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정선 잇던 주민과 상인의 옛길…동강 절경 품은 국가 명승 산불 피해 구간 복원
일곱 걸음을 걷고 나면 한 번 쉬어야 했다는 험한 고개. 장을 향하던 상인도, 이웃 마을을 찾아가던 주민도 이 길 위에서 숨을 골랐다. 수많은 사람의 발자국과 세월을 품은 백운산 칠족령 옛길이 다시 단장된다.
정선군은 국가 명승인 백운산 칠족령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전하고 산불로 훼손된 탐방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백운산 칠족령 옛길 정비사업’을 추진한다.
<백운산 칠족령>
<칠족령에서 바라 본 동강.>
칠족령은 평창과 정선을 연결하던 대표적인 옛길이다. 과거 주민과 상인들이 오가던 생활로이자 동강을 따라 마을과 마을을 잇는 주요 통행로였다. 고개가 워낙 험해 일곱 걸음을 걷고 쉬어야 했다는 데서 ‘칠족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길 위에는 사람들의 삶이 남았고, 능선 아래에는 동강이 굽이쳐 흘렀다.
백운산 능선에 오르면 동강의 감입곡류와 석회암 절벽이 빚어낸 장대한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자연이 수만 년에 걸쳐 조각한 절경과 오랜 세월 사람들이 오간 흔적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곳이다.
칠족령은 이러한 자연경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됐다. 아름다운 산길을 넘어 정선 사람들의 삶과 동강의 시간이 함께 새겨진 대표적인 문화경관이자 생태·역사 관광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사업에는 국비 1억 원을 포함해 총 1억5000만 원이 투입되며 오는 12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군은 명승 지정구역 안의 등산로를 정비하고 산불로 훼손된 구간을 복원한다. 낡은 로프를 철거한 뒤 400m 구간에 로프난간을 새로 설치해 탐방객의 안전을 높인다.
안내시설과 방향안내판 5개소를 설치하고 의자와 평상 10개소도 마련한다. 방문객들이 길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백운산과 동강이 빚어낸 풍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칠족령의 역사도 길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군은 옛길의 유래와 역사적 기록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안내 콘텐츠를 정비해 단순히 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 주민의 삶을 함께 만나는 탐방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정비사업은 새로운 길을 내는 일이 아니다. 산불로 상처 입고 세월에 닳은 옛길을 되살려 다음 세대에 온전히 건네는 작업이다. 과거 사람과 마을을 이어주던 칠족령은 이제 역사와 자연, 오늘의 탐방객을 연결하는 길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정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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