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호 기자
몇 해 전, 호주 서부의 중심도시 퍼스라는 곳을 여행한 적이 있다. 인도양 남부에 위치한 그곳 퍼스에는 시내 중심을 순환하는 ‘캣버스(central area transit; CAT Bus)’라는 무료 시내버스를 유용하게 타고 다녔다. 그런데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버스에 오를 때는 “헬로”, 내릴 때는 “땡큐”라고 모든 승객이 자연스럽게 기사에게 인사를 건넸다. 일종의 규칙이었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도시에선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예의’처럼 여겨졌다. 이 인사가 도시의 규칙이 아닌 시민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었기에 퍼스라는 도시의 풍경마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최근 정선에서도 ‘와와버스’가 전면 무료화됐다. 그동안도 일부 노선에서는 요금을 받지 않았지만, 이젠 군민 누구나 전 구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시도이며, 군민 이동권 보장과 지역 교통복지 차원에서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학생 등 교통약자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정책이다.
하지만 좋은 정책일수록 그 안을 채우는 ‘문화’가 함께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 정선에 필요한 건 ‘제도 위에 예절을 얹는 일’이다. 와와버스를 타고 내릴 때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가 오가는 풍경을 상상해보자. 짧은 인사지만, 그 울림은 생각보다 크다. 한 지역의 품격은 행정의 예산이 아니라, 시민의 태도로 드러난다.
‘공짜로 탄다’는 인식이 오히려 무관심이나 무례로 이어지는 모습은 우리가 피해야 할 방향이다. 익숙함이 무감각이 되지 않도록, 감사함이 습관이 되는 문화를 우리가 먼저 만들어보면 어떨까.
한 명의 인사가 둘이 되고, 열이 되면 그것은 곧 하나의 정선의 문화가 된다.
여기에 하나 더, 행정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순히 요금을 없애는 데 그치지 말고, 버스를 운전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이 더욱 친절하게 응대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환경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 서비스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주민이 인사를 건넬 때, 운전원도 미소와 응답으로 화답할 수 있는 여건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런 상호 존중의 문화야말로 진짜 공동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이미 대부분의 승객과 운전원이 인사를 주고받는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은 되어있다. 하지만 이를 하나의 문화적 규칙처럼 만들어 두는 것이 더 좋다.
이 문화는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정선에서, 와와버스에서. ‘무료버스’라는 정책 위에 ‘따뜻한 인사’라는 정서를 더하면, 와와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정선의 자부심이자 지역의 품격이 될 것이다.
공공서비스가 예산으로 만들어진다면, 공공문화는 시민의 마음으로 완성된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한마디, 그것이 정선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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