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연구소, 정부 사과 촉구
1980년 사북 사건을 다룬 영화 ‘1980, 사북’에 주민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관내에서는 상당한 객석이 관객들로 채워지고 있는데다, 정선군청 공무원 노조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의 단체관람도 이어지고 있다.
박봉남 감독은 ‘1980, 사북’이라는 이 영화의 제목처럼, 영화 안에서 1980년 사북에서 일어난 일들을 사태, 사건, 항쟁 중 무엇으로도 규정짓지 않는다. 어떻게 평가하고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온전히 관객에 맡기고 건조하게 사실들을 제시한다. 이런 담담한 전개에 다소나마 파격을 일으키는 것은 당사자들의 입에서 무심하게 터져 나오는 날카로운 증언들뿐이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주요 화자로 등장하는 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이 작품 말미에 전했던 메시지 “동원은, 국가폭력은 어디가고 언제까지 이재기 이원갑의 싸움입니까”라는 말은 울림이 크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 옹졸하게 욕을 하고” - 김수영의 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中
사실 그렇다. 어용노조 위원장이었다는 그 사람도 따지고 보면 마름에 불과하고, 광부들의 봉기를 주도했다는 ‘진짜 위원장’ 격인 그도, 그리고 그를 따랐던 여러 광부들도 우리 사회 전체로 보자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을(乙) 중의 을, 그저 광부였다. 이들이 공권력을 향해 돌을 던지게 한 것도, 그 일부가 누군가의 어머니에게 집단린치를 가할 정도로 분노하게 한 것도, 서로가 서로를 고발하도록 잔혹한 고문폭력을 저지른 것도 모두 자본이나 권력이 조종하고 전개시키고 방치한 것이다.
그 본질을 잊고 표피적 사건들에 천착한 나머지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혹은 위로하며, 45년 침묵의 세월이 흘렀고,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이제는 딱히 재조명 하는 것조차 새삼스런 시점까지 와 버렸다. 아니, 다시 수면 위로 올려보는 것이, 지역사회가 해봄직한 일이긴 한데 당사자들에게 실익이 있을까. 트라우마를 후벼 파면서 시도해본들, 45년의 세월 탓에 그저 빛바랜 역사 속 문장 몇 가지 고쳐지는, 공허한 동네행사나 하나 더 생기는 수준에 불과하지 않을까. 대부분 故(고)가 붙은 엔딩크레딧은 그런 회의감마저 들게 했다.
이런 감상과 별개로 시민상영위원회는 “광주 5.18의 그림자에 가려 45년 동안 답을 듣지 못한 광부들의 외침에 이제라도 화답해야 한다”며 “사북을 국가폭력 기억과 치유의 특별역사지구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는 오는 21일 예정된 ‘사북항쟁 45주년 기념식’ 전에 정부가 사과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다.
45년의 세월,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냐 싶지만 그래도 다음 세대를 위해 사과할 것은 하는 것이 좋겠다. 사과 받아줄 수 있는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최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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