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군자원봉사센터 장수사진 촬영 봉사…주름마다 지나온 세월과 가족의 시간이 담겼다
“조금만 더 웃어보세요. 아주 좋습니다.”
13일 오전, 정선읍 북실주공아파트 경로당.
평소보다 조금 더 곱게 머리를 단장한 어르신들이 차례로 의자에 앉았다. 누군가는 손수건으로 옷매무새를 고쳐 잡았고, 또 누군가는 쑥스러운 듯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카메라 셔터가 눌릴 때마다 경로당 안에는 오래된 추억 같은 웃음소리가 잔잔히 번졌다.
산골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정선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탄광 생활과 산골 세월을 견뎌낸 얼굴들에는 정선 사람 특유의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 주름은 단순한 나이가 아니라, 한 사람씩 살아낸 계절의 흔적처럼 보였다.
정선군자원봉사센터가 이날 진행한 ‘어르신 장수사진 및 추억사진 사업’은 단순한 촬영 행사가 아니었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역 현실 속에서,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하고 존중하는 작은 의식(儀式)에 가까웠다.
이날 촬영은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됐다.
헤어 손질과 메이크업, 사진 촬영까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이뤄졌다. 누군가는 어르신의 머리를 정성껏 빗겨주었고, 또 다른 이는 구겨진 옷깃을 조용히 펴주었다. 그렇게 준비된 순간마다 카메라는 가장 환한 표정을 사진 속에 담아냈다.
특히 장수사진은 단순한 기념촬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경제적 여건이나 촬영 기회 부족으로 평생 자신의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이날의 사진은 지나온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작은 창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젊은 날 이후 처음 남기는 ‘제대로 된 사진’이기도 하다.
한 어르신은 “이렇게 화장도 해보고 사진도 제대로 찍어보는 건 처음 같다”며 “괜히 마음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뒤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어르신들은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누군가는 환하게 웃었고, 누군가는 말없이 눈시울을 훔쳤다. 오래 살아낸 시간은 그렇게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다시 현재가 되었다.



<정선군자원봉사센터는 13일 정선읍 북실주공아파트 경로당에서 어르신 장수사진 및 추억사진 사업을 진행하였다.>
정선군자원봉사센터는 현재까지 6차례에 걸쳐 60여 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장수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연간 5회 이상 사업을 이어가며 지역 곳곳을 찾아갈 계획이다.
장기봉 소장은 “사진을 찍고 난 뒤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보시며 환하게 웃으시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어르신들께 단순히 사진 한 장을 남겨드리는 것이 아니라, 평생 살아오신 시간을 따뜻하게 기억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능기부 문화가 자연스럽게 지역 안에 퍼져나가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삶과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잠깐의 셔터 소리였지만, 사진 속에는 누군가의 평생이 담겼다.
주름마다 살아낸 계절이 있었고, 미소마다 가족과 세월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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