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로 만나는 마음, 가족으로 엮는 복지
지효숙 시니어기자(교육학 박사)
가족은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까운 공동체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표현이 어려운 관계이기도 하다. 최근 정선군에서는 복지정책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정서적 관계 회복과 마음 건강을 중심으로 한 교육복지로 확장되고 있다. 복지의 본질이 ‘삶의 질’이라면, 그 출발점은 결국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의 회복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25일, 임계면 다누리소 3층에서는 정선가족센터 주관으로 ‘푸드로 만나는 우리 가족 마음 만나기’ 프로그램이 열렸다. 나는 이날 강의를 맡아 가족 간 소통을 돕는 푸드표현예술치료를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요리활동이 아니라, 음식재료를 감정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는 교육적·심리적 접근이다.
과일, 채소, 간식 등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보고 듣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말 그대로 ‘음식(Food)’을 예술적 매체로 활용하는 심리치유교육이다. 음식은 오감(五感)을 자극하고, 누구에게나 친숙한 재료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관계의 긴장을 보다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 한 마디 말보다 한 조각의 과일 배열, 색의 조화 속에 숨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이는 ‘표현은 배워야 하는 기술’이라는 교육의 원리를 감각적 체험으로 확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날 가족들은 함께 재료를 만지며 웃고, 이야기하고, 격한 감정이 부딪치기도 했다. “가족이 함께 살지만 서로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시간이 고맙고 신기했습니다.” “살면서 제일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한 아버지는 딸에게서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미소를 지었고, 사춘기 자녀의 솔직한 감정 토로는 부모에게 새로운 이해의 문을 열었다.
그 순간 가족은 역할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다시 만났다. 정선군은 가족구조의 변화와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청년층의 도시 유출로 부모 세대는 관계의 공백 속에 익숙한 침묵을 선택하고, 한편으로는 다문화가정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소통의 언어’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다문화가족도 함께 참여했는데,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세대가 한 공간에서 마음을 표현하고 공감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교육의 의미를 넘어섰다. 음식이라는 보편적 매개를 통해 국적과 세대의 벽이 허물어지고, “말이 달라도 마음은 통한다”는 진리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교육을 통해 다시금 확인한 것은, 소통은 본능이 아니라 배움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가족이면 서로 다 알 것이라 착각하지만, 사실 가족관계야말로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관계다.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믿음 아래 억눌린 감정은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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