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아리랑 전수장학생 이민영 -아라리하는 사람들
이민영 정선아리랑 전수장학생(33)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정선아리랑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김병하 선생에게 아리랑을 배웠다고 한다. 그 뒤로 아리랑을 계속 한 것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때는 정선아리랑제에서, 고등학교 때는 속초관광엑스포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었다. 성량이 풍부하고 소리가 고와 노래는 꽤 잘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성악이나 국악을 해 보고 싶었는데, 음악을 배우려면 큰돈이 들어날 것 같아 지레 겁부터 먹었다고 한다.
스물한 살, 대학에서 레저스포츠를 전공하던 이민영 씨는 모친이 뇌졸중을 앓자 병간호를 위해 휴학하고 정선으로 내려왔다.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언어 능력이 저하됐다. 의사는 호흡이 긴 노래를 많이 부르는 것이 재활에 좋다고 했다. 민영 씨 모녀는 민영 씨가 어릴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슈퍼마켓을 지키며 아리랑을 불렀다. 뇌졸중에 정선아리랑이 특별한 효험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막내딸이 곁에 있어서인지 어머니는 언어 능력을 조금씩 회복해 갔다.
◇정선아리랑을 본격적으로 배운 건 언제였나요?
5년 전인가, 미용실에서 최진실 씨(정선아리랑 전수장학생)를 만났어요. 그래서 정선아리랑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봤지요. 학창시절 아리랑하면서 칭찬을 좀 받았거든요. 그래서 막연하지만 자신감도 있었고, 어머니랑 둘이 부르면서 더 깊이 배우고 싶은 욕심도 생겼던 것 같아요. 좌우간 진실 씨가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는 지 안내를 잘 해주더라고요. 근데 돌아서서 생각해보니까 차도 없고, 뭘 배우려면 돈도 들잖아요. 그때는 무료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그래서 그냥 ‘나중에 배워야겠구나’ 하고 미뤄놓고 있었는데, 그때 제가 학생들 요가랑 체조 강사활동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알게 된 정선아리랑 선생님(김명순 정선아리랑 전수회원)이 민영 씨도 아리랑 한번 배워보라고 권유를 하시는 거예요. 그때 제 사정을 얘기했죠. 차도 없고 돈도 없다고. 근데 무료니까 걱정 말고 내차로 한번 가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옳거니 하고 다음날부터 나갔죠. 그때가 스물아홉, 2011년 겨울이네요.
그전에도 항상 아리랑에 관심은 있었어요. 어머니 재활 때문에 같이 부르기도 많이 했지만, 정선아리랑제에 아리랑 창작 가사 짓기 대회가 있잖아요. 거기에 거의 매년 가사를 적어서 보냈어요. 같은 이름이 계속 보내니까 기특하신지 상도 주시더라고요.
◇배워보니까 어때요?
아직도 멀었어요. 정말 정선아리랑은 끝이 없는 공부에요. 수많은 가사들, 그 가사마다 감정이 다 다르고 디테일도 다 달라져요. 한 3~40년 쯤 지나면 모를까. 지금 배웠다고 하기 힘들어요. 배우고 있는 거죠. 지금도 제가 도대체 어느 정도 배운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초조한 기분도 들고, 그래서 연습을 며칠 쉬었다 싶으면 불안하기도 하고요.
◇아리랑을 하는 게 여전히 즐거운가요?
물론 그렇죠. 그런데 사실 제가 지금 활동하기 좋은 상황이 아니에요. 어머니도 그렇지만 아버지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거든요. 마음이 너무 아프지요. 무대에서 아버지·어머니 생각이 자꾸 나서 울컥하고 울어버릴 것 같을 때도 여러 번이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선생님들과 함께 어울리고 무대에 서서 소리를 한 번 하고 나면 뭔가 마음이 후련해지고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앞으로도 정선아리랑을 오래도록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올림픽도 열리고 유네스코 등재도 됐으니 무대도 점점 많아지잖아요. 소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참 설레고 좋아요. 그런데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어요. 올림픽이 끝나고 또 몇 년 지나면 다시 관심이 시들해지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지요. 그 뒤로도 아리랑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져서, 늘 아리랑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또 개인적으로는 이 활동을 오래 할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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