 나라이다.
나는 강원도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유럽과 미국 등 20개국이 넘는 나라를 가보았다. 정작 가장 늦게 찾은 일본여행을 통해 어느 외국여행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으니 거리가 깨끗한 나라. 개개인의 경제능력을 떠나 소형차(경차)를 타는 국민이 30%가 넘는다는 일본. 칼 한 자루에 명예와 목숨을 걸었던 ‘사무라이정신’의 장점이 ‘장인(匠人)정신’으로 이어져, 여관이나 우동가게도 대를 이어 경영하는 곳이 많단다. 평생을 한 우물을 판 그러한 장인정신이 스무 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선진국 일본’의 밑거름이 되었을 거란 생각을 해보았다.
일본여행 참가자들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좋은 대접까지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강원랜드복지재단에 대한 칭찬을 빠뜨리지 않았다. 지하막장에서 청춘을 바친 산업전사들에게 인생 ‘최고의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더욱이 강원영동mbc 홍성우PD 일행이 처음부터 동행 취재하여 ‘강원365’ 등에 2차례나 방송하여 더욱 뜻 깊은 여행이 되었다. 이렇듯 진폐어르신들에게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여행’을 보내준 강원랜드에 거듭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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