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은 산 사이를 빠져나가며 심한 사행천을 이루고 있다. 험한 산이 물길을 막으면 버티고 피하면 다시 막아 협곡을 만들며 산을 휘돌아 빠진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동강에 빠져 주변 산 역시 동경하지만 험하고 오지에 접근성이 떨어져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산이 되고 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의 걸출한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한다. 여기서 갈라진 1개의 정간과 13개 정맥이 우리 국토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는 신경준의 ‘산경표’에서 산의 족보형태로 잘 정리되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짚어 볼 수 있다.
국토는 13정맥 산줄기가 큰 강 10개를 구획하고, 12개 기맥에 300여 지맥으로 전국은 실핏줄처럼 펼쳐져 있다. 줄기에 우뚝한 봉우리에는 산 이름이 주어지고, 낮은 봉 무명씨로 지도 도표 상에 숫자로 몇 m로 표기되어 있다. 이들에도 지역의 아름다운 각별한 이름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이름을 불러줘야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간 꿈꾸어 오던 동강주변 산에 들어 가까이 함께하기를 바랐다. 등산이라기보다 답사하며 친절한 보고서가 되리라고 본다.
첫 대상지 선정하기가 쉽지 않다. 동강이라면 정선읍 가수리에서 조양강과 동남천이 합류하며 탄생한다. 동강은 정선에서 시작해 평창 마하리, 지금은 어름치 마을을 지나 영월 하송리 까지 3개 군 지역을 걸쳐 흐른다.
동강이 시작되는 가수리는 동강12경의 ‘제1경 가수리 느티나무와 마을 풍경’으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산은 마을 앞에 험상하게 우뚝 솟은 ‘닭이봉’이다. 계봉(鷄峰 1,028m), 달구봉이라고도 한다.
2000년 6월 5일 환경의 날 김대중 정부는 동강 영월댐 백지화를 선언했다, 후에 정선읍 광하교부터 영월 거운리까지 ‘동강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엄정하게 관리하고 있다. 광하교 입구에 광하탐방안내소가 동강이라 고지한다.
동강을 상징하는 동강할미꽃의 대표적인 서식지는 광하교 아래 귤암리 일대 뼝대와 모평의 생태체험학습장 앞 강가의 넓은 석회암 너럭바위가 대표적인 군락지다.
정선군에서 2011년 설정한 병방산군립공원으로 짚 와이어 등 많은 공원시설과 체험장을 만들어 주민과 도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9월 6일 첫 동강마라톤 대회에 마라토너 2,058명과 참가자 4,000여 명이 몰려 이곳 강가에서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동강 산 이야기는 답사하면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로 만나는 사람과 나무와 산풀꽃, 동물과 또 만나지 못하는 동물들의 흔적 그리고 산에서 마을에서 만나는 주변 이야기를 많이 전하려 한다. 산의 동강의 무한한 포용력과 베 품에 안기며 생명의 기쁨을 느끼려 한다.
산에서 들머리와 날머리는 매우 중요해 동강생태체험장의 동강할미꽃 안내소와 솔고개의 임도, 귤암리 동강할미꽃센터를 사전 답사했다. 동강마라톤 출발점에서 출발해 병방치를 올라 병방산을 거쳐 귤암리 할미꽃마을센터로 내려오려 했다. 하지만 이는 하산지점 산이 미궁지역이라 늦으면 낭패일 것 같아 포기, 역으로 안정한 코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동행인을 지역에서 여러분 접촉했으나 모두 바쁜 생활에 쫓겨 손사래를 친다. 내 나이로 산행이 걱정되어 피하는 눈치이기도 하다. 결국은 젊은 평택의 장인문(49) 씨가 도와주기로 했다.
장 형은 동강을 좋아해 시간만 나면 수시로 동강가를 걷거나 주변 산을 오르는 건장한 친구다. 내가 백운산 칠족령을 홀로 내려오는데 그는 오르는 길에 만나 맺어진 인연이다. 홀로 산행에 이런 일은 종종 이루어지는 따뜻한 사건이다.
내가 홀로 2001년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소백산 구간 마구령에서 이른 시간 전혜자 씨를 만나 잠시 이야기 나누고 헤어졌다. 그녀는 태백에 살아 백두대간 단독 구간종주에 여러 번 살펴주어 20년이 넘어 여전히 다정한 친구다. 동강 산 등반에도 참여해주겠다고 한다. 이렇게 산에 동화되어 끈끈한 인연이 맺어지곤 한다.
하산 예정지점 생태체험장 입구에 차를 두고, 귤암리 동강할미꽃마을화합센터 앞에서 출발했다. 밭으로 올라가는 등산길이 산짐승 피해를 막기 위해 전선으로 막혔다. 상류 쪽으로 새마을다리를 건너 물길 따라 올랐으나 산길과 점점 멀어져 다시 원점으로 내려왔다. 동강할미꽃을 재배하는 주민 박춘옥 씨의 안내로 고추방앗간 옆 소나무 숲으로 밭을 피해 올라간다.
밭이 끝나는 지점에 등산로를 찾아 좌측으로 칡과 환삼덩굴로 뒤엉킨 가시 풀밭을 헤치고 묘지 옆으로 빠져 겨우 올라선다. 뒤로 시야가 열려 들깨가 흰 꽃을 피우고 콩잎이 누렇게 익어가는 정경, 마을화합센터가 들어오고 동강 건너 나팔봉(593.4m)이 아름다운 그림이다. 지역에서 수리봉이라도 하는 광하에서 내려오며 동강 제일의 아름다운 삼각뿔 봉우리다.
등산 입구를 찾아드는 초장에 한 시간 이상을 까먹었다. 등산가들 사이에 말로 알바를 톡톡히 했다.
가파른 산을 올라가며 忠州 漁氏(충주 어씨)와 江陵 崔公(강릉 최공), 旌善 全氏(정선 전씨) 등 5구의 묘가 있다. 더 올라 마지막 산소를 지나 첫 봉우리를 올라 왜정 때 상처 입은 큰 소나무가 가슴을 움켜쥐고 나이 들어서까지 아파하고 있다.
다시 애써 봉우리를 오르니 진달래와 소나무가 우거지고 동물의 걸쭉한 기름진 똥이 빛난다. 많은 나무 중 돋보이는 붉은 수피의 소나무 두 다리를 쭉 뻗어 황홀하게 빛나고 있다.
처음으로 산꾼의 노란리본이 보여 안심이 된다. 숲이 좋고 안정되며 언덕 위 신갈나무에 흰 사각형 판에 노목지맥 밑에 큰 글씨로 860.3m, 밑에 작은 글씨 준.희라 적혀있다. 세르파 아마다블람 ‘1대간 9정맥 6기맥 162지맥 완주’와 ‘영격’이란 두 개의 리본이 날개처럼 매달려있다. 마을 주민이 말하는 구뎅이산이 분명하지만 어디고 삼각점과 정상석은 없다. 간식을 먹으며 목을 축인다.
이수용 기자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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