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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와 술향기 사이, 115년 양조장이 빚은 정선의 여름

  • 임학빈 기자
  • 입력 2026.07.0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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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일 아우라지 뗏목&막걸리 축제 개막 뗏목·나룻배 체험하며 정선의 오래된 물길 속으로 추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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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아우라지는 낮과 밤의 얼굴이 다르다.

낮에는 두 갈래 강물이 만나는 물빛 위로 뗏목이 천천히 떠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강변 잔디광장 사이로 번져나간다. 밤이 되면 강 위에는 조명이 내려앉고, 물안개 사이로 나룻배와 야간 뗏목 크루즈가 조용히 흐른다. 강바람 끝에는 오래 익은 막걸리 냄새가 희미하게 따라온다.

정선군 여량면 아우라지에서 열리는 ‘2026 34회 아우라지 뗏목 & 막걸리 축제는 단순한 여름 행사가 아니다. 강과 사람, 뗏목과 막걸리, 그리고 정선의 시간이 함께 만나는 축제에 가깝다.

올해 축제는 오는 31일부터 82일까지 사흘간 아우라지 잔디광장 특설무대 일원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31일 오후 7시에 진행된다. 여량면문화체육추진위원회가 주관하고 정선군, 여량면행정복지센터, 강원랜드가 후원한다.

아우라지는 예부터 물길이 만나는 곳이었다.

골지천과 송천이 만나 조양강이 시작되는 이곳은 과거 나무를 실은 뗏목들이 지나던 강길이었고, 산골 사람들이 세상 밖으로 이어지던 물길이었다. 정선아리랑의 애잔한 정서 역시 이 물길을 따라 흘러왔다.

축제는 바로 그 아우라지의 시간을 다시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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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4회 아우라지 뗏목&막걸리 축제’가 오는 31일부터 82일까지 사흘간 아우라지 잔디광장 특설무대 일원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장 모습.>

 

축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맞는 것은 강 위를 떠가는 뗏목이다. 방문객들은 실제 뗏목 체험을 통해 예전 뗏목꾼들의 강길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 위를 걸으며 강 한가운데를 천천히 건너는 순간, 사람들은 잠시 오래전 정선의 물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강변에서는 나룻배 체험도 함께 운영된다. 물살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작은 배 위에서는 아우라지 특유의 고요한 풍경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린이 물놀이터에서 물장구를 치며 여름을 즐기고,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잔디광장과 물가 쉼터에서 한낮의 강바람을 즐긴다.

축제 기간 동안 특설무대에서는 다양한 문화공연도 이어진다.

정선아리랑 공연을 비롯해 지역 예술인 공연, 초청가수 무대, 주민 참여 공연, 버스킹 등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며 강변을 채운다. 해가 지면 축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강 위로 조명이 내려앉고, 물안개 사이로 은은한 음악이 번져나간다.

특히 야간 뗏목 크루즈는 아우라지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조명이 켜진 뗏목이 강 위를 천천히 떠가는 모습은 여름밤 아우라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과는 다른, 산골 강마을 특유의 고요함과 물소리가 사람들을 붙잡는다. 방문객들은 물 위를 흐르는 바람과 함께 정선의 밤을 천천히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올해 축제의 또 다른 중심에는 ‘115년 여량양조장이 있다.

아우라지 인근에 자리한 여량양조장은 정선의 오래된 막걸리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지역 대표 양조장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양조장 투어와 막걸리 시음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작은 양조장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발효 냄새가 사람을 맞는다. 묵직한 곡물 향과 따뜻한 누룩 냄새가 오래된 벽과 천장 사이에 배어 있다. 여량양조장은 지금도 전통 방식으로 직접 입국(粒麴)을 만든다.

입국은 막걸리 발효의 핵심이 되는 균이다. 대부분의 양조장이 전문업체 제품을 공급받는 시대지만, 여량양조장은 지금도 밀가루에 막걸리 균을 직접 배양한다. 40도 가까운 온도를 오래 유지해야 하고, 관리가 조금만 틀어져도 발효가 실패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하지만 바로 그 시간이 술맛의 깊이를 만든다.

천천히 익은 누룩은 막걸리 안에서 오래된 곡물 향과 부드러운 산미를 만들어낸다. 방문객들은 여량양조장 막걸리를 마신 뒤 맛이 깊다는 말을 자주 남긴다. 단순히 달거나 강한 맛이 아니라, 시간이 천천히 스며든 맛에 가깝다.

축제장에서는 막걸리 시음과 함께 지역 먹거리도 만날 수 있다.

정선 특유의 향토 음식과 전, 메밀 음식,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부스가 운영되며, 강변을 따라 여름밤의 주막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 관광객들은 공연을 보며 막걸리 한 잔을 나누고, 물가 벤치에 앉아 정선의 밤공기를 천천히 즐긴다.

여량양조장은 대량생산 공장이 아니다.

정선의 밀과 옥수수, 산골 물, 오래된 발효 방식, 그리고 아우라지의 계절을 함께 담아내는 작은 지역 양조장이다. 그래서 이곳 막걸리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정선의 풍경과 시간을 마시는 경험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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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량면주민자치회는 지난달 18일 횡성 국순당 주향로 등을 벤치마킹했다. 주민자치회는 아우라지의 뗏목문화와 여량양조장의 막걸리 문화를 함께 묶어 정선만의 체류형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여량면에서는 이 양조장을 중심으로 막걸리와 전통주를 지역 관광 콘텐츠로 키우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지난달 중순 횡성 국순당 주향로 등을 벤치마킹하며 전통주 체험과 관광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 중이다. 아우라지의 뗏목문화와 여량양조장의 막걸리 문화를 함께 묶어 정선만의 체류형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여량양조장은 정선 여행객들 사이에서 정선다운 술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작은 양조장이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과 오래된 분위기가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축제 기간 동안 방문객들은 강 위의 뗏목과 물안개, 막걸리 익는 냄새, 정선아리랑 선율이 함께 어우러지는 아우라지의 여름밤을 만나게 된다.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도 아우라지의 시간은 여전히 천천히 흐른다.

강물이 서두르지 않고 만나듯, 막걸리도 그렇게 오래 익어간다.

그리고 그 물길 끝에서 사람들은 잠시 멈춰 오래된 정선의 여름을 다시 만나게 된다

임학빈 기자 yedo55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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