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장년 취미 넘어 그림으로 이어지는 마을 공동체
종이와 펜 하나면 충분하다.
정선의 골목과 산, 시장과 일상이 천천히 그림으로 옮겨지고 있다.
최근 정선 지역에서 ‘어반스케치(urban sketch)’가 새로운 문화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교육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며 확산되기 시작해, 지금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수강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정선 교육도서관을 비롯해 화암면 하여가 아카데미, 북평면 종합사회복지관 등지에서 약 50여 명이 교육에 참여하며 활발한 학습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반스케치는 도시와 마을의 풍경, 일상의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며 빠르게 그리는 그림이다.
정확한 재현보다 그 순간의 느낌과 기록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림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잘 보려는 마음’이다.

<전원 풍경과 일상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며 빠르게 그리는 어반스케치 열풍이 불고 있다. 정선 관내에서는 북평면 종합사회복지관 등지에서 약50여명의 중장년층이 어반스케치 교육에 참여하며 활발한 학습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조창균 화백 지도아래 북평면 종합 사회복지관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수강생들)>
이 같은 흐름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던 시기를 거치며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주목받았고, 어반스케치는 야외 활동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SNS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손으로 직접 그리는 아날로그 활동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초보도 쉽게 그리기’, ‘여행 스케치 기록’과 같은 콘텐츠가 확산된 것도 대중화를 이끌었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간단한 준비물과 비교적 낮은 비용, 걷기와 관찰을 통한 건강 증진, 여행과의 연계 가능성 등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반스케치 지도를 맡고 있는 조창균 화백(70)은 “처음에는 소수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수강생이 점점 늘고 있다”며 “참여자들의 열의가 높고 교육 만족도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가을쯤 전시회를 열어 그동안의 작품을 선보이고, 어반스케치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며 “수강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필 끝에서 시작된 작은 취미가, 이제는 사람과 풍경을 이어주는 새로운 문화로 번지고 있다.
정선의 일상이 그림으로 기록되는 이 흐름이 지역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학빈 기자 yedo55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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