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초 2년 김경준 학생, 암환자 위해 머리카락 기부
북평면 북평초등학교에서 학습클리닉지도자로 활동하던 중, 유독 눈에 띄는 한 학생이 있었다.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 머리가 긴 한 남자아이. 처음에 신기해서, 그리고 궁금해서 조심스레 이유를 물었는데 그 대답에서 시작된 작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북평초등학교 2학년 김경준(9) 학생. 오래전부터 길러온 머리카락을 어린 암환자에게 기부하는 멋진 결심을 한 아이였다. 11월 22일, 경준이는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하며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데 경준이가 머리를 길기 시작한 건 처음부터 기부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3살 무렵 미용실에 갔다가 기계 소리와 가위 소리에 겁을 먹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머리를 자른 그날 이후, 그는 다시는 미용실에 가기 싫다고 했다. 그날을 기점으로 경준이는 자연스럽게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아침마다 머리를 감겨주고 필요할 때는 집에서 조금씩 잘라주며 아이의 곁을 지켰다.
긴 머리를 가진 경준이는 마을에서 종종 ‘예쁜 딸’로 오해받기도 했다. 여름이면 머리를 질끈 묶고 축구를 하며 뛰어노는 모습에서 활기찬 소년의 에너지가 느껴졌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다. 밥을 먹다 머리카락이 입에 들어가곤 했고, 묶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만큼 머리카락이 길었다. 그래도 경준이는 “겨울엔 덜 추웠어요”라며 아이답게 작은 장점을 먼저 떠올렸다.
올해 광복절을 맞아 어머니(조은희, 43)가 “이번에 머리카락 기부해 볼까?”라고 권유했지만, 경준이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라며 잠시 미뤘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이 스스로 준비된 날이 11월 22일이었다. 기부를 앞둔 그는 “설레고 떨려요”라며 긴 여행을 마치는 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기부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너무 힘들어요”라고 솔직히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경준이의 결심을 곁에서 지켜본 어머니는 “얼굴만큼 마음씨도 예쁜 아이예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픈 아이들을 생각하고 서로 돕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아침마다 머리를 씻겨주면서 아이와 정서적으로 더 가까워졌고, 이 시간이 나중에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거라 믿어요.”
돌 무렵 한 번 머리를 밀고, 3살에 미용실의 두려움을 겪은 뒤 시작된 경준이의 긴 머리 여행은 그가 자라는 시간과 함께했다. 오랜 시간의 인내 끝에 잘라낸 머리카락 한 움큼에는 단순한 ‘길이’가 아닌, 아이의 성장과 용기, 그리고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다.
머리카락 기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나눔
경준이가 기부한 머리카락은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어머나) 운동본부’에 전달된다. 이 단체는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을 잃은 아이들에게 무료 인공가발을 전달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일반 시민들의 작은 참여가 큰 힘이 된다.
기부 방법도 간단하다. 기부 기준 길이(보통 25~30cm 이상)에 맞춰 머리를 자르고, 잘 묶어서 말린 뒤 운동본부에 택배로 발송하면 된다.
누군가의 머리카락 한 다발이, 또 다른 아이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물할 수 있는 셈이다. 경준이가 흘린 눈물에서 시작된 그의 긴 머리 여정은 결국 또 한 아이에게 다시 웃음을 건네는 따뜻한 선물이 되었다.
지효숙 기자
BEST 뉴스
-
“몸의 균형은 발에서 시작… 건강수명 늘리려면 매일 빠르게 걸어야”
“허리가 아픈 것도, 무릎이 무너지는 것도 시작은 발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족부학 명장 1호’인 이재욱(사진) 교수가 최근 정선을 찾아 “발은 단순한 신체 말단이 아니라 몸 전체 균형의 출발점”이라며 발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맞는 자세로 매일 꾸준히... -
35세 정선 청년, 경북대 교수 되다… 박영기 교수의 멈추지 않은 도전
정선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박영기(35 사진) 교수가 지난해 3월 경북대학교 섬유패션디자인학부 섬유공학전공 조교수로 임용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 후배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박 교수는 정선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단국대학교 파이버시스템공학부에 진... -
“영어 배우는 91세 만학도”… 오늘도 인생의 사과나무를 심는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 오래전 누군가 남긴 이 말은 희망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비유로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 정선의 작은 교실 한편에서는 그 문장을 삶으로 살아내는 한 노인이 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정선읍 애산리 여성회관 영어회화 교실. 문이... -
정선 인구 3만5128명… 9개월째 '사람 돌아오는 산골' 현실로
한때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이 적었던 정선의 산골 마을에 다시 불빛이 늘고 있다. 닫혀 있던 집 대문이 열리고, 비어 있던 방에 전등이 켜지고, 오래 끊겼던 생활의 숨결이 천천히 돌아오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기준 ... -
정선, 인생 2막 도시로 떠오르다… 2년 새 1499명 늘었다
한때 정선은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더 익숙한 곳이었다. 탄광의 불이 꺼진 뒤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향했고, 빈집 처마 밑에는 먼지만 쌓였다. 시장 골목의 간판은 하나둘 빛을 잃었고, 산 아래 마을에는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른다”는 체념 같은 말이 오래 남아 있었다. 하지만 ... -
강원 시니어클럽 한자리에… ‘노인일자리 해법’ 머리 맞댔다
강원특별자치도 15개 시·군 시니어클럽 기관장과 관계자들이 정선에 모여 노인일자리 사업의 발전 방향과 지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선군은 9일 정선군가족센터 대강당에서 ‘2026년 강원특별자치도시니어클럽협회 기관장 회의(사진)’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강원특별자치도시니어클럽협회가 주최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