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강릉잇는 주요 도로 학교와 100m 거리… 본선도로와 접하지도 않아
정선군 사북읍에서 화암면 백전리 강릉으로 이어지는 도로.
노나무재터널을 지나면 갑자기 속도가 멈춘다.
제한속도 시속 30km. 이유는 단 하나, 인근 백전초등학교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유’가 현장에는 없다.
“학교 앞”이 아닌데도 ‘학교 앞’
표지판은 학교를 가리키지만, 정작 학교는 직진 본선에서 벗어난 지점에 있다.
단속지점에서 100m가량 떨어진 내부 도로 방향.
학생들의 등·하교는 별도 진입로를 이용하는 스쿨버스 중심이다.
그럼에도 이 구간은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일괄 30km 제한이 걸려 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학교 앞’인가, 아니면 ‘학교 근처’라는 이유만으로 묶어버린 행정인가.
보호구역의 핵심은 ‘보행’이다
도로교통법 제12조의 취지는 명확하다.
어린이의 보행 안전 확보.
그렇다면 최소한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횡단보도.
통학 동선.
보행 흔적.
하지만 해당 구간에는 횡단보도조차 없다.
보행이 전제되지 않은 도로에 ‘보행 보호’를 명분으로 속도를 묶는 것.
이건 보호가 아니라 형식의 남용이다.
단속은 있고, 근거는 없다
현장 운전자들의 체감은 더 노골적이다.
직선 구간.
시야 확보 양호.
갑작스러운 30km 제한.
단속 카메라.
결과는 단순하다.
과속 단속 증가는 곧 과태료 증가다.
“안전을 위해서”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안전 설비 없이 단속만 있는 구조는 다른 해석을 낳는다.
단속만을 위한 보호구역 아닌가.
물론 반론은 존재한다.
“사고는 가능성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선군 사북읍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도로인 화암면 백전리 백전초등학교 앞. 도로가 제한속도 시속 30km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운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이 도로가 백전초교와 거리가 100m 정도 떨어져 있고 학생들도 이곳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이 논리가 어디까지 확장되느냐다.
사람이 거의 건너지 않는 도로. 학교와 직접 접하지 않는 구간, 보행 시설 부재,
이 모든 조건에서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면, 보호구역은 ‘현장 기준’이 아니라 ‘행정 편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제도는 신뢰를 잃는다.
무너지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속도를 줄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납득되지 않는 규제다.
납득되지 않는 규제는 지켜지지 않는다.
지켜지지 않는 규제는 결국, 무시된다.
그때 가장 위험해지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진짜 필요한 보호구역’이다.
화암면 주민 전모(55)씨는 “백전초교 앞 도로가 정말 위험하다면, 왜 횡단보도는 없는가. 이 구간이 정말 보호구역이라면, 왜 통학 동선은 반영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속도 제한은 정당성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리가 보호를 가장하면, 운전자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그 제도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영 기자sky310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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