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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행복 - 281 땅에서 늙어버린 매

  • 김한경 기자
  • 입력 2025.12.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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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문자 있는 책은 읽을 줄 알되 문자가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며, 줄이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지만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른다. 눈앞의 형체가 있는 것만 쓸 줄 알고 정신을 쓸 줄 모른다면, 어찌 거문고와 책의 참맛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집에서 닭을 키우는 사내가 우연히 산에 갔다가 매의 알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문득 그것을 부화시켜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집으로 가져와 자신이 키우는 닭의 둥지에 넣었다. 


닭은 자신의 알과 함께 매의 알도 품게 되었다.


몇 날이 지나자, 병아리들이 부화되었다. 매의 알에서도 매가 부화되었다.


매는 병아리들과 어울려 커가기 시작했다. 모이도 병아리 것을 함께 먹으면서 하루 종일 병아리들과 어울려 지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병아리들은 어미 닭의 모습을 닮아갔다. 아침이면 우렁찬 목소리로 울어 대고 날개를 펴 날아 보려고 푸드덕거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매도 이 모습을 흉내 내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것이었다. 똑같이 울려고 애쓰는가 하면, 큰 날개를 펴서 하늘로 날아오를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푸드덕거리는 흉내만 냈다.


세월이 지나 이제 병아리도 매도 늙어버렸다.


닭장 안에서 졸고 있던 매가 문득 깨어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랬더니 큰 날개를 펼친 채 멋진 비행을 하고 있는 매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매는 잠이 확 달아났다. 그토록 멋지게 날고 있는 새는 일찍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참 멋지구나! 너는 저렇게 멋지게 나는 새를 본 적이 있니?”


옆에서 함께 졸고 있던 닭에게 매가 물었다. 닭은 단 잠을 깨운 매에게 앙칼지게 대꾸했다.


“이런 멍청이 같으니! 저건 매라고 하는 새잖아? 거의 매일 저 위에서 날고 있는데 뭘 새삼스럽게 놀라는 거야?”


그러면서 닭은 부리를 세워 매를 쪼려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매는 지레 겁을 먹고 꽁지를 보이며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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