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현장에서 피어난 ‘늦지 않은 배움’의 결실
정선평생학습관(관장 박현준)에서 진행된 학력인정반 교육과정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평균 연령 77세의 시니어 수강생 6명이 최근 치러진 대한검정회 한자급수시험에 전원 합격한 것이다. 이번 성과는 개인의 노력은 물론, 지역 평생교육 현장에서 오랜 시간 묵묵히 이어져 온 배움의 시간이 만들어 낸 결실로 평가된다.
이번 교육을 지도한 고노라강사는 정선평생교육관 중학과정에서 중1 영어와 중2 한문을 맡고 있으며, 대한노인회 경로당 치매예방한글교실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또한 한문협 정선지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고 강사는 “이번 결과는 강사로서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신을 갖게 한 계기였다”며 “시니어 학습자분들께 한자 공부는 단순한 자격 취득을 넘어, 문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원 합격이라는 결과가 “배움은 삶의 후반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해 준 상징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수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고 강사는 ‘학습 능력’이 아닌 ‘배움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많은 분들이 ‘나는 늦었다’, ‘이제 외우는 건 안 된다’는 말을 먼저 하셨다”며, “그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고 강사는 성취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수업을 원칙으로 삼았다. 정답 여부보다 하루 한 글자라도 더 익혔는지, 수업에 웃으며 참여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했고, 반복 학습 역시 단순 암기가 아닌 생활 속 언어와 경험에 한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또 학습 속도를 비교하지 않는 교실 분위기를 만들어, 작은 진전에도 충분히 인정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고 강사는 “시니어 학습자들에게 배움은 지식을 얻는 일을 넘어, 삶을 다시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며 “인생의 후반부에 스스로 선택한 공부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나는 아직 성장 중’이라는 감각을 되찾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격이라는 결과보다 끝까지 도전하고 완주한 과정 자체가 이미 큰 성취”라며 수강생들에게 축하와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성과는 정선평생학습관 프로그램이 지역 어르신들의 일상 속 배움을 꾸준히 뒷받침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평생학습관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이어진 배움은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되었고, 이번 전원 합격은 평생교육의 사회적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고 강사는 마지막으로 배움을 망설이고 있는 시니어들에게 “배움은 나이나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의 문제”라며 “늦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자기다운 배움을 시작할 때일 수 있다”고 전했다.
지효숙 기자
BEST 뉴스
-
“몸의 균형은 발에서 시작… 건강수명 늘리려면 매일 빠르게 걸어야”
“허리가 아픈 것도, 무릎이 무너지는 것도 시작은 발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족부학 명장 1호’인 이재욱(사진) 교수가 최근 정선을 찾아 “발은 단순한 신체 말단이 아니라 몸 전체 균형의 출발점”이라며 발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맞는 자세로 매일 꾸준히... -
35세 정선 청년, 경북대 교수 되다… 박영기 교수의 멈추지 않은 도전
정선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박영기(35 사진) 교수가 지난해 3월 경북대학교 섬유패션디자인학부 섬유공학전공 조교수로 임용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 후배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박 교수는 정선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단국대학교 파이버시스템공학부에 진... -
“영어 배우는 91세 만학도”… 오늘도 인생의 사과나무를 심는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 오래전 누군가 남긴 이 말은 희망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비유로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 정선의 작은 교실 한편에서는 그 문장을 삶으로 살아내는 한 노인이 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정선읍 애산리 여성회관 영어회화 교실. 문이... -
정선 인구 3만5128명… 9개월째 '사람 돌아오는 산골' 현실로
한때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이 적었던 정선의 산골 마을에 다시 불빛이 늘고 있다. 닫혀 있던 집 대문이 열리고, 비어 있던 방에 전등이 켜지고, 오래 끊겼던 생활의 숨결이 천천히 돌아오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기준 ... -
정선, 인생 2막 도시로 떠오르다… 2년 새 1499명 늘었다
한때 정선은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더 익숙한 곳이었다. 탄광의 불이 꺼진 뒤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향했고, 빈집 처마 밑에는 먼지만 쌓였다. 시장 골목의 간판은 하나둘 빛을 잃었고, 산 아래 마을에는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른다”는 체념 같은 말이 오래 남아 있었다. 하지만 ... -
강원 시니어클럽 한자리에… ‘노인일자리 해법’ 머리 맞댔다
강원특별자치도 15개 시·군 시니어클럽 기관장과 관계자들이 정선에 모여 노인일자리 사업의 발전 방향과 지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선군은 9일 정선군가족센터 대강당에서 ‘2026년 강원특별자치도시니어클럽협회 기관장 회의(사진)’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강원특별자치도시니어클럽협회가 주최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