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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장기증 30주년, 되로 주고 말로 받아 넘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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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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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폐재해자들의 희망,

  광산진폐권익연대 정선진폐상담소(성희직 소장)



사람의 다섯 가지 장기(심장, 간, 비장, 폐, 신장) 중에 생전에 하나를 기증할 수 있는 것이 ‘신장’이다. 콩팥으로도 불리는 신장은 우리 몸속에 만들어진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하여 소변으로 배출하고 혈압조절, 호르몬 분비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장기이다.

당뇨병 등으로 신장이 나빠져 일주일에 2~3차례 투석 치료를 받는 신부전 환자는 우리 이웃에도 많다. 이들은 무더운 여름철에 냉수 한 컵, 수박 한 조각 마음 편히 먹지 못한다. 너무 힘들다 보니 “차라리 죽는 게 났겠다” 할 만큼 고통스럽다는 투석 치료.


내가 강원도의회 초선의원이던 1994년 어느 날 지역주민인 아주머니 한 분이 집으로 찾아오셨다. “투석 치료를 받는 아들 진환이에게 내가 신장을 주고 싶어도 수술비가 없어 걱정이다. 내 눈 하나를 팔아서라도 아들이 이식수술을 받게 해주고 싶다. 성 의원님은 아는 사람이 많으니 신문사에 이야기해 줄 수 없겠느냐?” 하였다. 이러한 이야길 듣는 동안 위대한 모정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물을 감추느라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야 했다. 며칠 후부터 성금 모금 운동을 벌였고, 신문 방송에서 보도해 준 덕분에 수술비가 마련되어 진환이 어머니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 일보다 먼저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한 지역주민 김종중 씨가 언론 보도를 보았다며 연락을 하여 많은 이야길 듣게 되었다.

“사람 몸의 신장 두 개는 평소엔 각각 50%의 기능과 역할을 하는데, 하나를 떼 내면 남은 하나가 100% 역할을 하게 된다. 해서 건강한 사람은 하나만 있어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김 씨를 만나고서 평범한 지역주민도 한 일을 도의원인 내가 솔선수범해야 할 일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처럼. 

며칠 후 나는 신장기증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우여곡절의 시간이 지나고 한양대병원에서 마포구청 청원경찰에게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날이 1994년 6월 9일이니 며칠 후면 벌써 30주년이다. 대한민국 선출직 정치인 중에 최초의 신장 기증자가 된 것이다. 


타인을 위한 ‘신장기증’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한 사람은 박진탁 목사님이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인 목사님은 1991년에 신장을 기증하였다. 그렇게 먼저 몸으로 실천하고서 30년 넘게 장기기증운동을 펼치고 있다. 33년 전에 신장을 기증하였고 2024년 현재 88세임에도 지금껏 활발한 활동을 하시고 있다. “남이 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용기와 결단으로 앞서 걸어간” 탐험가와 개척자들, 또 박진탁 목사 같은 분이 있었기에 인류와 역사는 발전한 것이리라!


1994년 6월에 신장을 기증하고서 나는 도의원 시절과 진폐협회 일을 시작한 2007년부터 짧게는 열흘에서 길게는 30일간, ‘단식투쟁’을 여러 번 했었다. 집회 때면 몸무게보다 무거운 갱목을 등짐으로 지는 ‘갱목시위’도 수도 없이 하였다. 건강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나이가 세상에 태어나 의로운 일, 명분 있는 일에 앞장서는데 안 될 게 뭐 있느냐?” 그렇게 온몸으로 신문고를 울린 것이다. 도급제 탄광 막장에서 저승사자와 싸우며 불굴의 ‘막장정신’을 배웠기에 두려울 게 없었다. 해고 광부를 세 번이나 도의원으로 뽑아 준 지역주민들에 그렇게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신장 기증 이후 마음먹은 일은 대부분 뜻대로 잘 풀렸으니, 두 개여서 하나를 나누어주고 나는 지난 30년간 세상으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받은 것 같다.


신부전환자는 가족끼리 이식수술을 할 때 조직이 가장 잘 맞고 결과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신장 하나를 떼 주었다가 나중에 행여나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으로 가족 간의 이식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앞서 소개한 박진탁 목사님도 그럴 테지만, 나도 신장 하나를 떼어낸 빈자리엔 더 큰 행복과 기쁨으로 채워졌다. 이렇듯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 결코 저절로 굴러오지 않는 법임을 배웠다. 


‘신장기증’과 ‘장기기증’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길 바라는 마음에서 신장 기증 30주년을 맞아 이 글을 정리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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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출판기념회에서 박진탁 목사님과 함께)


2024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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