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개설 의료기관(사무장 병원, 면허대여 약국 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사가 아닌 자가 명의를 빌려 병원을 차리고, 과잉 진료와 허위 청구로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행태가 수십 년간 되풀이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낸 보험료로 돌아왔다.
지난 14년간 환수 결정액만 3조 4000억 원. 그러나 실제로 환수된 금액은 7%에 불과하다. 범죄자들이 긴 수사 기간 동안 재산을 빼돌려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진 탓이다. 3조 원이 넘는 국민의 돈이 범죄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이 상황을 두고 ‘제도적 허점’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해결책으로 꺼내 든 것이 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다. 건보공단에 직접 수사 권한을 부여해 경찰보다 훨씬 신속하게 불법 병원을 적발·환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11개월 걸리는 수사를 3개월로 줄여 재산을 은닉하기 전에 동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다.
물론 의료계 일각에서는 공단이 수사권까지 가지는 것은 과도하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문제는 권한의 ‘과다’가 아니라 ‘부재’였다. 아무도 제대로 못 막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기관에 제한적 수사권을 주자는 것이니, 반대 명분은 설득력이 약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에는 정치권과 지방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야 의원 79명이 공동 발의에 나섰고, 전국 17개 광역의회와 226개 기초의회가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는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민생 법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은 단순히 수사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은 반드시 처벌받고, 부당이득은 반드시 환수된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국민의 신뢰는 바로 이런 ‘확실한 집행력’에서 나온다.
수년간 논의만 반복되던 과제가 이제 입법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국회가 결단을 미룰수록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건보공단 특사경’, 더 늦출 이유가 없다.
정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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