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무릉과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비록 저들의 다툼이라는 게 사소한 일이기는 하나 그것도 쌓이면 언젠가 큰 일로 번질 수 있으니 뭔가 조치가 필요한 시점인 것 만큼은 분명합니다.”
화암천왕의 호위대장인 도원이 부리부리한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모두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그 일을 추진해 보도록 함세. 화암팔경을 뽑는 일은 우리만이 결정할 일은 아닌 듯 싶으니 무릉과 도원은 마을로 내려가 화암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오도록 하시게.”
화암천왕이 무릉과 도원에게 말했다. 천왕의 명을 받은 무릉과 도원은 그 길로 화암마을로 내려갔다.
화암마을은 본 터인 화암을 중심으로 백전과 풍촌, 호명, 천포, 오산, 억실, 좌사, 돌목, 북동, 몰운, 건천 등의 산촌마을로 구성되어 있기에 무릉과 도원은 마을을 절반씩 나누어 받은 후 각자의 구역으로 떠났다.
무릉은 화암과 풍촌, 북동, 함바위, 호명, 백전, 건천 등의 마을을 맡았는데, 가장 먼저 화암마을로 내려갔다. 화암은 작은 마을이지만 집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며 주변의 경치 또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화암은 마을 소재지답게 저자거리도 형성되어 있어 한낮임에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편이었다.
무릉이 마을로 내려간 날은 마침 장이 서는 날이어서 장터엔 산촌에선 구경도 할 수 없는 신기한 것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아낙은 참빗도 사는가 싶더니 아이들의 입엔 눈깔사탕도 물려주었다. 주막에선 술추렴을 하는 남정네들의 취기어린 노랫소리까지 들려왔다. 장터를 한 바퀴 돈 무릉은 마을 촌장을 찾아갔다.
“화암천왕님의 분부로 마을에 온 무릉입니다.”
무릉은 자신을 소개했다. 촌장이 깜짝 놀라며 무릉을 방안으로 안내했다.
“어인 일이신지요?”
촌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암엔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곳들이 많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 녀석들이 서로 잘났다며 싸우는 통에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닙니다. 하여 그 중에 아주 뛰어난 곳 여덟 곳을 뽑아 화암팔경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촌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그 의견을 듣고 싶어 왔습니다.”
“팔경이라, 거 좋은 생각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팔경이든 십이경이든 만들면 마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어집니다. 하여 저는 대찬성입니다.”
“좋습니다. 촌장님께서 그러하시다니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수가 찬성한다면 천왕님과 마을이 함께 힘을 모아 그 일을 추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릉은 사흘 후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촌장집을 나서 풍촌으로 올라갔다. 무릉은 풍촌에서도 촌장의 찾아 의견을 수렴하고 부탁하고 호명과 백전, 건천마을을 돌았다.
한편 호위대장 도원은 억실과 돌복 등의 마을을 돌며 촌장들을 만나 무릉과 같이 의견을 모으도록 했다. 사흘 후 무릉과 도원은 다시 각 마을을 돌며 의견을 모아왔다. 천왕은 오늘도 이웃마을 신선들과 바둑을 두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릉과 도원이 도착하자 화암천왕이 물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좋을 일이라며 찬성한다고 합니다.”
무릉의 말에 바둑을 두고 있던 신선들이 저마다 그거 잘된 일이군 하며 반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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