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군종합사회복지관 ‘생활 수리 봉사단’ 폭염속 연일 맹활약 '동네 해결사' 오빠 화제
직장에서는 퇴직했지만 손재주에는 정년이 없었다.
현관문을 나서는 이들의 손에는 출근 가방 대신 공구함이 들렸다. 망치와 드라이버로 집 안의 고장을 고쳐 온 퇴직 남성들이 이제는 이웃의 불편까지 해결하는 든든한 ‘동네 해결사’로 인생 2막을 열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6일, 정선군종합사회복지관 ‘생활 수리 봉사단’에 다급한 요청이 들어왔다. 사북읍 범바위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싱크대 수전이 새 주민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봉사단은 곧바로 움직였다. 먼저 현장을 찾아 누수 원인과 설비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교체에 필요한 부품과 공구를 챙겼다. 본격적인 수리에 나선 이날은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를 만큼 무더웠지만, 이들의 손놀림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생활 수리 봉사단은 정선군종합사회복지관이 퇴직 남성들의 활기찬 노후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시작한‘브라보 마이 라이프’프로그램에서 태어났다. 참여자들은 오랜 세월 직장과 가정에서 익힌 기술과 경험을 이웃을 위한 재능기부 및 봉사로 나누고 있다.>
낡은 수전을 분리하고 새 수전을 설치한 뒤 물을 틀어 누수 여부까지 확인했다. 골칫거리였던 물방울이 멎자 주민의 얼굴에도 비로소 웃음이 번졌다. 봉사단이 고친 것은 수전 하나였지만, 주민이 되찾은 것은 불편 없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수리를 마쳤다고 공구함을 닫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정선읍에서 도움을 요청한 또 다른 가정을 찾아갔다. 어두워진 거실 전등과 낡은 스위치를 새것으로 교체하자 침침했던 집 안이 금세 환해졌다.
“불 들어옵니다.”
짧은 한마디와 함께 거실이 밝아지는 순간, 봉사단원들의 표정도 전등만큼 환해졌다.
생활 수리 봉사단은 정선군종합사회복지관이 퇴직 남성들의 활기찬 노후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시작한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에서 태어났다. 참여자들은 오랜 세월 직장과 가정에서 익힌 기술과 경험을 이웃을 위한 재능기부및 봉사로 나누고 있다.
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분들이 오면 고장이 해결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리 요청도 부쩍 늘었다. 수도꼭지와 전등, 스위치처럼 업체를 부르기에는 사소하지만 그대로 두기에는 불편한 생활 속 고장이 이들의 손을 거치면 말끔히 해결된다.
봉사단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작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하는 큰 불편일 수 있다”며 “고장을 고친 뒤 주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우리가 더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주민의 불편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동네 해결사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때 가족과 직장을 위해 바쁘게 살아온 네 남자. 이제 그들의 공구함에는 나사와 펜치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웃을 향한 마음과 아직 쓸모가 다하지 않은 삶의 경험도 함께 담겨 있다.
나이는 들었어도 손끝의 기술은 녹슬지 않았다. 봉사단원들이 조여 주는 것은 헐거워진 나사이지만, 그 손길이 단단하게 이어 주는 것은 이웃과 이웃 사이의 정이다. 유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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