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강원랜드 소유 전 사북광업소 유휴부지에 거점형 생활체육·관광시설 조성을
정선 관내 흩어진 54홀·6천여 객실 연계해 전국대회와 체류형 관광 기반으로

한때 광부와 그 가족들의 삶을 품었던 사북광업소 아파트단지가 철거된 지 10년이 넘었다.
웃음과 발걸음이 오가던 자리는 이제 4만6천㎡의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석탄산업의 기억을 간직한 이 땅을 언제까지 잠들게 둘 것인가.
강원랜드가 소유한 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아파트 터에 전국대회 유치 기반이 될 거점형 파크골프장을 조성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고한·사북과 남면의 숙박시설, 음식점, 전통시장까지 연계한다면 폐광지역의 생활체육 기반을 넓히고 침체한 골목상권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 세대가 함께 즐기는 생활체육
파크골프는 공원을 뜻하는‘파크’와 골프를 결합한 생활체육이다.일반 골프보다 짧은 코스에서 클럽 한 개와 공 하나로 경기해 배우기 쉽고 비용 부담도 적다.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노래방과 스크린골프,게이트볼과 그라운드골프에 이어 최근에는 파크골프가 새로운 여가문화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주민 건강을 위한 체육시설을 넘어 전국대회와 관광을 결합하면 숙박과 음식,전통시장 소비를 끌어내는 지역경제 기반이 될 수 있다.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 산147-3일원(사진 빨간선 안). 옛 사북광업소 아파트가 있던 곳으로, 2015년 아파트 철거 이후 뚜렷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빈터로 남아 있다.>
화천군이 대표적인 사례다. 겨울에는 산천어축제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파크골프장과 전국대회를 활용해 관광 비수기를 메우고 있다.
현재 4개 파크골프장 72홀을 운영하는 화천군은 사내면에 이어 동서고속화철도가 지나는 간동면과 하남면에도 각각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모두 6개 파크골프장, 108홀 규모의 기반을 갖추게 된다.
정선이 화천의 규모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지역 여건과 실제 수요에 맞는 시설을 갖추되 대회 참가자들의 숙박과 식사를 지역 상권으로 연결한 운영 전략은 참고할 만하다.
◇ 1만4천 평 빈 땅, 지역 재생의 출발점으로
대상지는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 산147-3 일원이다. 2015년 아파트 철거 이후 뚜렷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부지는 약 4만6천㎡, 1만4천여 평에 이른다. 통상 18홀 파크골프장에 약 3만㎡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거점형 코스와 주차장, 휴게시설 등을 검토할 수 있는 규모다. 실제 홀수와 시설 배치는 경사도와 토질, 배수 여건 등을 조사한 뒤 결정해야 한다.
입지 여건도 경쟁력이 있다. 국도와 철도가 지나고 강원랜드 관광권과 맞닿아 있으며 주변에는 음식점과 전통시장, 숙박업소가 이미 형성돼 있다. 관광 기반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 숙박·교통·관광 자원을 연결할 구심점을 세우면 된다. 방치된 옛 광업소 아파트 터가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 흩어진 54홀…전국대회 이끌 거점시설 필요
정선에서는 정선읍 녹송과 북평면에 각각 18홀씩 모두 36홀의 파크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남면 문곡리 18홀이 완공되면 전체 규모는 54홀로 늘어난다.
생활체육 기반은 점차 갖춰지고 있지만 시설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어 전국대회를 안정적으로 치르려면 이를 연결할 거점이 필요하다. 홀수뿐 아니라 코스 규격과 공인 여부, 주차장, 휴게시설, 경기 운영공간과 참가자 이동 동선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북에 거점시설을 마련하고 정선읍·북평면·남면의 기존 파크골프장을 연계한다면 정선 전역을 하나의 대회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 시설을 집중하지 않고 대회 효과를 각 지역으로 확산하는 방안이다.
정선의 또 다른 강점은 숙박시설이다. 고한읍과 사북읍, 남면 무릉리 일대에는 약 6천 실의 객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규모 대회 참가자와 가족을 수용할 수 있는 경쟁력이다.
인근 태백에서 전국대회가 열리면 객실을 구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고한과 사북에 묵기도 한다. 다른 지역 대회의 숙박 수요만 나눠 받을 것이 아니라 정선이 직접 대회를 열어야 한다.
경기는 정선에서 열고 숙박과 식사, 관광까지 정선에서 이뤄지게 해야 한다. 선수와 가족이 며칠간 머물면 객실에 불이 켜지고 음식점과 전통시장에 사람이 모인다. 잔디 위를 구르는 파크골프공이 지역의 소비를 움직이는 것이다.
◇ 폐광의 빈자리를 사람의 발길로 채우자
가리왕산과 정선아리랑, 강원랜드에 파크골프를 더하면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다. 강원랜드가 카지노 의존도를 낮추고 가족과 여러 세대가 머무는 종합관광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야외 여가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옛 광업소 아파트 터가 지닌 상징성도 크다. 광부 가족들의 보금자리였던 공간을 주민의 건강을 지키고 관광객을 부르는 푸른 운동장으로 되살리는 일이다. 석탄산업의 흔적을 지우는 개발이 아니라 그 기억 위에 새로운 삶의 기능을 심는 재생이어야 한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으로 사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정선군과 강원랜드는 진입도로와 주차 공간, 실제 수요와 경제성, 운영 주체와 유지관리 비용, 공인 경기장 조성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예상 참가자 수와 체류일수, 소비 효과를 분석하고 대회 수요가 골목상권의 매출로 이어질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역사회 역시 주민 이용과 대회 운영, 상권 참여가 조화를 이루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시설만 남는 토목사업이 돼서는 안 된다. 사북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을 머물게 하고 그 소비를 골목상권으로 이어주는 공간이다.
10년 넘게 잠든 옛 사북광업소 아파트 터를 계속 빈 땅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푸른 운동장으로 되살릴 것인가.
한때 석탄을 캐던 사람들이 삶을 일군 땅이다. 이제 그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캐내자. 잔디 위를 구르는 작은 공 하나가 멈춰 선 사북의 내일을 움직이는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김주영 기자 sky310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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