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말 3만5,144명…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선정 이후 1,878명 늘어
소득·교통·의료·교육 아우른 ‘정선형 기본사회’…정착과 지역경제 선순환 견인

오랫동안 사람을 떠나보내던 정선의 산골에 다시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
해마다 빈집이 늘던 마을에 새로운 이웃이 들어오고, 한동안 어두웠던 집에도 하나둘 불이 켜지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교통과 의료, 교육, 돌봄까지 주민의 삶을 뒷받침하는 ‘정선형 기본사회’가 구축되면서 인구소멸의 그늘에 가려졌던 지역에 반등의 희망이 싹트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정선군 인구는 3만5,144명으로, 6월 말 3만5,128명보다 16명 증가했다.
정선군 인구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지난해 10월부터 한 차례도 감소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343명, 11월 848명, 12월 422명이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1월 103명, 2월 19명, 3월 52명, 4월 20명, 5월 40명, 6월 15명, 7월 16명이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말 3만3,266명이었던 인구는 10개월 만에 3만5,144명으로 1,878명 늘었다. 특히 사업 선정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1,716명이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증가 폭은 완만해졌지만 감소세로 돌아서지 않고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정선군 인구는 3만5,144명으로, 6월 말3만5,128명보다 16명 증가했다. 정선군 인구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지난해 10월부터 한 차례도 감소하지 않았다.>
7월에는 폐광지역인 사북읍과 고한읍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사북읍은 한 달 사이 12명, 고한읍은 10명 늘었다. 함백출장소와 여량면은 각각 4명, 남면은 1명 증가했다.
반면 신동읍과 북평면은 각각 5명 줄었고, 화암면은 3명, 임계면은 2명 감소했다. 정선읍은 남성이 6명 늘고 여성이 6명 줄면서 전체 인구 1만293명을 유지했다.
세대 수도 크게 늘었다. 정선군 전체 세대는 6월 말 2만373세대에서 7월 말 2만471세대로 한 달 만에 98세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 증가가 16명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1인 가구와 소규모 가구의 전입 또는 세대 분리가 활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본소득에서 의료·교통까지…‘살 수 있는 정선’ 만든다
정선군의 인구 반등은 농어촌 기본소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소득과 이동권, 교육, 의료, 문화, 돌봄을 하나로 연결한 정선형 기본사회 정책이 전입 이후의 삶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지급 대상 주민에게 매월 15만원을 지역화폐인 와와페이로 지급하고 있다. 지역 안에서 사용되는 기본소득은 주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전통시장과 음식점, 소매점 등 골목상권의 매출을 늘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과 관광객이 군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이동권을 넓혔고, 군민에게는 작은영화관 관람료를 1,000원으로 지원해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했다. 신혼부부에게 최대 500만원의 결혼장려금을 지급하고, 대학생에게는 장학금과 등록금을 지원해 청년층의 결혼과 교육비 부담을 낮추고 있다.
어르신에게는 목욕비와 이미용비를 지원하고 경로당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있다. 농업인에게는 농업인수당을 지급해 안정적인 영농과 농촌 정착을 돕는다. 군립병원의 진료 기능과 공공의료 서비스도 강화해 고령자와 어린 자녀를 둔 가정, 귀농·귀촌인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사람을 정선으로 불러들이는 계기라면 무료 교통과 교육·의료·문화·돌봄 정책은 이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 버팀목인 셈이다. 단순한 소득 지원을 넘어 ‘정선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함께 구축한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의 인구정책과 차별화된다.

올해 말 3만5,300명 전망…관건은 ‘주소’를 ‘삶’으로 바꾸는 것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말 정선군 인구는 3만5,3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의 대규모 증가가 진정된 최근 5개월 동안에도 인구는 모두 143명, 월평균 약 29명 늘었다. 같은 흐름을 남은 5개월에 단순 적용하면 연말 인구는 약 3만5,287명에 이른다.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이 본격화하고 정선형 기본사회 정책이 생활 속에 안착하면 3만5,300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소득 지원과 함께 교통·의료·교육·돌봄 등 정착에 필요한 생활 기반을 확충하고 있어 인구 증가세가 일시적인 전입 효과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세대 증가 폭에 비해 실제 인구 증가 폭이 크지 않고, 일부 읍·면에서는 여전히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늘어난 주소를 실제 거주와 소비, 취업, 창업으로 연결하고 지역별 인구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세밀한 정착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히 인구를 늘리기 위한 지원책이 아니라 농촌에서도 안정된 소득을 바탕으로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국가적 실험”이라며 “기본소득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소비되고 다시 주민의 소득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입 주민이 잠시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정선의 이웃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주거·일자리·교육·의료·돌봄을 아우르는 정선형 기본사회를 촘촘하게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용찬 삼척상공회의소 정선지소장은 “늘어난 인구가 실제 소비와 창업, 일자리 증가로 이어져야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지역 상공인들도 새로운 주민의 수요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선의 변화가 청년의 취업과 창업, 골목상권 회복으로 이어진다면 농어촌 기본소득과 정선형 기본사회를 통해 소멸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농촌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선 인구는 10개월째 꾸준히 늘고 있다.
새로운 이웃이 들어오고 어두웠던 집에 다시 불이 켜지면서 정선은 이제 사람이 떠나는 고장을 넘어, 돌아온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일구는 희망의 고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최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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