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랑박물관 석탄산업유산 기획전 개막… 광부의 노동·가족·공동체 조명 광차 시뮬레이터 등 6개 주제로 구성… 2027년 6월 30일까지 운영



한때 정선의 산은 석탄을 품었고,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 빛을 캐냈다.
막장에 들어선 광부들은 머리에 작은 불빛 하나를 밝힌 채 석탄을 캤고, 가족들은 갱도 밖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탄광은 일터를 넘어 수많은 사람의 삶과 애환, 마을 공동체의 기억이 쌓인 공간이 됐다.
정선 탄광촌을 일구며 살아온 광부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아리랑박물관에서 되살아난다.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사장 최종수)은 아리랑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석탄산업유산의 기억, 빛을 캐던 사람들’ 기획전을 열고 있다.
재단은 16일 아리랑박물관에서 최승준 정선군수와 배왕섭 정선군의회 의장, 군의원, 최종수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이사장, 기관·단체장, 재단 이사 및 자문위원,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획전 개막식(사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정선의 근현대사를 이끌었던 석탄산업과 광산 문화를 조명하고, 탄광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광부와 가족들의 노동과 생활, 공동체의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장은 탄광촌의 탄생부터 폐광 이후 기억을 이어가는 과정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는 ▲정선지역 광산마을의 형성과 역사 ▲흥망성쇠의 제국 광산마을 ▲광부의 하루 ▲광부 가족과 공동체 생활 ▲탄광의 관습 ▲기억과 계승 등 6개 주제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갱도와 작업장을 오가던 광부의 하루는 물론, 탄광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과 학교, 사택과 이웃 공동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광부들이 목숨을 걸고 들어갔던 작업 현장의 긴장과 갱도 밖에서 가족을 기다렸던 사람들의 삶도 전시 곳곳에 담겼다.
광차 시뮬레이터 체험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광차를 타고 탄광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사진과 기록만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당시 광산 현장의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
석탄산업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떠받친 핵심 동력이자 정선의 도시와 마을, 사람들의 삶을 바꾼 역사적 기반이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탄광 주변에 삶의 터전을 잡으면서 새로운 마을과 시장이 생겨났고, 광부와 가족들은 위험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끈끈한 공동체를 일궈냈다.
그러나 석탄산업의 쇠퇴와 잇따른 폐광으로 광산마을의 모습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광부들의 작업 도구와 생활용품, 탄광촌의 풍경뿐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삶의 이야기와 공동체 문화도 점차 기억 속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폐광 이후 희미해져 가는 광산마을의 기억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정선의 정체성을 미래 세대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 산업 발전을 이끈 석탄산업과 광부들의 역사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는 가운데, 정선의 석탄산업유산을 지속 가능한 문화자원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리랑박물관은 그동안 정선아리랑의 역사와 전승 과정을 비롯해 뗏목 문화, 산촌 생활, 노동과 공동체 등 정선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삶을 기록하고 전시해 왔다. 이번 기획전은 정선아리랑에 담긴 희로애락을 탄광촌의 역사와 연결하며 지역 문화의 범위를 한층 넓혔다.
최종수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이사장은 “정선아리랑은 정선 사람들의 삶과 희로애락을 담아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석탄산업과 광산 문화 역시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형성한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번 기획전을 통해 잊혀가는 광부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정선이 간직한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지속적으로 보존해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기획전은 2027년 6월 30일까지 이어진다.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료 2,000원은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선아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유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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