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수상 영화 ‘1980 사북’ 4월 20일부터 영월 고한에서 특별상영 -
1980년 사북사건 당시 서로 맞섰던 광부들과 진압경찰들이 45년 만에 다시 만난다. 영화 ‘1980 사북’(감독 박봉남)의 제작사인 영화사 느티는 오는 4월 20일 영월시네마에서, 1980년 당시 사북에 투입되었다가 피해를 입은 진압 경찰을 초청한 가운데 특별상영회를 연다고 밝혔다. 영화 상영 후에는 영월경찰서 순경으로 사북사건 현장에 투입되었다가 큰 부상을 당했던 전직 경찰 진문규(72세), 이종환(74세), 최병주(85세) 씨와 사북사건 당시 광부 대표로 활동했던 이원갑 씨(84세, 사북항쟁동지회 명예회장) 등이 무대로 초청되어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영화상영회를 계기로 45년 만에 만나는 사북의 광부와 진압 경찰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사북사건은 비상계엄령이 내려졌던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소재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노조지부장 사퇴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광부들에게 경찰지프차가 돌진하여 치명상을 입힌 것을 계기로 일어난 대규모 유혈사태로, 이 과정에서 영월경찰서 소속 이덕수 순경이 사망하는 등 무리한 진압에 투입된 다수의 경찰이 피해를 입었고, 광부와 부녀자 28명이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광주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한 달 전 발생한 사북사건은 신군부에 맞선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인해 사건관련자들은 오랫동안 ‘폭도’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제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약칭 “진실화해위원회”)가 사북사건과 관련하여 공권력에 의한 고문과 가혹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 사과와 피해자 구제를 권고하였고, 2015년 이후 이원갑, 신경, 강윤호 등 사건 관련자들이 재심을 통해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북사건은 국가폭력 사건이자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으로서 새롭게 조명 받아 왔다. 지난해 12월 17일에는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사북사건 관련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하고, 국가가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또다시 권고하면서 사북사건은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영화 ‘1980사북’은 2025년 4월에 영월 상영회를 시작으로 사북 고한 춘천 등 강원특별자치도 곳곳에서 특별상영회가 이어질 예정이며, 올 가을에는 전국 개봉을 진행할 계획이다. 영월씨네마에서 4월 20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특별상영회와, 고한씨네마에서 4월 21일, 26일, 27일 동안 세 차례 진행되는 정선군 초청 상영회는 사전 신청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관계자 발언
‘1980 사북’ 박봉남 감독
“사건의 원인 규명과 역사적 평가도 필요하지만 그 사건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1980년 사북에서 서로 반대편에 서서 날카롭게 대립했던 광부들과 경찰들이지만, 어쩌면 그들은 부당한 계엄의 시대가 할퀸 상처를 안고 있는 같은 피해자들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그 야만의 시대가 남긴 상처를 서로 보듬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 황인욱 소장
“1980년 사북에서 대립했던 광부들과 경찰들이 4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영화상영회는 큰 의미가 있다. 사건의 진상에 대한 은폐와 왜곡으로 피해자들에게 불명예를 안기고 수십 년 동안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게 만든 당국의 반성과 공식 사과가 하루빨리 나와서, 많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작은 위로라도 얻기를 바란다.”
*영화 소개
영화 ‘1980사북’은 2024년 10월,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한국장편경쟁부분 대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박봉남 감독이 연출했다. 박봉남 감독은 방글라데시 선박 해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철까마귀’로 2009년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서 한국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계의 거목이다.
‘1980 사북’은 45년 전 작은 탄광촌에서 벌어졌던 엄청난 사건을 관련자들의 증언과 아카이브를 통해 치밀하게 추적한다. 노동조합을 둘러싼 갈등, 회사 측의 감시와 공권력의 개입, 사건의 결정적 발단, 계엄군 투입 작전과 유혈사태 위기, 국가의 배신, 광부와 부녀자들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 등을 차례로 들여다보면서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해 나간다. 이 작품을 연출한 박봉남 감독은 영화 안에서 특별히 누구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다만 그 사건이 남긴 상처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에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또 다른 피해자들이 출연한다. 그들은 ‘사북사태’ 진압을 위해 파견되었던 영월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다. 영문도 모른 채 무리한 진압에 동원되었던 경찰관들이 마주한 것은 극도로 분노한 광부들과 부녀자들이었다. 사북광업소로 통하는 안경다리 앞에서 광부들이 던진 돌에 맞아 이덕수 순경이 사망했고, 진문규를 포함하여 60여명의 경찰관들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부상 경찰들은 광부들이 왜 그렇게 자신들을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들었는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이 사건은 당사자들에게조차 많은 것이 해명되지 않은 채 4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건이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화해와 치유는 어떻게 가능할지, 영화 ‘1980 사북’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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