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춥고 길었던 겨울, 입춘에 우수가 지나도록 영하 10도를 넘나들던 깡 추위에 눈도 많이 내리더니, 춘분이 지나, 4월이 다 되었는데도 시절을 모르고 눈을 뿌리고 있습니다.
겨울이 6개월이라고 하는 이곳 함백산 기슭, 그래도 언젠 가는 봄이 오겠지요. 그리고 그 봄이 오면, 강추위를 이겨낸 나무일수록 예쁜 꽃을 피운다고 하니, 올봄 피어나는 꽃들을 상상해 봅니다. 어디 예쁘지 않은 꽃이 있겠습니까마는 진달래는 더욱 붉고 붉어 연분홍 치맛자락을 봄바람에 휘날리고, 개나리는 아주 샛노란 밥풀 꽃들을 머리에 소복이 이고는 줄줄이 앉아 있고, 목련은 희고 맑아서 파란 하늘 아래 더욱 눈이 부시게 피어나면서, 나뭇가지에 촘촘히 둘러앉은 작은 백조들이 서서히 비상의 날개들을 펴겠지요.
그리 예쁜 꽃들이 피게 되면, 겨우-내 삭막했던 산과 들은 연초록의 잎 새들과 울긋불긋 봄꽃으로 몸단장을 하고 나면, 그 춥고 긴 겨울이 언제 있었나 싶어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저는 그 봄꽃들 곁에서 먼저 하늘나라로 간 제 내자가 즐겨 부르던 ‘봄날은 간다’, ‘보고 싶은 얼굴’들을 기타 줄을 튕기면서 울음 울겠지요.
그래 그리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이제 사 왔는가 싶었는데, 언제인지 모르게 꽃잎 떨구고는 소리 소문 없이 떠나가겠지요. 아주 짧은 세월의 여운만을 남기고, 여름 가을 뒤 긴 겨울이 지나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면서 말입니다.
봄 비
김 한 경
빗소리도 낭랑 한데
바람도 살랑이니
비 그치고 나면
더욱 짙어진 푸르름에
삶이 환해진 봄 날
말끔히 몸을 씻은 잎새들의
청정한 몸매를 보게 되겠다
꽃망울 터트리는
아픔도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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