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속에서 시작되는 봄”… 동강할미꽃을 지켜온 사람, 서덕웅을 만나다
정선의 봄은 다른 곳보다 조금 특별하게 시작된다. 3월이면 절정을 이루는 동강할미꽃. 하지만, 이 꽃은 한겨울 눈 속에서 이미 봄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 서덕웅 씨를 만나봤다.

― 동강할미꽃은 어떤 꽃인가요?
“보통 사람들은 3월에 절정을 이루며 피는 꽃으로만 생각하는데, 사실은 1월 한겨울부터 준비를 시작합니다. 눈이 덮인 상태에서도 꽃망울을 틀고 2월 한 달을 버텨요.
얼음이 송송 맺힌 채로요. 그러다가 3월이 되면 낮에는 활짝 피고, 아침저녁으로는 움츠리는 모습을 반복합니다.
3월 8일과 3월 9일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면 하룻밤 사이에 색깔이 확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특히 정오부터 오후 3시 사이가 가장 아름답게 피는 시간이에요. 아침 일찍 오면 덜 피어 있고, 비가 오거나 추우면 다시 움츠립니다. 어떤 때는 3월 중순에 활짝 만개하기도 하 고 어떤 때는 말경에 만개하는 등 일기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한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동강할미꽃, 정선의 봄을 열다“
- 꽃 색깔도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네, 석회암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보라색 꽃이 90%이고 자주색, 연분홍, 분홍 꽃까지 다양합니다. 그리고 특징이 하나 더 있는데, 보통 꽃은 아래를 보며 피는데 이 꽃은 하늘을 향해 피어요. 절벽 석회암 틈에서 그렇게 피어나는 모습이 참 신비롭습니다.”
- 동강할미꽃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2002~2003년쯤이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서 꽃을 밟고, 사진 찍겠다고 묵은 줄기를 뜯어내는 상처를 주는 모습을 봤죠. 주위 분들에게 세계 유일종인 동강할미꽃 보존을 위해 나서자고 제안했지만 처음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죠. 그러다가 아리랑제 장승깎기 대회를 계기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때 ‘이건 정선에만 있는 꽃이다, 지켜야 한다’는 공감이 생겼죠.”
“나만 찍고 싶어서"…탐욕에 꺾이는 꽃 보며 보존활동 시작”
-보존 활동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2005년 11월 17일 동강할미꽃을 명명한 이영노 박사, 동강할미꽃을 처음 촬영해 세상에 알린 김정명 사진작가, 정선읍장, 기술센터장, 마을주민과 함께 보존연구회를 만들었습니다. 1, 2대회장은 김경태 씨가, 총무는 제가 맡았죠. 처음 발족 당시 18명이 출발했지만, 차츰 홍보되면서 지금은 4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3, 4대회장은 권진섭 씨가, 5대 회장은 최종열 씨가, 6대 회장은 제가 맡았고, 현재 7대 회장은 박재열 씨입니다.
처음엔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상태에서 몽골텐트 하나 놓고 시작했어요. 2007년부터 축제도 열게 됐습니다. 그렇게 2019년까지 13회 축제를 이어왔고, 지금은 정선읍 축제위원회가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귀촌 초기에는 어려움도 있었다고요?
“처음 왔을 때는 55살이었습니다. 외지 사람이라고 많이 경계했죠. 인사도 제대로 안 한다고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죠. 그런데 장승깎기 작업을 같이 하면서 어르신들과 가까워졌습니다. 귀촌한 사람 대부분이 마을 일을 같이하려고 하지 않는 데 반해 젊은 사람이 나서서 도와준다며 그때부터 마음을 열어주셨습니다. 동강할미꽃 보존 이야기도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동강할미꽃이 정선을 대표하는 꽃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축제가 KBS, MBC, SBS 방송을 타면서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동강할미꽃이 정선을 대표하는 꽃으로 부상하면서 지금 최승준 군수가 군 의장 시절인 2008년에 정선 군화를 철쭉에서 동강할미꽃으로 바꾸었습니다. 군목도 소나무에서 생강나무로, 군조도 까치에서 황조롱이로 바뀌었죠.”
-함께 주목해야 할 식물이 또 있다고요?
“동강고랭이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이영노 박사가 일반 사초과 식물은 암수가 하나인데 정선황새풀은 암수가 나누어져 있고 꽃 색깔이 암놈은 흰색, 숫놈은 노란색으로 피어나는 것을 발견했죠. 황새풀로는 그 아름다운 전부를 표현할 수 없다고 해서 ‘동강고랭이’로 새 이름을 붙였죠. 동강할미꽃 주변 바위틈에서 같이 피어나는데, 자세히 보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현재 동강할미꽃 서식지는 어떤 상황인가요?
“서식지는 귤암리, 운치리 점재, 덕천리 바새, 거북이마을, 문희마을, 문산까지 특정 지역에 있습니다. 묘하게도 가수리엔 없어요. 2003년 조사한 결과 뼝때에 800여 개 강둑 아래에 200여 개 등 1,000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다 합쳐도 200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캐가거나 훼손하면서 많이 줄어든 거죠. 사람들이 집에 가져가도 동강의 환경과 맞지 않으면 결국 죽게 되는 것을 알지 못해요.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이 꽃은 정선에만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많은 분이 찾아와 주시는 건 좋지만, ‘보는 것’에 그쳐야 합니다. 지켜야 계속 볼 수 있으니까요.”
27~29일 동강할미꽃 축제 “사라지는 봄을 붙잡다”
-올해 동강할미꽃 축제는 어떤 테마로 진행하나요.
“2026년 제20회 동강할미꽃 축제는 27일부터 29일까지 동강생태체험전시관 & 동강할미꽃거리 일원에서 열립니다. 개막식은 첫날 오전 11시에 합니다.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입니다. 동강, 뼝대, 꽃이 어우러진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힐링형 봄 축제입니다.
준비한 프로그램은 동강할미꽃의 생태와 특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화분 만들기, 전통 놀이 체험 등이 있습니다. 또한 이벤트 행사로 도전 골든벨 및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부대행사로는 소규모 공연 및 버스킹과 기념품 부스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축제가 끝나도 동강할미꽃과 동강고랭이를 계속 볼 수 있으니 여유 있게 방문하셔도 좋습니다.”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2000년 정선읍 귤암리에 귀촌한 후 당시 배선기 문회원장과 교류하면서 정선문화와 역사 이야기에 푹 빠져 들었죠. 그 후 문화유산 해설에 관심이 생겨 강원도 교육과 정선문화원 교육을 받고 2003년부터 숙암리 샘터안내소에서 근무를 시작해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눈 속에서 시작된 작은 꽃 한 송이가, 한 지역의 상징이 되기까지. 그 뒤에는 자연을 지키려는 한 사람과 마을의 시간이 있었다. 동강할미꽃은 오늘도 절벽 틈에서 조용히 봄을 피우고 있다. 이광호 기자 egh7171@gmail.com
서덕웅 씨가 1998년 동강할미꽃 사진을 세상에 처음 알린 김정명(이 공로로 2007년 정선군 명예군민 위촉) 작가의 사진을 보여줬다. 카렌다를 보며 ‘동강할미꽃’으로 명명한 이영노 박사와의 추억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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