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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흥주
가장 보수성이 강한 것이 태어나 자란 곳의 말투와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진 입맛이라 한다. 말투와 입맛은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깊은 뿌리이자, 급속한 세월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 ‘향토문화적 보수성’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맛이나 고향의 향토 음식으로 길들여진 입맛은 뇌의 깊은 곳에 각인된 것으로, 낯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인류가 독초나 상한 음식을 피하기 위해 진화시킨 본능이며 익숙한 맛은 곧 ‘안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타지 생활을 하거나 해외에 나갔을 때 가장 먼저 그리워지는 것은 고향의 음식인데,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마음이 고픈 것”이라는 말처럼 음식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매개체로 향수(Nostalgia)와의 결합이다.
말투나 억양(방언)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의 역사와 소속감을 나타내는 무의식적 발현으로 지식이나 논리는 머리로 통제할 수 있지만 감정이 격해지거나 위급한 상황이 오면 자신도 모르게 고향 말투가 튀어나오곤 하는데 이는 말투가 학습된 지식이 아니라 체득된 습관이며 지역사회적 정체성인데 말투는 “나는 누구인가”를 증명한다. 특정 지역의 억양이나 독특한 어휘는 수십 년간 교정하려 애써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보수성을 지닌 영혼(soul)의 지문이다. 춘궁기를 겪은 우리 세대의 소울 푸드는 콩갱이, 감자붕생이, 옹심이, 나물국죽, 메밀국죽인데 메밀은 새밭(화전)을 일구어 정선 산고라데이에 심어온 구황작물이다. 요즘 동무들과 정선장에 있는 감자바우집 메밀국죽을 먹으러 종종 다닌다. 주메뉴는 감자옹심이와 메밀국죽인데 옹심이는 웨이팅이 긴 영월 아무개집보다 훨씬 맛있다. 메밀국죽은 잊혀져가는 음식이고 국죽을 쓰는 집도 흔치않은데 당연코 우리의 소울을 이끌어내는 맛은 감자바우집 메밀국죽이다. 철마다 들어가는 부속재료는 차이가 있지만 나생이, 달롱, 감자, 곤드레, 두부인데 갓김치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이다. 조반상에 차려진 메밀국죽을 먹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리는 철없는 자식들 앞에서 “어~~구수하다” 하시며 한 그릇 뚝딱 비워내시던 아버지의 서글픈 심사가 그려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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