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북읍 파랑새공원 황톳길 체험기

차갑고 단단한 황토, 처음엔 송곳에 찔린 것처럼 아파
몸은 천천히 자연과 동화… 새벽 공기에 정신이 상쾌
새벽 다섯 시 무렵이었다.
사북읍 파랑새공원 숲길에는 아직 밤공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든 새벽빛은 희미했고, 풀잎 끝에는 물기가 맺혀 있었다. 숲은 조용했지만 완전히 잠든 것은 아니었다.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짧게 울었고, 바람은 젖은 흙 냄새를 실어 천천히 지나갔다.
그 숲 아래 황톳길이 누워 있었다.
지난 5월 25일 기사에서 이 황톳길을 소개하며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그리움·시골·정겨움·고향’의 정서를 담은 공간이라고 썼다. 주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래서 직접 걸어보았다.



신발을 벗고 황토 위에 발을 올리는 순간, 먼저 차가움이 올라왔다.
곧이어 통증이 따라왔다.
생각했던 흙길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오래 쌓이고, 찬바람과 더운바람을 견딘 황토는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울퉁불퉁한 바닥은 마치 작은 돌들이 박힌 길 같았다. 몇 걸음은 괜찮았다. 그러나 점점 발바닥 아래에서 송곳 같은 자극이 올라왔다. 발가락 끝을 지나 종아리까지 찌릿한 감각이 번졌다.
걷는 속도가 저절로 느려졌다.
그때였다.
운동복 차림의 한 노인이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동네주민 김모(72) 씨였다.
“처음에는 다 아픕니다.”
그는 맨발로 황톳길 위를 천천히 걸으며 말했다.
“우리 발이 너무 오래 신발 속에서 살았거든요. 양말이 감싸고, 신발이 받쳐주고…. 발바닥이 세상을 잊어버린 거지.”
노인은 잠시 발끝으로 황토를 문질렀다.
“그래도 열 바퀴쯤 돌고 나면 몸이 달라져요. 피가 도는 느낌이 나고, 숨이 덜 막히고…. 몸 안이 조금 환해지는 것 같아요.”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가까웠다.
“나도 처음엔 아파서 못 걷겠더니, 석 달쯤 지나니까 발바닥 근육이 생기더라고. 무릎이랑 허리도 훨씬 편해졌고.”
실제로 맨발 걷기는 발바닥 미세근육과 감각신경을 자극해 균형감각과 하체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상처나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고, 관절이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전문의 상담 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파랑새공원 황톳길은 자연의 숲길과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숲 공기를 마시며 맨발로 흙을 밟을 수 있고, 세족장과 운동기구 같은 편의시설도 함께 마련돼 있다.
정선군은 지난해 말 사북읍 사북리 295번지 일원에 황톳길과 황토 연못 등을 조성했다. 길이는 280m 남짓이다. 울창한 숲길 사이로 이어진 황톳길은 지금 주민들이 가장 자주 찾는 생활 공간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 사업은 장기봉 정선군자원봉사센터소장이 최승준 정선군수에게 직접 황톳길 조성을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장 소장은 평소 고령화 시대 주민 건강과 생활형 휴식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어르신들이 가까운 곳에서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맨발 걷기 공간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건의해 왔다.
하지만 이곳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황토 위를 걷다 보면 사람들은 오래전 기억 하나를 함께 밟게 된다.
비 온 뒤 질퍽거리던 시골 골목.
맨발로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
장독대 아래 흙냄새.
논두렁 옆 뜨거운 여름길.
황톳길은 몸보다 먼저 기억을 깨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유난히 어르신들이 많다. 누군가는 천천히 걷고, 누군가는 나무 벤치에 앉아 쉬고, 또 누군가는 말없이 흙을 밟는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도 보인다.
저마다 걷는 속도는 달랐지만 사람들은 같은 길 위에서 자꾸 얼굴을 마주쳤다.
특히 파랑새공원 황톳길은 소라파크아파트와 선명아파트 등 주거 밀집지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다. 아이들에게는 자연 체험 공간이 되고, 어르신들에게는 건강과 휴식의 공간이 된다.
장기봉 정선군자원봉사센터소장은 황톳길을 걸으며 이렇게 말했다.
“파랑새공원 주변 숲과 산책로가 정말 좋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황톳길을 걷다 보면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는 잠시 숲길을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100세 시대 아닙니까. 이곳이 사북읍민들의 건강과 휴식 공간으로 오래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황토 위에 발을 올렸다.
여전히 조금 아팠다.
그런데도 발은 자꾸 흙 쪽으로 향했다. 김광희기자 kwh6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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