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질 뻔한 마을, 한 아이가 붙잡았다
정선군 북평면 문곡리.
문곡리는 한반도를 닮은 지형으로 “한반도마을”이라 불리는 곳으로 이 마을에는 오랫동안 들리지 않던 소리가 있었다.
아기 울음소리였다.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늙어갔다.
아이의 울음 대신 바람 소리와 적막만이 마을 골목을 채웠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하지 않았지만 알고 있었다.
마을이 이대로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것을.
그날, 울음이 터졌다.
그리고 마침내, 김현동·장유진 부부에게 아이가 태어났다.
아주 작고, 그러나 분명한 울음이었다.
그 소리는 한 집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담을 넘고, 골목을 지나, 마을 끝까지 번졌다.



<정선군 북평면 문곡리 작은 마을에 20년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온 마을이 따뜻한 축하 분위기로 물들고 있다.>
20년 동안 비어 있던 시간 위로 처음으로 울음이 내려앉았다.
“우리 마을에… 아기가 태어났대”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북평면행정복지센터를 비롯한 지역기관 단체들은 잇따라 축하 행렬에 동참하며 의미를 더하고 있다.
누군가는 전화를 걸었고, 누군가는 직접 찾아갔다.
마을 곳곳에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축하가 아니었다.
그건,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마음이었다.
“우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잊혀진 시간들이 돌아왔다.
누군가 조용히 말했다.
“백일 잔치… 언제 해봤더라.”
아기 아버지가 활동중인 정선군수영연맹(회장 안영식)회원들은 아기의 백일반지를 준비했다.
반짝이는 작은 금속 하나에 이들이 담은 것은 단순한 축하가 아니라 잃어버렸던 추억의 시간이었다.
아이를 키우던 기억, 함께 모이던 날들, 웃음이 많던 시절.
한 아이를,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
문곡리 사람들은 이제 백일잔치를 준비한다.
부녀회원들이 나서고, 이웃들이 음식을 나누고, 사람들이 다시 모인다.
김철수 이장은 “20년 만에 맞이한 마을의 큰 경사라 너무 기쁘다”며 “부녀회원들과 함께 아기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는 백일잔치를 정성껏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 아이는 혼자 크는 아이가 아니야.”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이 아이는 지금 마을 전체의 품 안에서 자라고 있다.
“고맙습니다”… 그 말의 무게
아버지 김현동(39) 씨는 말했다.
“이렇게 함께 기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20년의 세월이 담겨 있었다.
기다림,
조용한 포기,
그리고 다시 찾아온 희망.
한 번의 울음이 남긴 것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울었다.
하지만 그 울음은 마을을 깨웠다.
닫혀 있던 마음을 열었고, 끊어졌던 관계를 다시 이어 붙였다.
사라질 것 같던 곳에 다시 사람의 온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마을을 살리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단 한 번의 울음,
단 한 명의 아이.
그것으로 충분했다.
문곡리는 지금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말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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