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은 청정지역이라는 천혜의 자산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적인 명품인 정선아리랑을 품고 있다. 여기에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역사·문화·민속 유산, 풍부한 생태계까지 갖춰 새로운 관광산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마을숲에는 성황당이 자리했고, 곳곳에 2층 높이의 황토 건조막이 늘어서 이색적인 풍경을 이뤘다. 밭과 주거지 가까이에는 수많은 고인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숲은 줄고 성황당은 사라졌으며, 담배 건조막도 자취를 감췄다. 고인돌마저 대형 농기계의 방해물이 되며 훼손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특히 신동읍 재넘어마을인 고성리, 덕천리, 운치리는 동강 깊숙한 오지 마을로, 지금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더디다. 하지만 이곳은 정선의 자연과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보물 같은 지역이다.
지난주 폭우 예보로 일정이 연기됐던 동강 탐방 프로그램에는 28명의 탐방객이 참가했다. 이들은 고성산성에 올라 백운산을 건너며 동강 상·하류를 살피고, 제3산성의 둥근 호박돌 위에서 옛 병사가 된 듯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신동읍의 협조로 하산 코스가 정비돼 숲길 탐방이 편안했고, 황토 물웅덩이에서 멧돼지 목욕 흔적을 발견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고성리 옛 고성분교 뒤에는 멋진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교원연수원 뒤뜰 바비큐장 옆에서 모두 해체돼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탐방객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어찌 이 지경이 되었느냐”는 탄식을 쏟아냈다. 고성리 뿐 아니라 귤암리, 운치리, 덕천리에도 고인돌이 남아 있지만, 밭 한가운데 방치된 채 속절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제는 마지막 순간이라도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성산성 주차장에서 출발한 탐방객들은 만수로 가득 찬 강과 웅장한 백운산 능선을 감상했다. 이어 칠족령 옛길을 따라 걸었다. 이 길은 2021년 12월 8일 ‘명승 백운산 칠족령’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옛길이다.
등산로는 지난 3월 산불로 크게 훼손됐다. 안전줄이 모두 녹아내리고 소나무 일부는 불에 타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굴참나무 등 활엽수는 푸른 잎을 내어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었고, 탐방객들은 환호했다. 위험한 구간이 있었지만 칠족령에서 마주한 굽이치는 동강과 첩첩한 능선, 뼝대의 절경은 그야말로 천하일품이었다.
전국 100대 명산인 백운산의 첫 봉우리 ‘시단봉’에 올라 정상을 밟은 이들은 하산길에 올랐다. 안전하고 정겨운 옛길을 걸으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제장마을의 거대한 뼝대 위 황새 둥지를 바라보며 다리를 건넜다.
정선은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이며, 동강은 정선 제일의 경관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번 탐방을 통해 그 가치를 확인한 탐방객들은 신동읍 예미 정원광장에서 저녁 만찬을 즐기며 ‘신비의 동강 탐방’을 마무리했다.
이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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