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부터 3일까지 강원 산간 지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필자가 거주하는 정선군 임계면 내도전마을에는 공식적으로 약 80cm의 눈이 내렸다. 지형에 따라 실제 체감 적설량은 1미터에 가까운 곳도 있었다.
눈이 잦아든 뒤 정선읍으로 향하던 길, 느그니재를 넘는 순간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같은 정선군 안에서도 산간 마을의 겨울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필자와 가족 역시 삽을 들고 제설에 나섰지만, 쌓인 눈을 인력만으로 치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마을의 주 도로는 공공 제설 장비가 투입돼 비교적 빠르게 제설이 이뤄진다. 그러나 집에서 주 도로까지 이어지는 통행로 확보는 또 다른 문제다. 각 가정의 현관에서 마을 주 도로까지 이어지는 수십 미터의 진입로는 오롯이 주민 개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건장한 성인에게도 많은 눈을 삽으로 치우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물며 어르신과 몸이 불편한 가구에게 이 폭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실상 고립과 다름없다.
다행히 마을에는 이웃 간 품앗이 정신이 살아 있다. 주민들은 각자 집 앞 눈을 치우면서도 혼자 하기 어려운 이웃의 길을 함께 뚫어 주며 서로 돕고 있다. 행정기관에서 임차한 굴삭기 등 중장비가 투입돼 일부 구간의 제설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장비 사용 순서나 범위를 두고 갈등이 생기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행정기관 역시 어려움이 있다. 주 도로 제설만으로도 인력과 장비가 한계에 다다르며, 좁은 골목이나 개인 주택 진입로까지 고가의 중장비를 일일이 투입하기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마을 단위 소형 제설장비 보급’을 제안한다. 군이나 읍·면에서 조작이 간편한 소형 제설기를 마을별로 보급하고 마을에서 이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눈 예보가 있을 경우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주민에게 미리 배정해 두었다가 눈이 그친 직후 투입하면 제설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할 수 있다.
또한 혼자 제설이 어려운 가구를 우선 지원하는 기준을 마련하면 공동체 갈등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중장비 임차 비용을 줄여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폭설은 매년 반복되고 산간 마을 주민들의 불편 또한 되풀이된다. 이제는 이웃의 선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그 선의를 뒷받침할 ‘작지만 강한 장비’가 필요한 때다. 소형 제설장비 보급은 산간 마을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고 제설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지효숙 / 시니어기자 · 임계면 내도전마을 반장]
임계면 내도전마을 한 주택 앞에 1m 넘는 눈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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