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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치는 사제’, 제자들과 숲의 노래를 꿈꾸다

  • 임학빈 기자
  • 입력 2026.10.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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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환 요한 신부, 아우라지성당 무료 강습…주민들과 첫 가락의 설렘 나눠

페루서 나누던 음악 정선으로…아버지가 가꾼 가드루 ‘야곱의 숲’에 음악 쉼터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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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정선군 여량면의 아우라지성당에서는 여섯 대의 기타가 저마다의 첫 소리를 낸다.

손가락에 힘이 덜 실리면 줄이 먹먹하게 울리고, 자리를 바로 짚으면 맑은 음이 번진다.

아직 한 곡의 노래로 흐르지는 못해도, 서툰 소리 사이에는 다음 음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

기타를 처음 잡은 주민 여섯 명에게 무료로 연주를 가르치는 이는 이문환 요한(55) 신부다.

 

강습은 이제 2주째.

노래에 앞서 코드를 익히는 시간이다.

신부가 줄을 누르는 손가락의 위치를 직접 보여주면 수강생들은 저마다 마련한 기타 위에 같은 모양을 만들어본다.

눈으로 익힌 자리를 손끝으로 찾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손가락 하나를 옮기는 동안 앞서 누른 줄이 풀리고, 다시 짚으면 조금 전과 다른 소리가 난다. 그렇게 한 번 더 줄을 튕기며, 여섯 사람은 낯선 악기와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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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숙(70·루시아) 씨에게 그 첫 음은 오래 망설인 끝에 얻은 소리다.

“이 나이에 기타를 배운다는 것에 두려움이 컸습니다. 용기를 내 배우기 시작했는데 자신감도 생기고 재미가 있습니다. 신부님이 쉽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시니 지금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일흔의 손끝에 새로 익힐 자리가 생겼다. 코드 하나를 잡고 소리를 내는 작은 성취가 다음 목요일을 기다리게 한다. ‘이 나이에’라는 망설임을 지나 시작한 배움에서 이 씨는 자신감과 즐거움을 얻고 있다.

 

이 신부에게 음악은 오랜 벗이다.

고등학교 시절 클래식 기타와 바이올린, 통기타에 심취했고, 사제가 된 뒤에도 악기를 놓지 않았다. 기도와 사목으로 채워진 세월 곁에 늘 음악이 흘렀다.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신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8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의정부교구 소속으로 일산 탄현성당 등에서 사목했으며,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페루 북부 도시 트루히요에서 주임 신부로 지냈다. 그곳에서도 현지 주민들에게 기타를 가르쳤다.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으로 코드의 자리를 보여주고, 함께 줄을 울리며 음악을 나눴다.

8년여의 페루 사목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지금 정선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먼 나라에서 이어온 삶이 정선의 산골에 닿은 데에는 가족의 사연이 있다. 지난 5월 부친 이근태 씨가 세상을 떠난 뒤 북평면 가평리 가드루에 홀로 남은 모친 곁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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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아버지가 30여 년간 가꾼 숲이 있다.

도시 생활을 접고 귀촌한 선친은 약 1만5,000㎡의 땅에 나무를 심고 돌봤다.

어린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는 동안 아버지의 세월도 그 자리에 쌓였다. 선친은 그곳을 ‘야곱의 숲’이라 이름 지었다.

나무는 남았고, 숲을 가꾸던 아버지는 떠났다. 이 신부는 이제 그 숲에서 자신의 음악을 이어갈 길을 생각한다. 음악인과 신자들이 찾아와 쉬고 명상하며,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건이 갖춰지면 작은 야외 음악회도 열고 싶다.

아직은 구상 속의 음악회다. 그러나 잎을 스치는 바람 사이로 기타의 울림이 번지고, 나무 아래 모인 사람들이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는 풍경을 그는 꿈꾼다.

 

오래 곁에 두었던 기타와 바이올린으로 아버지가 가꾼 숲에 찾아올 이들을 맞고 싶다.

아우라지성당에서는 그 바람을 닮은 시간이 먼저 흐르고 있다. 여섯 사람은 같은 코드를 짚으며 각자의 속도로 배운다. 소리가 막히면 다시 손가락을 놓고, 줄을 울려본다. 처음에는 악기를 들 용기부터 필요했던 이가 이제는 배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나무를 심고 기다렸던 자리에서, 아들은 사람들이 함께 음악을 누릴 날을 기다린다. 그날 숲에 울릴 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목요일의 성당에는 이제 막 제 소리를 찾아가는 여섯 대의 기타가 있다. 임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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