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 집에서 잔치국수를 먹었는데, 엊그제 집에서, 문득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신 멸치 육수가 생각이나, 마트에서 육수용 멸치를 사다가 듬뿍 넣고 한참을 끓여 육수에 국수를 말았다.
엄마는 멸치를 많이 넣지 않고 육수를 만들어 멸치와 함께 국수를 말아 멸치가 몸에 좋으니 함께 먹으라고 주셨는데, 멸치를 많이 넣고 육수를 만들었는데도 엄마의 그 육수 맛이 아니다. 아마도 엄마의 그 멸치 육수 맛은 그냥 멸치 육수만의 맛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긴 맛이었나 보다. 엄마 생각에 울음 울며 국수를 먹었다. 이제 내도 팔십 생을 살아보니, 엄마 아빠와 함께했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인 것 같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
엄마의 물 배
김한경
밥상 머리에는 팔 남매가 둘러앉고
상추 쑥갓은 큰 소쿠리에 가득인데
보리밥은 서너 공기
엄마는 이웃집서 잡수셨다고 하신다.
그리고 밤이면
머리맡에 냉수를 주전자 채로 놓으시고
밤새 물을 드신다
뭔 짠 음식을 잡수셨기에
어린 마음에도 궁금했었지
헌데 어머님이 떠나신 지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이웃집 짠 음식은 고사하고
밤새 허기져 오는 배를
그 물로 달래셨다는 것을
유독 볼록하신 아랫배가
물 배였다는 것을…
평생 식탐으로
동산만 한 내 배를 볼 때마다
허기진 엄마의 물 배가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운데
사진 속 엄마는 웃고만 계신다
동산만 한 내 배가
엄마에겐 기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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