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광하리 정착…주민 성악 강습·어린이 합창 지도
29일 오후 7시 정선문화예술회관서 무료 독창회

매주 일요일, 정선읍 광하리 광하감리교회에 주민 10여 명의 노랫소리가 흐른다.
낯선 호흡과 발성을 익히느라 같은 대목을 몇 번이고 되짚는다.
서툴던 목소리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고, 저마다의 소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로 이어진다.
주민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이는 성악가 한엘림(40) 씨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공부한 그의 음악은 정선의 작은 교회에서 이웃의 목소리를 만나고 있다. 무대에서 관객에게 들려주던 노래를 이제는 주민들과 함께 부른다.
호흡을 익히고 한 대목을 거듭 연습하는 일요일의 시간이 그가 정선에 뿌리내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 씨가 정선에 온 것은 2022년이다.
남편 박종문 목사가 광하감리교회에 부임하면서 두 딸과 함께 광하리에 터를 잡았다.
성악가이자 목회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인 그에게 정선은 가족이 살아갈 보금자리가 됐다. 음악으로 이웃을 만나는 자리도 이곳에서 하나씩 늘어났다.
인천예술고와 숙명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이탈리아 브루노 마데르나 국립음악원에서 오페라를 전공하고 석사 과정을 마쳤다.
유학하며 갈고닦은 기량으로 공연 무대에 서는 한편, 지역 주민들에게 호흡과 발성을 가르치고 있다. 지역 아동센터에서는 어린이 합창을 지도하며 아이들이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화음을 맞추도록 돕는다.


정선지역 감리교회 목회자 부인들로 구성된 ‘빛가온 사모 중창단’도 창단해 지휘를 맡았다. 가정과 교회에서 각자의 일상을 보내던 단원들은 연습 시간에 모여 목소리를 맞춘다. 같은 신앙으로 이어진 사람들이 이제는 노래의 호흡도 나누고 있다.
활동 무대는 교회 밖으로도 넓어졌다.
크로스오버 앙상블 ‘앙포르’ 대표로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공연을 선보이고, 정선교육도서관의 ‘퇴근길 인문학’ 강연에서는 주민들과 음악 이야기를 나눈다.
주민들이 노래를 배우는 교회에서, 아이들이 합창하는 아동센터에서, 음악을 이야기하는 도서관에서 이웃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오는 29일 오후 7시에는 정선문화예술회관에서 독창회를 연다.
강원문화재단 후원으로 마련되는 무료 공연이다. 피아니스트 이성은 씨가 반주를 맡고 테너 황명헌 씨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김남지 씨는 해설을 맡아 관객이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도록 돕는다.
일요일마다 주민들과 노래를 익히던 성악가는 이날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이웃에게도 노래의 기쁨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무대다.
그는 자신의 음악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주민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어린이들의 합창을 지도하며,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곁을 지키고 싶어요. 한 사람씩 음악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그 마음들이 모여 지역의 문화적 토양이 된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임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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