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약계층 고용률 50% 이상… 지역주민 우선채용으로 폐광마을 버팀목
연탄·김장·장학사업까지… “나눔은 결국 같은 마을 사람의 삶을 붙드는 일”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수상… 사람 중심 경영으로 정선지역 사회 희망 일궈
“나눔은 결국 같은 마을 사람의 삶을 붙드는 일입니다”
탄광이 멈춘 뒤,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기계 소리가 아니었다.
새벽마다 갱도로 향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췄고, 시장 골목의 불빛이 하나둘 꺼졌다. 빈 점포 앞에는 먼지가 쌓였고, 술집 유리창에는 오래된 전단지가 바랜 채 붙어 있었다. 누군가는 도시로 떠났고, 누군가는 남아 무너지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폐광 이후, 마을은 오랫동안 겨울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그 침묵의 세월 속에서 정선의 한 기업은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고, 경쟁보다 함께 살아남는 가치를 붙드는 길이었다.
우리주민주식회사(대표이사 김진복). 폐광 이후 지역경제 회생과 주민 참여를 위해 만들어진 이 기업은 처음부터 조금 달랐다. 2006년 작성된 주주협약서와 경영이념에는 지금도 같은 문장이 흐르고 있다.
회사의 중심은 사람이며, 지역주민이라는 것.
효율과 성과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시대에 그것은 어쩌면 가장 느리고,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우리주민은 빠르게 앞서가는 길보다, 함께 오래 걷는 길을 택했다.
회사는 지금도 지역주민 우선채용 원칙 아래 보안·미화·시설관리 분야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여름과 겨울 성수기에는 500~600명의 주민들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평상시에도 314명이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간다. 연간 매출액은 21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숫자만 보면 탄탄한 성장기업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진짜로 쌓아 올린 것은 단지 매출이나 실적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시간이었다.



<우리주민주식회사는 사회적 기업답게 해마다 취약계층 생계비 지원과 위기가정 자립 지원,장학사업 등을 이어오고 있다.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2026사회적기업의 날 기념식’에서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우리주민주식회사는 매년 약 2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 예산을 편성해 취약계층 생계비 지원과 위기가정 자립 지원, 장학사업 등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함께나눔 봉사단’은 연탄을 나르고, 김장을 담그고, 낡은 집의 벽지를 다시 붙이며 마을의 겨울을 함께 견딘다.
누군가에게는 그 연탄 몇 장이 얼어붙은 밤을 버티게 하는 온기였고, 누군가에게는 장학금 한 번이 삶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희망이었다. 그 작은 손길들이 쌓여 마을은 조금씩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이 회사는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2026 사회적기업의 날 기념식’에서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폐광지역 취약계층 고용 확대와 지역사회 나눔 실천, 체계적인 복지 예산 운영 등을 높이 평가했다.
김진복 대표의 말에는 이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가 담겨 있다.
“우리 회사도 결국 지역사회의 일부입니다. 주민들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받아들여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혼자 행복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곳 직원들에게 사회공헌은 특별한 행사가 아니다. 같은 마을 사람의 삶을 외면하지 않는 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방식에 가깝다. 폐광의 시간은 길었다.
사람들은 수없이 무너졌고, 많은 마을들이 쇠락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도 끝내 사람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우리주민주식회사가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남기고 있는 것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그 오래되고도 따뜻한 한마디.
그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다.
김광희 기자 kwh6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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